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넷플릭스

알록달록한 전구가 장식된 트리, 빨간 옷을 입고 썰매를 모는 산타,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롤! 이때만큼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날이 또 있을까? 2019년의 마지막 이벤트가 될 크리스마스가 벌써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크리스마스만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즐기며 거리를 누비는 것도 좋지만,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헤매기보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달콤한 케이크와 함께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을 보는 것도 나만의 즐거운 연휴가 될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넷플릭스 크리스마스 스페셜 작품을 참고해보자.

로열 크리스마스: 오 마이 베이비(A Christmas Prince: The Royal Baby)

에디터 혜란 ★★★ 홀리데이 정신을 담은 유치함과 훈훈함의 콜라보

#이런 연말 어때? 2017년부터 이어진 [로열 크리스마스] 시리즈의 3편이자 (바라건대) 마지막 영화. 지난 시즌 스니커즈를 신고 알도비아 왕 리처드와 결혼한 앰버는 차기 알도비아 왕이 될 아이를 만날 날만 고대하고 있다. 이웃 국가 펭글리아와 100년에 한 번 있는 평화협정 연장을 위해 펭글리아 왕 부부가 방문하는데, 가장 중요한 협정문이 없어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홀리데이 콘텐츠는 연말을 맞아 따뜻해진 마음으로 말도 안 될 만큼 유치한 것들도 받아들이는 시청자를 목표로 한다. [로열 크리스마스]는 그 목적에 매우, 정말 매우 충실하다. 1편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둬서 2, 3편이 제작될 정도로 말이다. 3편은 앰버와 리처드의 로맨스보다는 협정문이 사라진 큰 사건과, 엄마가 될 앰버가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 21세기 ‘왕비’의 역할 같은 다양한 요소를 집어넣었다. 아, 당연히 해피엔딩인데, 스포일러라고도 할 수 없다. 원래 이런 콘텐츠는 어찌 됐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잖아요?

#보고 나니 재미있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로열 크리스마스]엔 로맨스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수없이 본 클리셰가 주인공의 이름, 얼굴만 바뀌어 펼쳐진다. 그래도 에디터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은(넷플릭스피셜, 이용자 53명이 18일간 매일 1편을 봤다) 영화에서 다른 매력을 찾았다. 앰버가 보수적인 왕가를 바꾸어 가는 것, 젊은 통치자들이 백성을 아끼는 모습, 작은 왕국에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소동극이 재미를 준다. 한없이 유치한 각본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다른 포인트다. 그러니 프로덕션 퀄리티가 높지 않아도, 유치함에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이 시기에 꼭 1편부터 다시 정주행 하게 된다.

#다음엔 뭐 볼까? [로열 크리스마스: 오 마이 베이비]는 3편이니, 당연히 1, 2편을 먼저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주행을 추천한다). 그 외에 올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크리스마스 인 아프리카], [크리스마스에 기사가 올까요?] 등 비슷한 성격의 영화를 추천한다.

 

파티셰를 잡아라: 메리 크리스마스(Nailed It! Holiday!)

에디터 원희 ★★★☆ 홀리데이를 망쳐버렸다고? 아니! 해냈어요!

#이런 연말 어때?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것 같은 하루를 보냈어도 순식간에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리얼리티 쇼, [파티셰를 잡아라!]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돌아왔다. 코미디언 니콜 바이어와 쇼콜라티에 자크 토레스가 쇼를 진행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홈베이킹 신념을 가진 지원자들이 모여 상금 1만 달러를 두고 경쟁 아닌 경쟁을 벌인다. 연말이 다가오는 이때,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해 주제로 제시된 다양한 케이크를 보고 지원자들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1만 달러라는 큰 상금이 걸려있긴 하지만, 참가자들의 목적은 1등보다는 혼자서 케이크를 완성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낙오도, 실패도, 치열한 경쟁(나름대로 치열하긴 하지만)도 없이 사회자도 참가자도, 그리고 쇼를 보는 관객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귀여운 웃음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보고 나니 행복하다 제빵에 재능이 없어도, 지원자들 대부분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고수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비록, 완성된 케이크는 주제로 제시된 케이크와 전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누구도 실패한 사람 없이 없다는 듯 ‘해냈어요’를 외친다. 베이킹은 계량이 중요한 법이지만 참가자 모두가 정량을 무시하고 온통 실수 연발인데도 내내 유쾌하게 쇼가 진행된다. 쇼 진행자는 시청자에게 더 나은 방법을 알려줄 뿐 잘못을 나무라는 이도 없고, 케이크를 망쳐버렸다고 슬퍼하는 이도 없다. 웃음을 절로 유발하는 케이크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들을 보다 보면 쇼를 보는 나도 절로 행복해진다.

#다음엔 뭐 볼까? [파티셰를 잡아라!] 시리즈는 크리스마스 버전 외에도 멕시코,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를 배경으로 망작을 뽐냈으니 이것 역시 놓치지 말길 바란다. 또한, 엉망진창 웃음 가득한 케이크를 잔뜩 맛보았으니 아름다운 비주얼에 맛까지 완벽한 케이크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네 팀의 제빵사가 모여 만든 완벽한 디저트로 경연을 벌이는 [슈가 러시]를 추천한다.

클라우스(Klaus)

에디터 현정 ★ ★ ★☆동심 회복 프로젝트!

#이런 연말 어때?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아무래도 마음이 뭉글뭉글해지는 작품이 생각난다. 평소 범죄물을 즐겨보는 에디터도 일상의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일 작품을 찾아보게 되는데, 혼자 혹은 누구와 함께 봐도 즐겁고 편안한 콘텐츠를 찾는다면 [클라우스]는 기막힌 선택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클라우스]는 누구나 아는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훈훈하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아버지의 든든한 배경만 믿고 우편 학교에서 빈둥거리던 제스퍼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끝자락에 있는 마을로 발령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로 헐뜯고 악의적인 괴롭힘만 일삼는 마을의 우체국을 되살려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위해 우연히 알게 된 목수 클라우스와 함께 장난감 배달을 시작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을씨년스럽고 험악했던 마을에 변화가 찾아온다.

#보고 나니 미소가 사르르 번진다 가족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예상했던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와 정서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위한 작품으로는 최고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만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우리가 상상하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가 어떻게 연유했는지 마음껏 펼쳐 보이고, 추억의 영화 [나 홀로 집에]를 연상시키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곳곳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안긴다. 3D 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요즘, 아날로그 정서를 환기하는 2D 질감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무엇보다 가장 순수한 동심으로 어른들을 변화시키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고(캐릭터 디자인도 친근하고 귀엽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기대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다음엔 뭐 볼까? [클라우스]를 보고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더듬고 싶다면, 지난해 공개된 가족영화 [크리스마스 연대기]를 추천한다. 커트 러셀이 산타클로스로 출연해 사고뭉치 남매들과 21세기가 버전 산타 이야기를 들려준다. 혹은 [클라우스]의 훈훈한 아날로그 정서에 마음이 동했다면, 4부작 다큐 시리즈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을 추천한다. 앞서 언급했던 [나 홀로 집에] 등 90년대의 추억의 영화 4편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아낸다.

렛 잇 스노우(Let It Snow)

에디터 영준 ★★★ 유치하고 뻔해도 괜찮아, 연말이니까!

#이런 연말 어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작은 마을에 눈보라가 덮친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연말,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주인공들은 고민으로 가득하다. 계획했던 크리스마스 파티는 무산되고, 짝사랑하는 소꿉친구는 ‘엄친아’ 선배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고, 컬럼비아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합격했지만 몸이 편치 않은 어머니가 마음에 걸린다. 무엇 하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 과연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날까?

줄거리만 봐도 [렛 잇 스노우]는 숱하게 접한 로맨틱 코미디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실제 영화 내용도 그렇다! 살짝 유치한 감도 있고 ‘이렇게 되겠구나’ 싶으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흘러가며, 결국엔 등장인물 모두 달달한 결말을 맞이한다. 달아도 너무 달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른 때면 몰라도, 지금은 연말이니까!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길티 플레져를 충족시켜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렛 잇 스노우]는 생각지도 못한 달콤함을 선사할 것이다.

#보고 나니 풋풋하고 아련하다 [렛 잇 스노우]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좋~~~~을 때다’였다. 에디터와 띠동갑인 주인공들이 겪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고작(?) 열두 살 차이면서 무슨 소리냐고? 중학교 1학년이 초등학교 5학년을 보면서 “나 때는 말이야”와 “그땐 그랬지”라 하는데, 이 정도는 이해해 줄만 하지 않을까? ’10대니까’ 가능한, ’10대라서’ 할 수밖에 없는 고민에 머리를 싸매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모습은 풋풋하면서도 ’10대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배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사벨라 모너, 키어넌 쉽카, 샤메익 무어, 제이콥 배털런 등 한창 잘 나가는 할리우드 청춘스타들의 퍼포먼스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작품에 생기와 풋풋함을 더한다.

#다음엔 뭐 볼까? 주연배우들의 대표작을 추천하지만, 넷플릭스에 없는 작품도 많다. [사브리나의 오싹한 모험]이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비슷한 하이틴 로맨스, 혹은 ‘연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러브 액츄얼리], [나홀로 집에] 시리즈도 추천한다. 단순히 연말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넷플릭스에 [벽난로 4K: 가상의 따뜻한 자작나무 벽난로]라는 ASMR급 작품도 있다(에디터는 집에서 일할 때 애용한다).

세 번의 크리스마스(Holiday Secrets)

에디터 홍선 ★★★☆ 교차되는 세월 속에 발견되는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

#이런 연말 어때? [세 번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처럼 홀리데이를 보내야 한다면 어떨까? 오랜만에 고향 집에 왔는데 할머니는 돌아가신 줄 알았고, 알코울 중독으로 소식이 끊겼던 엄마는 갑자기 찾아왔다. 내가 하는 것마다 빈정거리는 동생과 눈치 없는 동생의 약혼남은 자기 자랑만 앞세운다. 아~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성탄절 특선 영화나 드라마라면, 함박눈이 내리고 흥겨운 음악과 분위기 속에 모두가 행복하게 보내지만 [세 번의 크리스마스]한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서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가족들, 아침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막장 소재에 눈은 고사하고 바람만 부는 쓸쓸한 분위기까지. 왜 이 작품이 크리스마스 특선 시리즈인 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될수록 숨겨진 비밀은 밝혀지고, 황량한 분위기는 예상치 못한 감성으로 돌아온다. ”책의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속담처럼 썸네일만 보고 기대를 접었던 사람들에게, 드라마는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넨다.

#보고 나니 훈훈하다 (예상과는 다르게) [세 번의 크리스마스]는 훈훈한 분위기 가득한 성탄절 특집 작품들과는 다르게 사연이 복잡하다. 동명의 제목처럼 시간대가 다른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연대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같은 인물이라도 성인과 아역으로 나눠 다른 배우들이 출연해 이들의 성장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그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꼬여 놓았다.

그렇다고 숨겨진 비밀만을 쫓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여러 단면들을 짧은 시간 동안 압축해서 그려내 등장인물이 겪었던 세월의 풍파를 공감하게 만든다.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서로의 비밀은 궁금증 가득했던 미스터리가 극적으로 해결되는 것과 동시에, 원망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 가족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만 같은 캐릭터에 시간대에 따라 여러 배우들이 나오지만 호칭을 단순히 이름으로만 불러서 가족 관계를 파악하는 데 조금 어렵다. 이 점은 국내판 자막 한정으로 살짝 아쉬운 부분.

#다음엔 뭐 볼까? 가족에게까지 터놓기 힘든 비밀이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감정도 한몫하는데 [세 번의 크리스마스]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이런 면에서 비슷하다. 마지막 오해와 갈등이 풀리면서 전하는 두 작품의 메시지는, 이 보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