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영화 [웻 핫 아메리카 썸머](2001)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웨딩 크래셔](2005)에서 레이첼 맥아담스의 남자 친구로 출연하면서 존재감을 알린 배우 브래들리 쿠퍼. 이후에도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2006)와 [예스맨](2008)에서는 주인공의 절친 포지션으로 등장했고, [행오버](2009)의 흥행 성공과 함께, 어느새 주연급배우로 올라섰다. 그리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으로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이제는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 매김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해 온 그는 최근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과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의 인연과 사랑을 그린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으로 감독 겸 제작자, 동시에 배우로 돌아왔다. 감독으로 데뷔했던 [스타 이즈 본] 이후,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은 브래들리 쿠퍼, 오늘 이 시간은 배우로는 물론 제작, 기획, 감독으로 함께 이름을 올린 영화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리미트리스](2011) 기획 & 주연 ‘에디 모라’ 역

이미지: 라이언스게이트

브래들리 쿠퍼는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리미트리스]를 통해 처음으로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한 남자가 뇌의 한계를 뛰어넘어 특별한 능력을 갖게 하는 신약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우연히 먹게 된 신약으로 뇌의 기능을 100% 활용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중, 약을 노리는 사람들과 부작용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겪는 ‘에디 모라’로 출연했다. 초반에는 긴 머리카락을 묶은 채로 초췌하고도 찌질한 모습으로 등장하다가, 신약을 접한 뒤로 점차 멀끔하게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한다. 물론, 약의 부작용과 이를 노리는 이들로 인해서 겪는 불안정한 순간들을 표현하면서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브래들리 쿠퍼가 처음 기획을 맡은 작품이었는데, 당시 1억 6천만 불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능력 있는 기획자로 자리 매김하는데 성공했다. 2015년에 제작된 드라마 버전의 [리미트리스]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 총괄 프로듀서 & 주연 ‘팻 솔라타노’ 역

이미지: 와인스타인 컴퍼니

브래들리 쿠퍼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건넨 영화를 꼽자면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을 빼고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해당 영화의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으면서, 동시에 배우로 출연해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뒤, 병원에서 생활할 정도로 망가진 남자 ‘팻’과 남편의 죽음 이후, 회사 내 모든 직원과 관계를 맺은 ‘티파니’의 이야기를 그린다.

브래들리 쿠퍼는 아내와의 이별 이후, 대책 없이 망가진 남자 ‘팻 솔라타노’ 역을 맡았다. 조울증과 분노조절 장애로 인해, 새벽 3시에 부모님을 깨우고 분노를 폭발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장면처럼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상대방인 제니퍼 로렌스와 가까워지는 모습도 섬세하게 표현,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 영화는 전 세계 2억 3천만 달러의 성적을 거두어 제작비의 10배에 달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브래들리 쿠퍼에게는 배우는 물론 프로듀서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작품이었다.

[아메리칸 허슬](2013) 총괄 프로듀서 & 주연 ‘리치 디마소’ 역

이미지: 컬럼비아 픽처스

브래들리 쿠퍼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영화에 제작자이자 배우로서 다시 한번 함께한다. 그작품은 전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해,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레너까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아메리카 허슬]이다. 영화는 범죄 집단 소탕을 위해 사기꾼 커플을 기용한 FBI 요원과 그들의 표적이 된 사내의 뒤엉킨 운명을 그렸다.

브래들리 쿠퍼는 사기꾼 커플에게 협조할 수 있게끔 의뢰를 건네는 FBI 요원 ‘리치 디마소’를 연기했다. 황소 고집에 의욕이 앞서는 인물로서 영화 속 상황들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도록 하는 인물 중 하나, 외적으로도 아줌마 파마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로 변신해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인물을 완성했다. 자신의 상사도 손사래칠 정도의 괴팍한 성격을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흥미롭게 표현해 브래들리 쿠퍼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브래들리 쿠퍼는 이 작품으로 다시 한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여담으로 전작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를 포함, 브래들리 쿠퍼는 [세레나]와 [조이]에도 제니퍼 로렌스와 연달아 4편의 작품을 작업했는데, 이 때문에 스캔들에 휩싸이기도.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 제작자 & 주연 ‘크리스 카일’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시리즈물인 [행오버]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제외하고, 브래들리 쿠퍼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아메리칸 스나이퍼]이다. 전 세계 5억 4,700만 불의 대박 수익을 거뒀다. 영화는 전쟁의 종결자 네이비 실 사이에서도 전설이라고 불렸던 남자 ‘크리스 카일’이 조국을 지키고, 한 명의 전우를 더 살리기 위해 적에게 총구를 겨누며 겪는 순간들을 그린 작품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군인이며 가장이었고,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크리스 카일’ 역을 맡았다. 적군에게는 악마였지만 아군에게는 영웅이었던 크리스 카일이 전쟁터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치열하게 보여줬다. 실화가 바탕인 작품이라, 해당 인물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17kg나 증량하여 100kg에 달하는 몸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텍사스 억양을 자연스럽게 내뱉기 위해 별도의 언어 지도를 받았고, 실전 같은 총기 훈련까지 하면서 ‘크리스 카일’이라는 인물 그 자체가 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열연을 펼친 브래들리 쿠퍼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동시에 제작자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브래들리 쿠퍼가 영화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본인의 능력을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된 셈이다.

[스타 이즈 본](2019) 연출, 제작, 주연 ‘잭슨 메인’ 역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2019년, 관객들에게 배우로 익숙했던 브래들리 쿠퍼의 이미지를 바꿔준 작품이 탄생했다. [스타 탄생](1937)을 리메이크한 [스타 이즈 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브래들리 쿠퍼가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으로, 직접 주인공으로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노래에 재능을 가졌지만, 외모에 자신이 없던 무명 가수 ‘앨리’를 우연히 발견한 톱스타 ‘잭슨 메인’이 함께하며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브래들리 쿠퍼는 무명 가수였던 ‘앨리’를 발견한 톱스타이자, 동시에 점차 무너져가는 인물 ‘잭슨 메인’을 연기했다. 특히 실제로 가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노래 실력을 보여줬는데 그 결과,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레이디 가가와 함께 부른 곡 ‘Shallow’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팝 듀오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거두었다. 노래뿐 아니다, 세상을 다 가진 톱스타였지만, 정작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알코올중독자이기도 한 캐릭터를 브래들리 쿠퍼는 공감가는 연기로 그려냈다. 해당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작품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야말로 연출, 제작, 주연까지 맡은 브래들리 쿠퍼의 엄청난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작품이었다.

[나이트메어 앨리](2022) 제작, 주연 ‘스탠턴 칼라일’ 역

이미지: 디즈니

브래들리 쿠퍼의 재능은 2022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에서도 이어졌다. 영화는 성공에 목마르고 욕망으로 가득 찬 ‘스탠턴’이 사람들의 마음을 간파하는 기술로 뉴욕 상류층 상대로 부를 손에 쥐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는 서커스의 잡일부터 뉴욕의 상류층을 상대하는 일까지 이어가는 인물 ‘스탠턴 칼라일’ 역을 맡았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더 큰 성공을 꿈꾸는 인물을 연기하며 사람이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그 과정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사실 해당 캐릭터는 브래들리 쿠퍼 이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기로 결정되었으나, 일정상 출연이 불가능해지자 디카프리오가 브래들리 쿠퍼를 추천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래들리 쿠퍼는 메인 캐릭터로 중심을 잡으며,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이끌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