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 평범한 소시민, 사람 좋아 보이는 누구이지만, 화나면 진짜 무서운 이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 용어[?]로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라고 한다.  평소에는 미소 가득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 악당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진짜 실력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당할 때도 말이다. 그들의 야수성을 깨우는 것은 악마들이 소중한 친구, 이웃 그리고 가족을 건드릴 때다. 한번 폭주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반전 매력, 여기에 자비 없이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는 모습에는 사이다 쾌감까지! 영화 속 힘숨찐들의 매력을 살펴보자.

비키퍼 – 제이슨 스타뎀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데이비드 예이어 감독의 [비키퍼]는 과거를 숨긴 채 한적한 시골에서 양봉업자로 살고 있던 주인공이 소중한 이웃의 자살 사건에 보이싱 피싱 조직이 관련 있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이슨 스타뎀이 한때 법 위에 있는 비밀기관 ‘비키퍼’의 전설적인 요원이었지만, 지금은 양봉업자를 하며 한적하게 살고 있는 주인공 애덤 역을 맡았다.

[비키퍼]에서 제이슨 스타뎀은 그야말로 자비 없는 권선징악 액션을 선보인다. 보이스피싱 사무실에 들어가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물을 폭발하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이에 계속되는 조직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마치 기계처럼 효율적이고 강력한 타격감을 선사하며 악당들을 섬멸한다. 제이슨 스타뎀의 쿨하면서도 비소 가득한 구강 배틀과 함께 말이다. 여러모로 [비키퍼]에서 제이슨 스타뎀은 보는 이의 고구마를 화끈하게 날릴 사이다를 보여준다. 보이스피싱 사건이 극중이 아니라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무거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비키퍼]의 애덤의 활약상에 모두가 환호를 보낼 듯하다.

아저씨 – 원빈

한국영화 속 힘숨찐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꼽을 때 [아저씨]의 원빈을 빼고 말할 수 있을까? 2009년작 [아저씨]는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꾸려가며 외롭게 살아가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이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옆집 소녀 소미를 위해 다시 한번 총을 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빈은 자신의 임무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상처를 지닌 태식 역을 맡아서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분노 가득한 액션을 드러낸다. 특히 자신을 버린 세상처럼, 그곳에서 마음 둘 곳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소미와 서툴지만, 따스한 소통을 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덕분에 혈연관계도 아닌 소미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태식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관객들은 그의 고군분투에 감정이입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자기 머리를 깎고,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은 액션 연기까지 선보인 원빈의 노력이 가장 컸다. 이 작품에서 인생 연기를 펼친 원빈은 대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하루빨리 원빈이 좋은 작품과 함께 우리 앞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다.

노바디 – 밥 오덴커크

평범한 가족의 평범한 가장이자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허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대응 한 번 하지 못한 채 당하고 만다. 더 큰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모두들 무능력하고, 비겁하다고 그를 비난하는데, 허치는 속으로 이렇게 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 줄 알아?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야!” 이 말은 허세나 거짓말이 아니다. 허치를 화나게 하는 자, 이승 사표, 저승 입사일지도 모르겠다.

[노바디]의 허치는 [존 윅]의 아재 버전 같다.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강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 소시민적이다. 이 때문에 가족들한테 무시당하고, 찬밥 대우가 그냥 일상이다. 그런데 이 분 화나면 정말 무서운 분이다. 미국 펜타곤에서까지 그의 정보를 극비로 하고 있는 사람. 조용하게 살아가던 그를 깨운 이들은 그야말로 미친 개에게 제대로 물어 뜯기고 만다. [노바디]에서 힘숨찐 허치 역을 맡은 배우는 밥 오덴커크. [브레이킹 배드]의 스핀 오프 [베터 콜 사울]의 사울 굿맨 역으로 유명한 연기자다. [노바디]에서 그는 사람 좋은 표정 뒤로 한번 꼭지 돌아가면 인정 사정없는 노바디의 모습을 미친 연기로 표현한다. 다른 힘숨찐들이 상처 하나 없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것에 비해 [노바디]의 허치는 오히려 맞으면서 더 쾌감을 느끼며 저돌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점이 홀연 단신으로 적을 일망 타진하는 다른 이들보다 가장의 무게를 몸소 느끼며 가족을 위해 온 몸을 바치는 모습으로 다가와 짠하기도 하다.

존 윅 – 키아누 리브스

힘숨찐이라는 단어를 보고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가 있다면? 그렇다. 우리들의 미스터 윅, 존 윅이다. 한때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냉혹한 킬러였지만, 지금은 먼저 떠난 아내의 유언대로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다. 한적한 곳에서 아내가 남긴 강아지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고 했지만, 자신의 자동차에 눈독을 들인 이들에게 기습을 당해 크게 다친다. 몸이 좀 상처 입은 것은 상관 없다. 문제는 아내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강아지가 이들 손에 죽었다는 것. 다시는 총을 들지 않겠다고 아내한테 다짐했지만 존 윅은 그만 그 결심을 깨고 만다. 위험해! 존 윅한테 하는 소리냐고? 아니, 존 윅을 건든 악인들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2014년 1편을 시작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며 수 많은 속편과 스핀 오프를 내놓고 있는 [존 윅]시리즈. 이 같은 성공에는 존 윅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의 존재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존 윅]의 출연 전 키아누 리브스의 커리어는 그리 좋지 못했다. 하는 영화마다 잘 안되고,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서도 점점 그의 자리가 좁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인생 캐릭터 [존 윅]을 맡으면서 액션 영화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였고, 자신 역시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로 부활했다. 주인공 캐릭터의 액션, 대사, 감정 등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의 멋진 수트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한다. 단순한 복수에서 이제는 한 조직, 아니 극중 세계관 자체를 무너뜨리는 거대한 히어로로 성장한 존 윅, 키아누 리브스의 열연이 계속되는 한 [존 윅]의 사이다 액션은 계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