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배우 최우식은 귀여운데 웃기고, 짠한데 사랑스럽다. 엉성함마저 매력인 최우식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삐약삐약 병아리 춤을 추던 해맑은 소년이었는데 속절없는 첫사랑으로 그 해 여름을 물들이더니, 이제는 선악을 넘나드는 성숙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2월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악인을 감별하는 살인자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다. 영화와 함께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할 최우식의 작품들을 만나본다.

[거인] (2014) / 영재 역

필라멘트 픽쳐스

절망을 먹고 거인처럼 자란 소년이 전하는 몹시 아팠던 청춘의 이야기 [거인]. 구역질 나는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자란 열일곱 ‘영재는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무책임한 아버지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조하다. 선량을 베푸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어주며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살갑게 굴지만, 남몰래 후원물품을 훔쳐 팔기도 하고, 거짓말로 친구를 배신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눈칫밥 먹으며 살기 바쁜 영재에게 아버지는 동생마저 떠맡기려 하고, 영재는 참을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폭발한다.

대중이 아직 최우식을 아이돌인지 가수인지 배우인지 모르던 시절, 영화 [거인]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무척 연약해 보이며, 어딘가 짠해 보이는 최우식은 절망적이고 암울한 상황에 놓인 소년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그 순간의 감정을 느껴서 연기하는 최우식에게 ‘감정이 건강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던 그의 절박함은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졌고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부산행] (2016) / 민영국 역

(주)NEW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42KM.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가 펼쳐진다.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에서 최우식은 용감하고 패기 넘치는 야구부 소년으로 등장한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거인]을 보고 최우식을 캐스팅했고,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최우식은 동안의 얼굴로 위화감 없이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했다. 겁에 질린 얼굴로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모습, 감염된 친구들을 공격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 극중 소꿉친구 안소희와 보여주는 케미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행]은 개봉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우식의 필모그래피 중 첫 천만 영화가 되었다.

[마녀] (2018) / 귀공자 역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10년 전 의문의 사고가 일어난 시설에서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은 ‘자윤’.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자신을 거두고 키워준 노부부의 보살핌으로 씩씩하고 밝은 여고생으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의문의 인물 ‘귀공자’가 자윤의 주변을 맴돌며 날카롭게 지켜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라진 아이를 찾던 ‘닥터 백’과 ‘미스터 최’까지,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의 등장으로 자윤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최우식은 영화 [마녀]에서 극악무도한 살인병기 ‘귀공자’를 연기하며 생애 첫 악역 연기를 펼쳤다. 이 역할은 최우식의 리즈 시절에서 빠질 수 없는데, 악역임에도 반전 퇴폐미로 여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귀공자는 본래 차갑고 날카롭기만 한 성격의 캐릭터였으나 최우식의 해석을 통해 장난스럽고 능글맞은 성격도 갖게 되었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영어가 유창한 최우식은 몇몇 한국어 대사들을 직접 영어로 바꾸는 등 적극적인 캐릭터 해석을 펼쳤다. [마녀]에서 경쟁 구도였던 김다미와는 이후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연인으로 재회하며 색다른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기생충] (2019) / 김기우 역

CJ ENM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생충]의 최대 수혜자는 최우식이 아닐까? 분량이 가장 많아 ‘최분량’으로 불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옥자] 이후 봉준호 감독과 재회한 최우식은 특유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국내외에서 많은 호평을 얻었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 촬영 당시부터 기우 역에 최우식을 점쳐뒀는데, 착하고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끈질긴 느낌도 있는 묘한 매력이 기우와 닮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기생충]은 작품성도 인정받으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최우식은 [부산행]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를 얻게 되었다.

[사냥의 시간] (2020) / 기훈 역

NETFLIX

희망 없는 도시,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가족 같은 친구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 그리고 ‘상수’(박정민)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도 잠시, 정체불명의 추격자가 나타나 목숨을 노리며 이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네 친구들은 놈의 사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심장을 조여오는 지옥 같은 사냥의 시간이 시작된다.

[사냥의 시간]은 불안한 소년들의 세계를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의 작품이다. [파수꾼]의 주역 이제훈, 박정민을 비롯해 안재홍, 최우식이라는 독립영화계 스타들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서 최우식은 이전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믿음과 의리를 잃지 않는 기훈은 거칠지만 불안하고, 무력하지만 반항적이다. 과감한 타투와 염색 등 외적인 변신을 꾀한 것은 물론, 연기의 분위기 또한 사뭇 달라진 것이 보인다. 명암이 공존하는 얼굴로 나날이 캐릭터의 영역을 넓혀가는 최우식이 언젠가는 자신이 꿈꾸는 ‘로코킹’ 타이틀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