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코로나 이전의 극장가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23년은 그 질문에 여전한 불안과 작은 희망을 동시에 답했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 상반기만해도 부담스러운 관람료, 연이은 기대작의 흥행 부진으로 극장의 봄은 아득히 먼 이야기 같았지만, 숨은 보물 같은 작품의 등장, 천만영화 탄생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년에 그려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작품들이 2023년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었을까? 여기 에디터들이 꼽은 베스트 3편의 영화를 소개해본다. 한국영화, 해외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 장르별로 마련했다.

[한국영화 BEST] 서울의 봄 – 뜨겁고도 처절했던 그날의 기록

이미지: 플러스엠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과 이에 맞서는 이들의 치열했던 9시간을 조명한다. 김성수 감독의 현장감 넘치는 연출력과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완벽한 시너지를 발산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황정민은 권력 찬탈을 위해 군사 반란을 일으키는 탐욕의 아이콘인 전두광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전두광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압군의 이태신 역에는 정우성이 군인의 위엄과 카리스마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여 작품의 신뢰를 높였다.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연출을 가미해 제작된 영화이지만, 그날이 우리 역사에 얼마나 큰 전환점이 되었는지 [서울의 봄]은 뜨겁고도 처절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촘촘하게 이어지는 서사와 캐릭터 간의 갈등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를 비롯한 대중들의 공감까지 이끌어 냈다. 이 같은 인기 덕분에 천만 관객도 곧 달성할 예정이다. 천만 스코어를 마케팅이나 외부 요소가 아닌 온전히 영화의 힘으로만 도달했다는 묘한 뿌듯함도 함께 든다. 재미와 함께 시대의 공기까지 느끼게 한 [서울의 봄]을 2023년 한국영화 베스트에 꼽아본다. (에디터 보광)

[애니메이션 BEST] 엘리멘탈 ㅡ 따뜻하고 환상적인 러브레터

이미지: 디즈니

픽사 표 로맨틱 판타지를 보여준 [엘리멘탈]은 2023년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세 번째로 높은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은 이민자 가족으로서 겪었던 애환을 따뜻하고 환상적인 방법으로 풀어냈다. 이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와 다름없다.

영화는 물과 불, 아메리칸과 이민자 등 섞일 수 없는 ‘반대’를 소재로 했지만, 결국 그들이 공존하는 것이 진정한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우리가 더 넓은 세상을, 더 다채로운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대들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이다. 편견과 혐오라는 새로운 전쟁에 맞서는 우리에게 [엘리멘탈]이 주는 이 메시지는 아주 따뜻하다. 우리도 원소들처럼 서로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마침내 무지개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에디터 혜연)

[해외영화 BEST] 오펜하이머 – 여전히 놀라운 놀란

이미지: 유니버설픽처스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의 여전히 놀라운 연출력을 입증한 작품이었다. [메멘토], [덩케르크]에서 보여준 다층 플롯과 흑백 이미지의 교차는 한 편의 서스펜스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으며,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핵폭탄급 캐스팅은 클래스의 힘을 보여준다.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킬리언 머피는 연말 북미 시상식의 단골 손님이 될 정도로 인생 연기를 펼쳤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아이언맨]과는 완전 다른 연기 변신으로 드라마의 몰입감을 더했다.

놀란하면 생각나는 아이맥스 역시 영화의 완성도 아니 극장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세계 최초 흑백 아이맥스로 담은 기품 넘치는 비주얼과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오펜하이머의 인물 샷은 그 자체로 시네마의 벅찬 광경을 목격한 기분이다. 전문적인 용어와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다소 복잡한 느낌이 들지만, 극중 맨하튼 프로젝트가 던진 파장을 치열하게 담아낸 이야기는 장르적인 재미와 함께 지금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벌써부터 내년도 오스카의 주인공으로 손꼽히는 [오펜하이머], 2023년을 대표하는 영화로 먼저 인장을 남긴다. 이번만큼은 놀란 감독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