제임스 완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쏘우]는 신박한 설정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호러 영화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아이디어보다는 고어에만 치중한 연출과 직쏘 후계자 찾기의 피로감이 계속되었다. 그 결과 속편이 나올수록 평단의 반응과 흥행 성적이 계속 좋지 않았다. 이렇게 [쏘우]시리즈는 끝나는 걸까?

하지만 이 작품의 전매특허인 반전 답게 최신작 [쏘우 X]는 몰락해 가는 시리즈를 부활시킨다. 프랜차이즈 최초로 로튼토마토 프래시 마크를 획득하고, 팝콘 지수도 90%에 육박하며 북미에서 평단과 영화팬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연 무엇이 [쏘우]시리즈를 다시 일으키게 했을까?

이미지: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일단 시리즈의 기본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다시 펼쳐간다. [쏘우 X]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직쏘, 존 크레이머가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의료진에 권유에 멕시코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한부 환자의 전재산을 탈취하기 위한 사기극. 이로 인해 이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이는 원치 않은 직쏘의 게임을 해야 한다. 죄를 지은 인간들을 직쏘만의 방식으로 벌을 주면서도 다시 한번 기회를 제공하는 [쏘우] 시리즈의 원래 컨셉을 잘 살렸다. 

[쏘우 X]는 시리즈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갈수록 꼬여가던 직쏘 후계자 찾기는 여기에 없다. 대신 존 크레이머의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루며, 그가 사람들을 상대로 데쓰 게임을 만든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쏘우] 1,2편이 사랑받았던 그 이유를 말이다. 이 덕분에 직쏘가 자신을 속인 사람들에게 건네는 게임들이 여전히 잔인하지만 묘한 복수극과 통쾌함으로 다가온다.

[쏘우] 시리즈를 사랑했던 팬들을 위한 반가운 요소도 가득하다. 우선 직쏘 역을 맡았던 토빈 벨이 플래시백이나 과거의 잔상이 아닌 현실에 그대로 존재해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간다. 시리즈의 중심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그의 후계자인 아만다 영 (쇼니 레베카 스미스)도 돌아와 직쏘와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쏘우] 시리즈의 갈등인 직쏘 게임을 둘러 싼 두 사람의 가치관 차이를 은근슬쩍 드러내며 이전 작품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이미지: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쏘우]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트랩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 시리즈마다 기발하다 못해 독한 아이디어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트랩들, 이번 작품 역시 고어한 연출은 가득하지만, 이것을 당하는 캐릭터의 사연과 성격에 맞춰 고안해서 보다 더 현실감 있게 구성했다. 특히 몇몇 트랩에서는 상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인간 본성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과 함께 반전 장치로도 다가와 작품의 흥미를 배가한다.

[쏘우 X]는 여러모로 초기 [쏘우] 시리즈의 매력을 잘 살렸다. 직쏘 게임의 당위성,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들, 잔인하지만 그 끝이 궁금한 트랩, 그리고 놀라운 반전까지, 직쏘 후계자 찾기에만 급급했던 속편들의 단점을 상쇄하고 우리가 열광했던 그 [쏘우]로 다시 돌아왔다. 매 작품마다 나오는 명대사 “Do you want to play a game?” 모처럼 “예스”를 외칠 속편의 귀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