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023년 영화계는 유독 히어로 물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한 해이다. 이런 시기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DCEU(DC Extended Universe)의 마지막 라인업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개봉하였다. 이 영화는 아틀란티스의 왕이 된 아쿠아맨이 왕국에 찾아온 최악의 위기와 숨겨진 비밀 속에서 전 세계를 지키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위대한 여정을 그린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국내에서 504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자 시리즈 전편인 [아쿠아맨]의 제임스 완 감독과 제이슨 모모아를 비롯한 전작의 배우들이 모여 전편보다 더욱 강력해진 파워와 훌륭한 연기 시너지를 선보인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의 탄생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전편의 시점에서 4년이 흐른 후의 상황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아틀란티스의 왕이 된 아쿠아맨은 ‘메라'(앰버 허드)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낮에는 아틀란티스가 있는 바다로 출근하고 일이 끝나면 가족이 있는 육지의 집으로 퇴근하는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전편의 빌런이었던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마틴 2세)는 아쿠아맨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고 이 과정에서 수중세계와 지상세계를 모두 위험에 빠뜨릴 고대 아틀란티스의 유물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게 된다. 블랙 만타를 물리치기 위해 왕좌를 놓고 서로 경쟁하던 동생 ‘옴'(패트릭 윌슨)과 힘을 합친 아쿠아맨, 그들은 대결에 승리하여 위험에 빠진 세계를 구하고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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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개봉 전부터 여러 악재와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올 초 개봉했던 [샤잠! 신들의 분노]의 흥행 실패와 ‘앰버 허드’의 스캔들 등의 외부 요인들에 더해 테스트 스크리닝의 혹평으로 재촬영을 진행하는 등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다행히 올해가 끝나기 전에 개봉하는 기쁨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개봉 이후 영화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런 개봉 전의 상황으로 별다른 기대 없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관람한 필자는 의외로 전작인 [아쿠아맨]보다 더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했다. 수중에 한정되어 있던 전투신을 보여 준 전편과는 달리 물속을 비롯한 사막과 정글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전투 장면은 새로운 액션 스타일과 더 커진 스케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블랙 만타가 남용한 고대 연료 ‘오리할콘’으로 인해 세계가 직면하게 된 이상기후로 지구가 위기에 빠진다는 설정은 작금의 언론에 등장하는 월드뉴스와 오버랩 되며 리얼리티를 배가시켜 관객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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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아쿠아맨과 메라의 러브스토리와 아쿠아맨의 탄생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낸 전작과는 달리 육아와 왕국을 통치하는 아쿠아맨의 현실적인 고뇌와 동생과 협력하는 가족 간의 화해와 가족애,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바다와 육지의 공존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수중세계의 화려한 시각효과를 비롯한 다양한 액션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물론 되지도 않는 유머를 남발하는 ‘아쿠아맨’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나 봄 직한 CG로 범벅된 해적들은 실망감과 기시감을 전달하며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제임스 완 감독이 선보이는 해양과 육지를 오가는 현란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는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안기며 전편에 출연한 배우들이 선보이는 안정적인 연기는 전편과의 연속성을 이어가며 캐릭터의 존재감을 배가시킨다. 이런 이유에 더해 DCEU의 마침표를 찍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니 2023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히어로물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괜찮을 선택일 듯하다. 앞으로 이어질 DCU에서는 어떤 히어로들이 등장하여 DC의 새 출발을 견인할지 사뭇 궁금하다.

Adieu ‘아쿠아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