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도 많은 드라마가 나와서 우리를 울고 웃게 했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여러 매체와 사이트에서 2023년 최고의 드라마를 정리하고 있는 중인데, 여러분들에게 올해 최고의 드라마는 무엇이었을까? 여기 에디터들이 직접 뽑은 2023년 인생 드라마 세 편이 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소개해본다. 

더 글로리 – 2023년 최고의 복수극

이미지: 넷플릭스

2023년의 포문을 화려하게 연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다.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 시켰으며, 공개 당시 태국에서는 ‘타이 더 글로리'(Thai The Glory)라는 해시태그 운동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2023년 상반기 글로벌 시청 시간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며 치밀하고 섬세한 K-복수극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더 글로리]는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등 화려한 출연진과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의 노력으로 흡입력 만점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특히, 주인공 ‘문동은’ 역을 연기한 송혜교는 가해자에 대한 복수에 집착하는 인물이 가진 메마른 내면을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연진 역의 임지연을 비롯한 차주영, 김히어라 등 이 드라마를 통해 재평가 받은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도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더 글로리]는 감각적인 연출과 충격적인 스토리 속에 매혹적인 미장센과 흡입력 강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2023년 최고의 복수극이었다. (에디터 보광)

무빙 ㅡ 무적의 K-히어로 시리즈

이미지: 디즈니+

강풀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무빙]은 2023년 가장 강렬한 시리즈였다. [무빙]은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들을 쫓는 세력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소재와 장르, 한국 드라마 역대 최고 제작비와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요소들 때문에 공개 전부터 많은 우려도 따랐지만 그저 기우였다. 무엇보다 로맨스, 액션, 휴머니즘까지 모두 잡은 히어로 드라마를 이토록 한국적으로 완성했다는 점이 가장 훌륭했다.

[무빙]의 초능력자들은 주어진 힘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들이 세계를 지키는 대신 치킨과 돈가스를 튀기는 이유도, 괴물이 되거나 히어로가 되는 이유도 모두 ‘가족’ 때문이다. 힘을 드러내면 오히려 약점이 되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꼭 써야 할 때가 있다면 그 또한 가족을 위해서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낯설 수 있는 히어로 장르를 소박하지만 거대하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그려냈다. 그래서 우리는 [무빙]의 20부작 대장정 끝에도 시즌 2를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 혜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 진정한 힐링 드라마

이미지: 넷플릭스

바쁜 현대 생활 속에 조여 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몸과 정신이 힘들었을 때가 다들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혹시 병 아니야?”라고 걱정도 했을 것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에 와요]는 그런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며 고민을 들어주는 드라마 같다. 낯설게 느껴지는 정신병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병을 치료하려는 의료인들의 노력과 환자들의 의지가 담긴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려내 자연스럽게 감동을 자아낸다. 픽션임에도 이렇게 현실적인 위로와 치유의 의미를 깨닫게 한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보영의 존재는 작품의 큰 힘이다. 박보영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정감가는 연기로 캐릭터의 매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호소력 있게 이야기에 녹여낸다. 우리가 몰랐던 정신병동의 이야기를 일상적이고 상세하게 풀어주는 점도 좋다. 소재 때문에 느꼈던 거리감도 줄어들고, 더 나아가 정신병동에 가졌던 편견도 자연스럽게 해소해준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문제와 환자의 병을 연결해서 풀어주는 서사도 공감대와 연민의 감정을 동시에 자아낸다. 어쩌면 이 드라마야 말로 진정한 힐링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보면 기분 좋고, 위로가 되는 것을 넘어 이 작품이 갖는 진심과 따뜻한 시선이 극중 인물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도움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래, 우리 모두에게 아침은 반드시 온다.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