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알고 있듯이 개는 훌륭하다. 하얀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개들은 아주 친근하고 매우 영리하다.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까지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도 무수하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러운데, 이따금 영화에 출연해서 명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참 대견하다. 이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개의 매력에 풍덩 빠진 배우들을 만나본다.

유승호 / [마음이…] (2006) & 송중기 / [마음이 2] (2010)

[마음이…] 쇼박스
[마음이 2]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마음이] 시리즈는 개와 소년의 우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1편 [마음이…]는 11살 나이답지 않게 듬직한 소년 찬이, 찬이의 6살 배기 떼쟁이 여동생 소이와 남매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강아지 ‘마음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속편 [마음이 2] 엄마가 된 ‘마음이’가 어리바리 악당 ‘필브라더스’에게 납치된 막내 ‘장군이’ 구출에 나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리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달이’는 국내에서 ‘마음이’로 큰 사랑을 받았던 연기견이다. [마음이] 시리즈를 통해 유승호, 송중기와 특별한 케미를 보여줬다. 1편에서 유승호는 마음이를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며, 언어를 뛰어넘는 교감을 이어간다. 달이의 실제 주인은 달이가 유승호를 지나치게 좋아했고, 유승호 또한 달이를 무척 예뻐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유승호와 달이는 [마음이…] 이후 5년 만에 영화 [블라인드]에서 재회하며 더 각별한 인연임을 증명했다. 속편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송중기는 ‘마음이’의 든든한 후원자 ‘동욱’으로 분했고, 훌쩍 커버린 마음이와 함께 한층 경쾌한 분위기의 [마음이 2]를 완성했다.

리차드 기어 / [하치 이야기] (2009)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대학교수인 파커(리차드 기어)는 퇴근길 기차역 플랫폼에서 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한 후, 아내(조앤 알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극진히 보살피고 키운다. 품종이 일본의 아키타 견임을 착안해 ‘하치’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하치는 주인을 따라 아침이면 출근길을 배웅하고 저녁이면 그 기차역에서 주인을 마중하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파커가 강의 도중 쓰러져 사망하고, 이를 알 리 없는 하치는 매일 기차역에서 그를 기다린다.

무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린 충견의 실화를 다룬 영화 [하치 이야기]. 할리우드 최고의 로맨틱 가이 리차드 기어와 지상 최고의 로맨틱견 하치의 만남이다. 매일 출퇴근을 함께 하고, 사랑 가득한 일상을 나누는 리차드 기어와 하치의 모습은 별 사건 없이도 큰 울림을 전한다. 리차드 기어는 인터뷰를 통해 “충성, 헌신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의 힘을 느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마음의 정수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무엇이 있었다”라며 국적과 세대, 언어를 뛰어넘어 깊은 교감을 나눴음을 밝혔다.

이레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4)

리틀빅픽처스, (주)대명문화공장

어느 날 갑자기 아빠와 집을 잃어버린 지소는 동생 지석이, 엄마와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한 달 째 생활 중이다.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간다는 엄마 말은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소는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기로 결심한다. 이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한다. 개를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잣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어중간한 크기 등 훔칠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레스토랑 주인인 노부인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했다.

10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견’범죄 휴먼코미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 속 아역배우 이레와 잭 러셀 테리어 ‘월리’의 엉뚱하고 귀여운 케미가 눈길을 끈다. 특별히 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 10살 아이는 그저 집을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를 이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 작은 생명체를 통해 책임감의 무게를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개와 아이의 때묻지 않은 천진난만함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따뜻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 / [도그맨] (2024)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뉴저지의 한 도심, 핑크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긴급 체포된다. 한 심리학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학대받고 개를 가족 삼아 지낸 더글러스의 비극적 운명을 재구성한다. 차가운 흙바닥만이 안식처였던 소년 시절부터 세상을 자신의 무대로 삼기까지, 그의 길고 험한 삶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자전거 타는 소년 역을 맡으며 데뷔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코엔 형제, 자비에 돌란, 짐 자무시, 뤽 베송 등 거장 감독들이 먼저 알아본 배우다. 창백하고 퇴폐적인 마스크로 어두운 역할을 많이 소화해 왔는데, 뤽 베송 감독의 신작 [도그맨]에서 연약하면서도 냉혹한 천의 얼굴 ‘더글러스’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뤽 베송 초기 명작의 독특한 스타일을 되살린 [도그맨]은 신마저 외면했지만 개를 통해 구원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는 폭스테리어, 도베르만, 그레이하운드 등 수많은 개들이 등장하며,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사람보다 나은 개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 위해 분투한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처절하고 아름다운 개와 인간의 교감이다.

윤여정 / [도그데이즈] (2024)

CJ ENM

깔끔한 성격의 계획형 싱글남 ‘민상’(유해진)과 영끌까지 모아 산 건물을 개똥밭으로 만드는 세입자 수의사 ‘진영’(김서형)는 매일이 티격태격이다. 게다가 동물병원에서 한 성격하는 할머니를 만나는데, 다름 아닌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였다. 그러던 중, 민서가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 ‘완다’를 잃어 버린다. 동네에 살고 있는 케이팝 작곡가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 가족이 완다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민서’는 자신을 구해준 MZ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와 함께 완다를 찾아 나선다.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 [도그데이즈].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국내 복귀작으로, 최초로 강아지와의 연기 호흡을 보여주게 되었다. 또 다른 주인공 유해진은 실제 애견인으로 유명하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자신의 반려견 겨울이를 소개했던 유해진은 영화 촬영장에서 겨울이를 꼭 닮은 웰시코기를 만나며,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겨울이를 더욱 떠올렸다고 한다. 배우들의 개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도그데이즈]는 2월 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