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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한 뼘 늘리는 넷플릭스 콘텐츠

올해 들어 뉴스레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뉴스레터는 넘쳐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이용자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질 만한 정보를 선별해서 이메일로 발송하는 서비스다. 원하는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고, 기존의 언론사처럼 정부나 대기업의 영향력은 받지 않는다. 핵심 정보는 놓치지 않으면서 정보를 보기 쉽게 응축해서 전달하는 것도 뉴스레터의 매력이다.

뉴스레터의 부상은 사람들이 정보에 목말라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취합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뉴스레터가 정보를 텍스트화해서 정제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넷플릭스는 이를 영상으로 구현한다. 넷플릭스의 풍부한 라이브러리에는 영화와 드라마 외에도 역사, 사회, 문화,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이 자발적인 흥미를 유도하고 미처 몰랐던 관점을 제시해주는 ‘상식을 한 뼘 늘릴 수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보고 소개한다. 해당 작품을 보고 난 후에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콘텐츠도 함께 소개하니 찜 리스트에 추가해두자.

부패의 맛(Rotten) ★★★☆

이미지: 넷플릭스

에피소드: 편당 55분 내외 / 각 6부작 / 시즌 1~2

다루는 주제: 밥상에 오르기까지 식품 산업 경제의 숨은 힘을 탐구한다.

에디터 현정: 때로 양심의 가책에 괴롭다 해도 [부패의 맛]은 지나치면 아쉬운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최근 공개된 시즌 2까지 총 12편의 에피소드는 꿀벌, 견과류, 마늘, 닭, 우유, 대구, 아보카도, 포도, 물, 설탕, 초콜릿, 대마가 소비자와 만나기까지 생산 과정에 초점을 맞춰 규모의 경제를 피해 가기 힘든 식품 산업의 현주소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부패의 맛]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두는 곳은 수익성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 자리한 부당한 생산 체계의 민낯을 들추어내는 것이다. 식품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는 소비자가 추구하는 맛(건강)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강하다. 시즌 1은 다윗과 골리앗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루는 식품은 달라도 노른자 수익을 둘러싼 경쟁 속에 소규모 영세 생산자들이 직면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공개된 시즌 2는 여전히 일관된 주제로 나아가면서 관점의 폭을 보다 확대했다. 식품 산업 경쟁은 이제 환경오염과 훼손, 현대판 노예제도를 야기한다.

[부패의 맛]은 균형 잡힌 시각으로 특정 식품 산업 전반을 다루며, 단순히 안전한 먹거리를 걱정했던 우리에게 보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고민거리를 던진다.

강추 에피소드: 시즌 2 – 3화 ‘물을 거래하다’

수돗물보다 생수가 편하고 안전하고 여기는 소비자가 간과하는 사실을 알려준다.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다 먹고 버려진 통은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세계적인 규모의 식품 기업 네슬레의 사례를 들어 수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한다. 편리성에 눈을 감자니 생수 생산지도 걱정스럽고, 수많은 페트병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도 궁금해진다. 또한 생수를 비롯해 낭비하듯 쓰는 물이 어딘가에서는 귀하고 부족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괴롭고,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언급되었던 수도 민영화의 씁쓸한 영향력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언젠가 우리도 수자원 전쟁에 직면할 건데, 물을 너무 쉽게 쓰고 버리는 게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플린트 타운(8부작), 검은 돈(6부작), 거대한 해킹(114분),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97분)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Explained) ★★★★

이미지: 넷플릭스

에피소드: 편당 20분 내외 / 시즌 1~2

다루는 주제: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을 설명해 드립니다.

에디터 혜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저널리즘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도산되기도 하며, 신생 기업이 네트워크와 뉴스의 개념을 새롭게 상상하며 변화를 가져온다. 그 사이에 Vox라는 기업이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알아야 할 이슈를 해석, 정리하면서 밀레니얼을 위한 뉴스 매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퀄리티 높은 비디오 콘텐츠는 유튜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익스플레인: 세상을 해설하다]는 Vox가 그동안 해 왔던 것을 넷플릭스에 적합한 형태로 만든 시리즈다. 주로 5~10분 정도로 만들었던 영상 콘텐츠를 넷플릭스라는 매체에 맞게 더 길게, 더 깊게 탐구한다. 20분이란 시간은 한 이슈의 전반적 내용을 파악하고 더 많이 알고 싶다고 마음먹게 하는 데 충분하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하는, 또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들을 다룬다. 왜 물이 부족한가? 왜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가? 인류는 영원히 살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 K-팝, 점성술, 대마초, 크리켓 등 흥미로운 잡학 지식을 커버한다. 정치적 올바름, 암호화폐, 맞춤형 DNA, 여성의 쾌락 등 논쟁적인 주제도 다룬다. 그래서 가끔씩 ‘용감하다’라며 감탄이 나오는 순간도 있다.

강추 에피소드: 시즌 2-1 믿음의 함정

무엇인가를 믿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현혹하고 이용하는, 사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교의 속성, 신도를 모으는 전략을 분석하고, 사람들이 사교에 빠져드는 이유를 지적한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사교’가 이제는 찰스 맨슨의 패거리나 일본의 옴진리교처럼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이 필요 없고,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라는 강력한 전파 기구가 있다면 지도자 없이도 컬트가 만들어진다. 소위 ‘인셀’이라 부른 이들도 외로움과 소외를 겪는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 모여 자기 자신과 여성,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웠다. 랜선을 타고 흐르는 악마의 속삭임이 설사 무시할 만큼 작아도, 토론토에서 시민 10명을 살해한 알렉 미나시안, 플로리다의 요가학원에서 총기를 난사한 스콧 폴 베이얼 같은 사람을 또다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4부작), 팔로우 어스: 우리 지금 세계(시즌 3, 각 7부작), 하산 미나즈 쇼: 이런 앵글(시즌 4)

리빙 언도큐먼티드: 표적이 된 사람들(Living Undocumented) ★★★☆

이미지: 넷플릭스

에피소드: 편당 40분 내외 / 6부작 / 시즌 1

다루는 주제: 미국 불법 이민자들의 삶과 투쟁을 다룬다.

에디터 홍선: [리빙 언도큐먼티드: 표적이 된 사람들] (이하 ‘리빙 언도큐먼티드’)는 미국이 미승인 한 이민자, 즉 불법 이민자의 삶과 투쟁을 다큐멘터리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민국에 감금된 아내를 만나려 가지만 자신도 체포될지도 모르는 온두라스 출신 남편, 지난 대선 때 불법 이민자 추방에 찬성한 트럼프를 뽑은 미국인 남편과 그런 남편을 원망하는 멕시코 출신 아내, 연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건실한 사업의 대표이지만 비행기조차 제대로 탈 수 없는 이스라엘 출신의 사업가, 마약 카르텔의 살해 협박을 피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콜롬비아 가족 등 여러 사연을 소개한다.

냉정하게 보자면 (어쨌든) 법을 무시한 이들을 측은하게만 대할 수 없지만, 희망과 자유를 꿈꾸며 넘어온 아메리카 드림이 불법 이민이라는 낙인 속에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조여 오는 현실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 [리빙 언도큐먼티드]는 노골적으로 트럼프는 나쁘고, 이들을 보살피자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들의 강제소환 과정을 긴박하게 담아내어 의외의 긴장감도 보여준다. 픽션이리면 장르적인 재미를 가진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실제를 담은 다큐멘터리며 그들에게는 절망의 현주소임을 더 확고하게 말한다.

지금도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의견은 추방과 포용으로 대립된다. [리빙 언도큐먼티드]는 양분된 의견 속에 누가 옳고 그름이 아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걱정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불법 이민자’라는 낙인이 아닌, 어느 곳에서 나름의 역사를 가진 ‘사람’이었음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강추 에피소드: 3부 추방의 날
3부는 법 집행으로 딸과 함께 멕시코로 추방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그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인데, 가족 중에서 누군가는 미국 시민권자로 누군가는 불법 이민자로 갈라져야 하는 현실을 통해 왜 [리빙 언도큐먼티드]라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는지 느낄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트럼프: 미국인의 꿈 (4부작), 이민자 (118분), 난민 (23분), 미국 시민권 프로젝트: 이민자 이야기 (34분), 칼리프: 나는 무죄다 (6부작)

닥터 샌더스의 위대한 진단(Diagnosis) ★★★☆

이미지: 넷플릭스

에피소드: 편당 45분 내외 / 7부작

다루는 주제: 현대 의학이 풀지 못한 희귀 사례를 집단 지성으로 ‘진단’하는 과정을 그린다.

에디터 영준: 미드 [하우스] 팬이라면 반드시 볼 것. [닥터 샌더스의 위대한 진단]은 리사 샌더스의 뉴욕 타임즈 연재 칼럼을 바탕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로 수년간 고통받았던 이들의 사례를 전 세계인과 함께 풀어나간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샌더스의 칼럼은 [하우스] 시리즈의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차용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는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환자가 앓는 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첨단 기기의 발전과 이에 대한 맹신 때문에 의외로 소홀하게 지나칠 수 있음을 짚는다. 첫 시즌은 한 에피소드 당 하나의 사례를 다룬다. 의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증상으로 힘겨워했던(혹은 현재 진행형인) 이들이 자신의 일인 양 돕는 모습은 감동적이고, 진단이 나오는 순간은 추리물을 보는 듯 긴장감 넘친다.

다만 매 화 시작하기에 앞서 ‘재미와 정보 전달을 위한 시리즈일 뿐, 의학 조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문구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적인 의학 다큐멘터리를 기대하거나, 혹은 환자들이 완치된 모습을 보는 것까지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다수가 머리를 맞대고 진단하는 과정에 집중했으며, 치료 여부는 결국 환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증상도 있고 말이다.

강추 에피소드: 1-4화 ‘공유와 공감’

신체의 모든 활동이 일시 정지되는 발작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겪는 여섯 살 소녀 카마이야의 이야기. 카마이야가 진단받은 ‘KCNMA1 유전자 변이’는 굉장히 희귀한 사례여서 아직까지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좌절하려는 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데, 평생을 KCNMA1 유전자 연구에 몰두한 생리학 박사와 같은 질환을 앓는 아이의 보호자들이 모인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이다. 아쉽게도 이들이 뭉친다고 지금 당장 치료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오는 용기와,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마침내 정보를 ‘공유’하고 상황을 ‘공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 에피소드가 가져다준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칼날 위에 서다: 첨단 의학의 덫(100분), 위드 더 피플(94분), 셜록(4개 시즌)

도전! 협소 주택(Tiny House Nation) ★★★☆

이미지: 넷플릭스

에피소드: 편당 40분 / 각 7부작 / 1~2부

다루는 주제: 호스트 존 와이스바스와 협소 주택 전문가 잭 기핀이 협소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그들을 위한 집을 완성한다.

에디터 원희: 미국 전역에 큰 주택에서 벗어나 작은 집에 거주하는, 일명 협소 주택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협소 주택이란 단순히 작은 집이 아니라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로 지은 집을 말한다. [도전! 협소 주택]에 출연하는 다양한 지원자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정으로 원래 살던 집에서 협소 주택으로 이사하기를 희망하고, 존과 잭은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지원자들의 희망 사항을 반영해 멋진 협소 주택을 짓는다.

금전적인 문제로 협소 주택을 택한 가족부터 살던 곳을 잃고 새집으로 가야만 하는 가족까지 저마다의 사연도 다양하다. 이들이 협소 주택에서 살기로 결정한 이후 처음 맞이하는 과제는 바로 정말 필요한 물건만 챙기는 것이다.

지원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존과 잭에게도 커다란 미션이 주어진다. 지원자가 바라는 희망사항은 협소 주택에서는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잠시, 협소 주택 전문가 잭이 언제나 기발한 해답을 제시한다. 여러 가지 가구를 대부분 직접 제작하는데, 작은 틈새와 빈 곳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최대한으로 다양한 수납공간을 만들어낸다. 생각지도 못한 공간 활용 방법이 놀라울 뿐만 아니라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 구성도 아름답다.

강추 에피소드: 시즌 2 – 6화 ‘돼지와 함께 춤을’

모든 에피소드마다 완성된 협소 주택의 모습도 훌륭하고 지원자의 감동적인 사연도 여럿 등장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강력 추천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돼지와 함께 춤을’ 편이다. 다른 지원자들은 바퀴 달린 컨테이너를 기반으로 협소 주택을 만들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노부부는 독특하게도 스쿨버스를 개조해서 협소 주택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한다. 다른 이동 컨테이너와는 달리 천장도 낮고 구조도 직사각형으로 단조로운데, 의자와 엔진을 제거하고 보헤미안풍의 인테리어로 조성해 볕이 잘 드는 아늑한 집을 완성한다. 주택의 내부뿐만 아니라 마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널찍한 부엌과 난로가 구비된 야외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으며, 역시나 잭의 기발함과 창의성이 곳곳에서 돋보인다.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시즌 3, 각 4부작), 어메이징 인테리어(12부작),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7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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