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원작 로맨틱 코미디 [웨딩 임파서블]은 한 무명 배우가 15년지기 친구에게 ‘계약결혼’ 제안을 받고,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 예비 시동생과 끊임없이 부딪히다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단역을 전전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진 않았던 아정(전종서)은 오랜 친구인 도한(김도완)이 재벌 3세라는 걸 뒤늦게 알고, 그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계약결혼에 동의한다. 아정이 이 역대급 사기극을 성공시키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은 도한의 동생 지한(문상민)이다. 지한은 형이 할아버지의 기업을 물려받게 하기 위해 모든 판을 다 짜놨는데, 도한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난관에 봉착한다. 그는 형에게서 아정을 떼놓기 위해 온갖 수를 쓰지만, 되려 자신이 아정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미지: tvN

[웨딩 임파서블]은 계약결혼으로 얽힌 예비 시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깜찍한 결혼소동이 일으킨 로맨스가 중심이다. 하지만 이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게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하며 괴롭힘과 부당한 대우를 묵묵하게 견뎌야만 했던 아정의 성격, 계약 결혼을 추진해야만 하는 도한의 속사정, 지한이 사랑하는 형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안겨주려 하는 이유 등이 가볍지 않게 그려진다. 이들이 지금까지 한 선택을 들여다보면, 누가 보기엔 이해하지 못할 만한 ‘시동생의 결혼 훼방’ 미션이 어떻게 보면 가장 희생적이고 로맨틱하게 보인다.

그러다 보니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는 전복되고, 캐릭터와 작품의 매력이 드러난다.  남들이 보기에 평생 얻지 못할 행운을 누리게 될 아정은 결혼을 하네 마네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대범하고 통 큰 면모를 드러낸다. 시청자에겐 아정이 오히려 탑에 갇힌 왕자를 구하는 ‘백마 탄 공주’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에 더 멋진 아정에게 빠져드는 지한의 감정에 주목하고, 기존의 K-로코 공식에서 벗어나 남자주인공이 사랑에 설레는 과정을 공감하면서 따라간다.

다만 감정이 깊어지는 가운데 등장하는 K-로코 속 ‘뻔한 장치’의 효과가 크지 않다. 드라마에서 한 번쯤 나올 법한 고전적인 장면은 다 나오는데, 그 부분의 임팩트가 작은 편이라 굳이 드라마에 넣었어야 했는가 의문도 있다. 지한이 아정의 자존감을 높여주려 자신의 재력으로 복수하는 스토리는 너무 뻔하고(역시나 아정 또한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넘어지는 아정을 지한이 잡아주며 두 사람의 눈이 맞는 장면도 굳이 넣어야 할까 싶다. 오히려 아정과 지한이 서로의 의도를 오해하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더 재미있고, 만나기만 하면 설레기보단 싸우느라 바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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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와 문상민, 두 배우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들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했다. 전종서는 주로 영화에서 자유롭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기에, 그리고 문상민은 [슈룹]과 [방과후 전쟁활동] 이후 바로 주연을 맡으며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두 사람의 연기는 여러 기사에서 ‘논란’이라 언급할 만큼 나쁘진 않지만, 작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만큼의 파워가 있진 않다. 신선함과 특유의 매력은 빛나지만, 이 작품, 나아가 이 장르의 전형성이 주는 ‘아는 맛’을 짜릿하게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회차가 거듭될수록 연기는 안정되고 그들의 방식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지한과 아정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 두 배우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총 12회의 절반까지 온 [웨딩 임파서블]은 지금까지 예비 형수-시동생으로 시작한 두 남녀의 관계가 점점 변하는 모습을 지한의 감정을 중심으로 그렸다. 이제는 그동안 지한의 변화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아정의 진심을 들여다볼 차례다. 과연 아정은 결혼이 진행되며 ‘엉망진창’이 될 관계에서 지한에게 끌리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이미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된 아정과 지한의 로맨스는 어떤 위기를 겪으며 단단해질까?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