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화관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일러콘텐츠은 매주 수요일에 발행하던 신작 리뷰 코너를 당분간 넷플릭스 신작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어서 빨리 혼란스러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며, 최근 일주일 사이에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후기를 소개한다.

커피 앤 카림(Coffee & Kareem) – 말만 거칠지 센스가 없어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엄마의 새 애인이자 소심한 경찰 커피와 악동 아들 카림이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한 뒤 갱단에게 쫓기는 상황을 그린다. 라임처럼 입에 착착 붙는 이름과는 별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펼치는 모든 목표는 코미디에 있다. 인종과 세대가 다르기에 지켜야 할 선을 넘는 인신공격(?)은 기본, 걸쭉한 구강액션과 함께하기에 여러모로 어색한 두 캐릭터를 오해하는 주변 상황이 웃음을 터트린다. [폭풍 속으로], [레옹]을 패러디하면서 버디무비의 클리셰를 비트는 요소도 돋보인다. 문제는 적당함과 센스를 모르는 영화의 욕심에 있다. 카림은 영화에서 가장 많은 욕설과 섹드립을 하고도 개그 타율이 높지 못하다. 카림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캐릭터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앞뒤 재지 않고 막 나가서 처음에는 웃기지만, 같은 패턴을 지나치게 반복해 후반부에 들어서는 시끄럽고 공허할 뿐이다. 극중 엄마 역을 맡은 타라지 P. 헨슨의 “다들 말만 거칠지, 물러 터졌어”라는 대사가 영화에 대한 자조 섞인 반성처럼 들린다. 뛰어도 너무 널뛰는 전개에 몇몇 인물들의 뜬금없는 표정 변화도 ‘웃기면 괜찮다’고 넘기기엔 아쉬움으로 남는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 시즌 4 –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유쾌 발랄 디저트 만들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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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희: ★★★☆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 파티셰들이 모여 상금 1만 달러를 두고 제빵에 도전한다! 코미디언 니콜 바이어와 유명 파티셰 자크 토레스가 매회 새로운 특별 심사위원과 함께 맛도 비주얼도 놀라운(?) 디저트를 심사한다. 이번 시즌도 어김없이 즐겁고 유쾌하다. 다양한 주제로 척 보기에도 만들기 어려운 모양의 쿠키와 케이크 미션이 두 번 주어지고, 참가자들은 보통의 제과제빵 방식과 달리 본인만의 엉뚱하고 예상을 빗나가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미션을 수행해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 쇼에서는 아무도 실패한 사람이 없고, 웃음기 어린 칭찬과 함께 모두가 ‘해냈어요!’를 외친다. 보는 사람마저 유쾌해져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다.

다비드 바트라: 방 안의 코끼리(David Batra: Elefanten I Rummet) – 웃음을 가로막은 문화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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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혜란: ★☆ 스웨덴 코미디언 다비드 바트라의 이력은 특이하다. 인도 이민자의 아들이고, 수위를 넘나드는 개그를 잘 구사하는 코미디언이며, 스웨덴 야당 당수의 남편이었다. 부인 안나 신베리 바트라가 정계에서 은퇴하면서 ‘정치인 남편의 삶’을 솔직하게 그리려던 계획이 무너진 후, 바트라는 ‘뉴 노멀’에 적응해야 하는 중년 남성의 삶을 풀어간다. 그런데 흥미로운 컨셉에 비해 내용은 재미가 없다. 개그 자체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만약 부인이 총리가 되었다면 자신이 멜라니아 트럼프와 옷 쇼핑을 했을 것이란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스웨덴 관객이 이해하고 공감할 레퍼런스가 많아서, 공연에서 언급되는 이름의 80%를 모르는 한국 시청자는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문화를 알아야 누군가의 개그에 웃을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빅 쇼 패밀리(The Big Show Show) – ‘프로레슬링 전설이 출연한 가족 시트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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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영준: ★★ 딱 기대한 만큼의 재미를 선사한다. [빅 쇼 패밀리]는 90년대 가족 시트콤 특유의 감성을 충실하게 따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족원들이 겪는 소소한 해프닝을 통해 웃음과 감동,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가족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그 시절 감성’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올드하게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20년이 넘도록 링 위에서 관중을 압도했던 빅 쇼(폴 와이트)는 이 작품에서 코믹한 매력을 한껏 선보인 반면, 다른 인물들은 너무 밋밋하거나 지나치게 과장되게 묘사된 점도 아쉽다. 빅 쇼뿐 아니라 믹 폴리나 마크 헨리, 리키시 등 링에서나 보던 스타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 반갑지만, 기억나는 게 ‘팬서비스’뿐이라는 것이 [빅 쇼 패밀리]의 현실인 듯하다.

마약 스캔들의 재구성(How to Fix a Drug Scandal) –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마약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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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현정: ★★☆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타이거 킹: 무법지대]와 전혀 다른 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마약을 소재로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봤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없다. 차분한 어조로 수년간 논란이 되었던 매사추세츠주의 마약 연구소에서 벌어진 스캔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핀다. 스캔들의 주인공은 마약 범죄하면 떠오르는 갱스터들이 아니다. 두 연구소를 발칵 뒤집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연구소 직원이다. 한 사람은 증거물로 들어온 약물을 흡입했고, 다른 한 사람은 조사 결과를 임의로 조작했다. 자신들의 위치를 남용하고 악용한 셈이다.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수년 동안 부정행위가 가능했던 열악한 업무 환경과 사건이 터지고도 이를 축소하려 했던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다. 다만, 그나마 짧은 4부작의 에피소드가 사건을 밋밋하게 재구성하는 데 그쳐 논쟁이 될 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