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슈퍼히어로 영화에게 있어서 악몽 같은 한 해였다. 마블, DC 모두한테 말이다. 마블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흥행도 거두지 못했으며 심지어 [더 마블스]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역대 최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DC 쪽도 사정은 좋지 못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플래시]는 DC 유니버스의 리셋이라는 목표 하나만 달성한 채 쓸쓸하게 퇴장했고, [샤잠! 신들의 분노]와 [블루비틀]은 개봉했는지 조자 모를 정도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런 여파 때문일까? 2024년에 DC 유니버스는 아예 없고, MCU 영화 역시 딱 한 편만 개봉한다. 세계관을 넓히기 보다는 기본을 탄탄하게 재정립할 안식년 같은 시간을 마련할 듯하다. 그 사이를 파고들 소니의 야망이 슈퍼히어로 영화팬들을 달랠 예정이다. DC 유니버스에 속하진 않았지만 어느새 DC의 희망이 된 그 빌런[?]의 컴백도 기대된다. 나름 몸을 움츠린 MCU도 지금의 위기를 바꿀 초필살기 하나는 남겨놓았다. 2023년의 실망과 부진 속에 허덕인 슈퍼히어로들, 어쩌면 올해의 실패는 내년을 위한 추진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활의 날개짓을 기대하며 2024년 극장가에서 선보일 슈퍼히어로 영화를 미리 만나보자. (개봉일은 북미 기준이다)

마담 웹 (2024년 2월 14일)

이미지: 소니 픽처스

MCU와 DC가 주춤한 사이, 내년 히어로 영화팬들을 사로잡을 브랜드는 일명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될 듯하다. 2024년에만 세 작품이 공개되어 본격적인 세계관 넓히기에 돌입한다. 그 첫번째 타자로 [스파이더맨] 탄생에 대한 기원을 밝힐 [마담 웹]이다. [스파이더맨]의 인기 캐릭터 마담 웹을 스크린에 옮겨 높은 작품으로, 갑작스럽게 미래 예지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을 쫓는 빌런을 피해, 모종의 사연으로 연결된 이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를 담았다. 예고편과 루머에 의하면 마담 웹을 비롯한 능력자들은 피터 파커를 임신한 메리 파커를 지킬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이끌어간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밝혀질 예정인데, 톰 홀랜드가 그대로 나올지 궁금하다. 여러모로 [터미네이터]와 [나비효과]를 보는 듯한 이야기 구성 속, 스파이더맨의 기원이자, 향후 세계관에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다가올 [마담 웹]을 주목해보자.

데드풀 3 (2024년 7월 26일)

이미지: 디즈니

전 세계를 호령하던 MCU의 힘이 점점 빠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2024년에는 딱 한 편만 개봉한다. 폭스를 넘어 MCU에 합류한 [데드풀 3]가 그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기대는 상당하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폭스의 [엑스맨] 유니버스가 본격적으로 MCU에 편입될 것이며, 더 나아가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까지 작품의 세계관을 키워갈 예정이다. 일단 [데드풀 3]의 힘은 여전하다. 데드풀이 곧 자신일 정도로 엄청난 싱크로유를 자랑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합류는 물론이며, [엑스맨] 시리즈에서 은퇴한 ‘울버린’ 휴잭맨이 컴백한다. 실제로 찐친인 두 사람의 구강배틀과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액션이 영화팬들을 사로잡을 예감이다. 여러모로 위기에 빠진 MCU에 이 작품이 구현할 나비효과가 어떤 전환점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데드풀 3]는 미국 배우 노조 파업 종류 후 다시 촬영을 재개했으며 내년 7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크레이븐 더 헌터 (2024년 8월 30일)

이미지: 소니 픽처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삼스파가 모인 환희의 감동적인 순간 외에도 멀티버스 차원의 틈 속에 사냥꾼의 형상을 한 묘한 그림자를 봤을 것이다. 그가 바로 스파이더맨을 쫓는 사냥꾼 ‘크레이븐 더 헌터’다. 내년 8월 30일 개봉 예정인 [크레이븐 더 헌터]는 유능한 사냥꾼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세르게이’가 어떤 사건을 겪고 빌런 ‘크레이븐’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다. MCU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퀵 실버를 맡았던 애런 테일러 존슨이 크레이븐으로 출연하며, 러셀 크로우가 세르게이의 냉정한 아버지로 나와 이야기의 무게감을 더한다. [크레이븐 더 헌터]는 [모비우스], [베놈]에 이어 [스파이더맨]의 빌런을 다크 히어로 스타일로 그려내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확장에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원작에서 스파이더맨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빌런 답게, 살생과 부도덕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데, 영화 역시 이런 점을 활용해 거침없는 R등급 액션을 예고한다. 한때 톰스파 시리즈의 메인 빌런으로도 등장할 뻔했던 크레이븐의 솔로 데뷔, 약하고 선한 히어로와는 다른 매운맛 빌런 재미를 확실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조커: 폴리 아 되 (2024년 10월 4일)

이미지: 워너 브라더스

DC는 뭉치기보다 흩어지면 더 잘한다. 유니버스와 상관없었던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토드 필립스의 [조커]가 대표적인 예다. 배트맨의 숙적이자 DC 대표 빌런인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조커]가 1편의 성공에 힘입어 독립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온다. 1편의 성공을 이끌었던 ‘조커’ 호아퀸 피닉스가 합류했고, 토드 필립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전편 못지 않은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조커]는 코믹스 원작 영화임에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후보이자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비평과 완성도면에서도 큰 이정표를 남겼다. 이번 2편에서는 조커의 연인이자 최고의 파트너 할리 퀸 역에 레이디 가가가 합류하며 광란의 파티를 예고한다. 심지어 뮤지컬 씬까지 있다고 하니, 팬들의 기대감은 더해간다. 이번 작품 역시 DC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이야기로 나올 예정이다.

베놈 3 (2024년 11월 8일)

이미지: 소니 픽처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진정한 버팀목은 [베놈]시리즈가 아닐까? 매 작품마다 알짜배기 흥행 성적을 거두며 [스파이더맨] 없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중이다. 내년 11월 8일 개봉예정인 [베놈 3]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스파이더맨 등장에 대해서는 불확실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다크 히어로가 된 베놈의 활약이 기대된다. 아직까지 많은 정보가 베일이 감춰졌지만 2편에서 예고했던 톡신이 3편의 메인 빌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 속에 촬영에 들어갔다. [베놈 1,2] 편의 각본가인 켈리 마르셀이 메가폰을 잡았고, 톰 하디가 에디 브록 역을 맡아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 작품 역시 앞의 [마담 웹]처럼 이 세계관을 이끌어갈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것이라고 루머가 돈다. 그 주인공은 톰 홀랜드가 될 지, 아니면 이전의 스파이더맨을 맡았던 배우가 될 지, 아예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지 팬들의 궁금증을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