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곰솔이

[소셜포비아]에서 인터넷 방송 BJ로 출연, 해당 영화를 본 작가에 의해 [응답하라 1988] 캐스팅되면서 인생이 180도 달라진 배우가 있다.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표현의 ‘어남류’라는 신조어와 함께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낸 배우 류준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류준열은 영화 [더 킹]부터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뺑반] [봉오동 전투] 등 다양한 상업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류준열은 영화, [외계+인 2부]로 2024년의 포문을 열 예정이다. 그는 도사 ‘무륵’으로 출연하는데, 1부에서는 충격적인 반전 결말을 보여준 바 있어, 이번에도 극의 핵심적인 캐릭터로 독특한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류준열은 이외에도 정말 많은 작품에서 특유의 연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은 그의 대표작을 정리해 본다.

[글로리데이](2016) ‘지공’ 역

이미지: 엣나인필름

류준열에게 2016년 개봉작 [글로리데이]는 독립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기념적인 작품이다. 영화는 스무 살 기념으로 첫 여행을 떠난 네 친구들이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려다 시비에 휘말려, 순식간에 사건의 주범이 되어버리며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류준열은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고 사는 재수생이지만, 자유를 추구하는 ‘지공’을 연기했다. 갑작스러운 사건의 발생과 함께, 흔들리는 우정을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보여줬다. [로봇, 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 [계춘할망] [양치기들]에서 10분 남짓의 짧은 분량으로 출연했던 것과 비교하면, 첫 주연작인 [글로리데이]는 그의 날 것 같은 청춘 연기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이다. 여담으로 당시 소속사가 없어,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타지로 이동하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도 이들과 든든한 우정을 쌓아갔다.

[독전](2018) ‘락’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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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봉한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과도 같은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이들의 전쟁을 그렸다. 독보적인 매력의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 덕분에, 극중 명대사는 아직도 드립이나 패러디로 언급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류준열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연락책 ‘락’으로 변신, 해당 조직을 쫓는 형사 ‘원호’와 함께 조직을 찾아 나서는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서 더욱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정적인 내면 연기를 해내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외로움과 공허함을 많이 느낀 것으로도 알려졌다. 덕분에 같은 시기에 촬영을 병행했던 [리틀 포레스트] 촬영장을 가면, “어디 아프냐?”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그만큼 내면으로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정적인 모습, 외면으로는 하얀 피부의 신비로운 비주얼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류준열의 열연 덕분에 [독전]은 5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돈](2019) ‘일현’ 역

이미지: 쇼박스

2019년에 개봉한 [돈]은 부자가 되고 싶은 신입 주식 브로커가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를 만나,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류준열이 단독 주연을 맡은 첫 상업 영화로,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을 연기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류준열은 평범했던 신입 브로커에서 인생 역전의 기회를 거머쥐게 되는 ‘일현’을 연기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실력파 주식 브로커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과정, 그리고 위기에 휩싸이게 되는 순간까지, 류준열은 일현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 인터뷰를 통해 액션 없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그는 [돈]에서 실시간 긴장감을 자아내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영화의 재미에 힘을 보탰다. 류준열은 해당 작품에서 좋은 연기로 런던동아시아영화제,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외계+인 1부](2022) ‘무륵’ 역

이미지: CJ ENM

2022년에 개봉한 [외계+인 1부]는 류준열을 중심으로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을 비롯한 수많은 배우가 현대와 고려의 캐릭터를 연기해 세계관을 확장한다. 영화는 인간의 몸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기 위해 630년 전으로 가게 된 가드와 이안, 그리고 고려의 얼치기 도사 무륵이 신검을 차지하려고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타짜],[암살] [도둑들]을 만든 충무로 최고의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류준열은 고려 시대의 인물로, 도술을 부릴 수 있는 부채와 그 속에 사는 고양이 콤비를 부리는 얼치기 도사 ‘무륵’을 연기했다. 류준열은 이전부터 “최동훈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힐 정도로 최동훈 감독의 팬이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까? 실제로 최동훈 감독은 류준열을 염두에 두면서 [외계+인]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캐스팅 된 류준열은 도사 캐릭터를 선보이기 위해, 체대 입시생들과 기계체조를 연습해 백덤블링과 앞돌기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코믹 연기는 마치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의 후속편 같은 분위기도 자아냈다.

[올빼미](2022) ‘경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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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개봉한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다. 인조실록에 기록된 “악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라는 문구를 상상력을 발휘해 제작한 작품이다.

류준열은 낮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밤에는 희미하게 앞을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 ‘경수’를 연기했다. [택시운전사]와 [봉오동 전투]에 이어 유해진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이전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하는 동료였다면, 이번에는 세자의 죽음으로 인해 분노하는 ‘인조’와는 감정적으로 대척점에 놓인 인물로 호흡을 맞춘다. 오히려 이 같은 시도가 색다른 케미를 발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더 탄탄하게 다졌다.

류준열은 실제 시각 장애인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한의사에게 침술 지도를 받는 등, 캐릭터의 설정을 온전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완벽하게 이야기에 녹여내며, 관객들은 경수의 또 다른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 [올빼미]에서 작품을 완전히 장악하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류준열은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황금촬영상 남우주연상 등 시상식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