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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ackson McHenry
translated by 겨울달

요즘 넷플릭스의 TV 시리즈에선 매사에 서투르지만 옳은 일을 하려다가 일이 잘못되면서 혼자 괴로워하는 영국 소년을 만날 수 있다. 마르고 창백하다. 선천적으로 똑똑하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들과 이야기할 땐 헛발질을 잘한다. 고등학생이지만 좀 더 나이 많은 배우가 연기하고, CW 드라마 속 미국 고등학생들과 달리 단백질 파우더와 고강도 인터벌 운동 광고 모델처럼 탄탄한 몸매를 보여주진 않는다. 바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에이사 버터필드, 아니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핀 화이트헤드, 아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알렉스 로더를 말하는 것이다.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호수의 요정처럼, 넷플릭스의 신비로운 알고리즘 기반 의사 결정 과정은 TV 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 상을 만든 듯하다. 바로 ‘여린 영국 소년’ 타입이다. 이런 캐릭터 유형은 이전에도 존재해 왔지만, ‘슬림한 퀴어 소년’ 캐릭터가 부상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영국 TV 시리즈가 미국화되는 등 여러 트렌드가 교차하는 가운데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들은 종종 퀴어로 인식되지만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남성 모두에게 어필하는 적절한 퀴어함을 보여준다. 주로 백인이지만 영국적 특징인 예의바름과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여린 영국 소년들은 다정하고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여린 영국 소년 타입은 그와 그의 영국적 삶을 몇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이미지: 넷플릭스

에이사 버터필드가 질리안 앤더슨이 연기하는 섹스 치료사의 아들로 등장하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 여린 영국 소년은 가장 명확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극의 중심이 된다. 오티스는 자위도 힘겨워하지만 어쩌다가 고등학교 모든 친구들에게 섹스 관련 조언을 해 준다. 오티스는 외톨이 소녀 메이브(엠마 맥케이)와 친해지고 반하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은 이른바 ‘찐따’이고 메이브는 마고 로비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티스를 응원하는데, TV 속 기준으로는 그가 ‘찐따’일지 몰라도, 현실 기준으로는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에이사 버터필드가 마치 멋들어진 주문을 외우는 요정처럼 멋진 눈을 가진 것도 한몫한다.

영국 드라마가 보통 BBC나 ITV에서 만든 후 미국에 수입됐다면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넷플릭스에서 시작됐다. 크리에이터 로리 선에 따르면 드라마는 “10대들이 섹스 치료사에게 10대의 성생활을 상담하는” 채널 4 방영 다큐멘터리에서 일정 부분 영감을 받았다. 드라마 자체도 영국 드라마의 방대한 콘셉트에 기반해, [스킨스]나 [연애의 부작용]에 졸업 파티나 스타디움 점퍼 등 존 휴즈식 80년대 미국 스타일을 섞었다. 이런 맥락에서 여린 영국 소년 캐릭터는 특히 영국인이 아닌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일 만한 접근 지점을 제공한다. 섹스에 대해서 말하는 찐따? 그건 지루하다. 찐따가 영국 악센트로 섹스를 ‘섀깅(Shagging)’이라고 부른다면? 정말 다정해 보인다.

넷플릭스 속 ‘여린 영국 소년’의 또 다른 예라면 [빌어먹을 세상 따위]에서 알렉스 로더가 연기하는 귀여운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아마도) 사이코패스 ‘제임스’일 것이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에서 우리는 핀 화이트헤드([덩케르크] 해리 스타일스 말고 걔)가 아버지를 죽이거나 차를 컴퓨터에 쏟게 선택한다. 더 어두운 맥락에서 이런 캐릭터는 시청자의 동정심을 얻어내는 역할을 한다. 소년들은 종종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에 잘 빠지며 시청자의 이해에 의존한다. 여린 영국 소년 캐릭터의 핵심 요소는 바로 시청자가 그를 처음부터 이해한다는 지능적 만족감이다.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의 참가자 다수가 여린 영국 소년이다. 그들이 페이스트리를 어색하게 쌓아갈수록 반응이 좋다. [맘마 미아]의 휴 스키너도 여린 영국 소년을 연기했다. [히어 위 고 어게인]과 [W1A]에도, 과장된 패러디 캐릭터가 등장하는 [플리백]도 마찬가지다. 피비 월러-브릿지는 이런 타입을 놀리는게 재미있는지 [킬링 이브]의 케니, [크래싱]의 프레드에도 여린 영국 소년 캐릭터를 넣었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곳, 좀 더 날카롭고 통렬한 [데리 걸스]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북아일랜드 여자 학교에 다니는 어색한 ‘영국 남자애’ 제임스(딜런 르웰린)가 있다. 데브 파텔 또한 머리를 덥수룩하게 기르고 섹시 가이가 되기 전까진 여린 영국 소년 타입이었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한 세대가 ‘해리 포터’에 반하게 했고, 이제 반백 머리가 된 해리는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서 마찬가지로 여린 소년을 낳았다. 조니 플린 주연 [연애의 부작용]은 한창때가 지난 여린 영국 소년 이야기다. 누군가 여린 영국 남자 타입인지 궁금하다면 그들이 이야기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지, 아르테미스 파울이나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에서 터키쉬 딜라이트에 자기 가족을 팔아넘긴 에드먼드가 어른이 된 모습과 비슷할지 생각해 보면 된다.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벤 휘쇼는 최초의 여린 영국 소년 타입이었다. 그의 영국적 여림은 이젠 모든 여림의 전형이 됐지만, 휘쇼는 영국적 ‘여린 소년다움’을 고려하는 누군가에겐 유용한 길잡이다. 이후 휘쇼는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처럼 섹시함을 입거나 [패딩턴 2]처럼 완전히 다른 형태에서 부드러움의 정점을 찍기도 한다. 휘쇼에겐 어색함, 친근함, 그리고 선천적인 선함이 내재돼 있다. 또한 백인이며, 그가 맡은 많은 캐릭터와 여린 영국 소년들이 그렇듯 그의 창백함은 본질적인 섬세함과 관련 있다. 여기서 백인성은 피터팬 신드롬과 만난다. 여린 영국 소년들은 20대라도 소년이지 남자가 아니며, 언제나 어른의 세계와 어느 정도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휘쇼는 퀴어 예술에 관심을 가졌고, 여린 소년 타입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지능적 힘이 있었다. 휘쇼는 동성애자다. ‘슬림한 퀴어 소년’ 캐릭터가 보통 그렇듯 여린 영국 소년 다수도 동성애자로 나오지만 명백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여린 영국 소년은 모든 이들을 위한 캐릭터다. 그래서 소년의 날카로움은 뭉툭하게 다듬어지고, 남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는 이미 편안함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기에 이야기의 활력이나 열망이 가득한 캐릭터로 당신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이는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 등 당신이 골동품 가구와 [호빗]을 모두 묘사할 만한 단어와 연관 있는 이미지를 투영하는 캐릭터를 쓰고 배우를 캐스팅하며 얻는 인센티브다.

스트리밍 TV 서비스처럼 이런 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에서 여린 영국 소년의 조용한 매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이 당신을 집에서 벗어나 극장에 가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편안한 시청을 원하는 당신의 스트리밍 재생 목록의 상단에 오를 캐릭터를 고르라면 단연 여린 영국 소년이 될 것이다. 영국다움을 완벽하게 구현한 그는 실재라기엔 너무 멋지지만, 멋진 스웨터를 입고 서투르게 차를 권하며 당신의 곁에 존재할 것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Why Are British Soft Boys Taking Over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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