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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크라운]이 시즌 3로 돌아온다.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기간을 약 10년을 단위로 다루며 2차 세계 대전 후 영국 왕실과 영국 정치, 경제, 사회를 탐구한다. 화려한 궁전, 우아한 복식,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시선을 끌지만, ‘날 때부터 셀러브리티’이지만 정작 우리는 잘 모르는 왕과 왕족의 내밀한 사연이 가장 흥미롭다. 스캔들과 막장, 정치와 경제를 섬세하고 우아하게 다루는 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크라운]은 넷플릭스의 중요한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새 시즌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주연 배우를 교체하는 ‘과감한 선택’은 이미 잘 알려졌다. 클레어 포이, 맷 스미스, 바네사 커비 등 지난 2개 시즌을 이끈 젊은 배우들이 하차하고, 올리비아 콜맨, 토바이어스 멘지스, 헬레나 본햄-카터가 새 시리즈를 이끈다. 스토리 또한 이전 시즌보다 극적이고 흥미롭다. 영국 정치, 경제, 사회가 극심한 변화를 겪을 뿐 아니라, 현대 영국 왕실의 스캔들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일요일(17일) 공개될 새 시즌에서 어떤 것들을 볼 수 있을지 정리했다.

배우가 바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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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운] 시즌 1~2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엘리자베스 젊은 시절을 다뤘다. 클레어 포이가 엘리자베스 여왕, 맷 스미스가 필립 공, 바네사 커비가 마거릿 공주를 연기했다. 하지만 이들은 처음 출연 확정 때부터 2개 시즌만 출연하고, 시즌 3에는 배우가 바뀐다고 알려졌다. 제작자 피터 모건은 배우를 바꾼 것에 대해 “얼굴 분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와 몸짓이 있다. 이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우를 바꾸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지만, 배우를 교체하는 리스크가 너무나 큰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즌 3 캐스팅 소식이 하나 둘 전해지며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콜맨이 엘리자베스 2세를, 헬레나 본햄-카터가 마거릿 공주를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보다 훌륭한 캐스팅은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게다가 스틸샷이 공개됐을 때 실존 인물과 너무나 비슷하게 변신해, 곧 공개될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엘리자베스 2세의 부군, 필립 공은 드라마 [아웃랜더]로 인지도를 쌓은 토바이어스 멘지스가 스케줄 문제로 하차한 폴 베타니를 대신해 출연한다.

세 사람 외에도 뛰어난 배우들이 새 시즌에 합류한다. 마거릿 공주의 남편, 스노든 백작은 [하우스 오브 카드], [엑소시스트] 등에 출연한 벤 다니엘스가, 해럴드 윌슨 총리는 [라인 오브 듀티]의 제이슨 왓킨스가 맡는다. 성인이 된 찰스 왕세자는 [신의 나라]의 조쉬 오코너, 앤 공주는 [레미제라블]의 에린 도허티가 연기하며, 카밀라 섄드로는 [콜 더 미드와이프] 에메랄드 퍼넬이, 필립 공의 삼촌이자 찰스 왕세자가 가장 신뢰했던 마운트배튼 공작은 [왕좌의 게임] 찰스 댄스가 출연한다. 이미 예고된 대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마거릿 대처 수상은 시즌 4에 등장하며, 신예 엠마 코린이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엑스파일] 질리안 앤더슨이 대처 수상을 연기한다. 존 리스고가 윈스턴 처칠 역으로 시즌 1에 이어 특별 출연한다.

더 크라운 시즌 3, 어떤 이야기를 할까?

①노동당 정부와 해럴드 윌슨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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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영국은 총선으로 노동당이 정권을 잡고, 해럴드 윌슨 총리가 취임했다. 윌슨은 1964년에서 1970년까지, 이후 1974년에서 1976년까지 총리로 지냈다. 윌슨은 여왕이 윈스턴 처칠 다음으로 좋아했던 총리이며, 여왕과 가장 사이가 좋았다. (여왕은 가까운 일가친척만 모이는 파티에 윌슨의 가족을 여러 차례 초대했다고 알려졌다.) 드라마는 시즌 1, 2에서 여왕과 총리 간 갈등을 다뤘는데, 시즌 3에선 조금 다른 장면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윌슨은 영국 정치에서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을 깨닫고 선거 운동에 적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중에게 보이는 차림새와 물건은 소박하고, 노동자 계층처럼 말하면서 지지계층에게 사랑받았다. 사형 제도를 폐지하거나 16세기부터 지속된 잉글랜드 동성애 처벌을 금지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하지만 1970년대 닥친 경제 악화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거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고, 윌슨 사임 후 총리를 맡은 제임스 캘러핸은 1979년 마가렛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에 정권을 뺏앗겼다.

②‘무덤에서 요람까지’와 경제 상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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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은 경제 호황을 맞이하며 복지 국가로의 전환을 꾀했다. 1942년 윈스턴 처칠 총리가 전쟁 상황에서 영국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든 ‘베버리지 보고서’는 전 유럽으로 번졌다. 우리가 잘 아는 ‘무덤에서 요람까지’는 베버리지 보고서에 입각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가 국민의 삶을 보호한다는 복지국가의 원칙을 잘 표현한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석유파동 전까지 유럽은 강력한 복지정책을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전 세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영국의 1인당 GDP는 1971년엔 전 세계 15위, 1976년엔 18위까지 급격히 추락했고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다. 시즌 3는 노동자들의 삶이 궁핍해지고, 근대적 산업 체계가 붕괴되면서 여왕과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③마거릿 공주 부부, 위기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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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운]은 결혼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여왕 부부 대신 마거릿 공주의 험난한 결혼 생활을 다룬다. 마거릿 공주는 1960년 사진작가 앤서니 암스트롱-존스와 결혼했으며, 1961년에 아들 데이비드, 1964년에 딸 사라를 낳았다. 스노든 백작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사교계의 중심이었으며, 이들의 파티는 전기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난잡하기로 유명했다.” 부부 관계는 일찍부터 파탄을 맞았고, 두 사람 모두 다른 이들과 공공연히 바람을 피웠다.

마거릿 공주의 불륜은 영국 타블로이드의 단골 기삿거리였다. 상대로 지목된 사람도 앤서니 바튼(딸 사라의 대부),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 배우 피터 셀러스, 당시 총리 알렉 더글러스-흄의 조카 로빈 등 다양했다. 1973년, 마거릿 공주는 친구 콜린 테넌트를 통해 17살 연하의 청년 로디 르웰린을 만났다. 1974년부터 두 사람은 공주의 개인 밀회를 가졌고, 마거릿 공주는 르웰린이 잠깐 떠났을 때 매우 절망했다고 전해진다. 1976년 2월, 공주와 르웰린이 해변에서 찍은 사진이 타블로이드에 실리고, 한 달 후 공주와 스노든 백작은 혼인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인정했다. 별거에 들어간 두 사람은 1978년 이혼을 확정했다.

④찰스 왕세자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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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에서 여왕의 자녀들은 성인으로 등장한다. 찰스 왕세자는 1969년 웨일즈 공 작위를 수여받으며 후계 전면에 등장하지만, 드라마는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그린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청년’이 된 찰스의 20대 당시의 연애 스토리도 다루며, 그중엔 카밀라 섄드(카밀라 파커-불스, 현 콘월 공작부인)와 만남도 포함된다.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불스의 관계는 사람들의 시각과 조금 다르게 그려질 수 있다. [더 크라운] 제작자 피터 모건은 EW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 생활 동안 왕세자가 카밀라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데, 잘못 알고 있다. 찰스는 카밀라를 깊이 사랑했고, 다이애나와 강제로 결혼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시즌 4 말미에 등장하며, 둘의 결혼 생활은 시즌 5의 주요 소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