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보다 넷플릭스가 편해진 요즘. 매주 쏟아지는 넷플릭스 신작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할지 고민이라면 에디터들의 후기를 참고하자.

디 에디(The Eddy) –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내는 데미안 셔젤의 자존심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영준: ★★★ 파리에서 재즈 클럽을 운영하는 엘리엇과 주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품. [디 에디]는 데미안 셔젤의 전작들과 상당히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일반 대중보다 재즈 애호가들을 위한 작품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로 음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데 반해 서사는 사실상 다음 연주를 준비하기 위한 코멘터리 정도로 활용될 뿐이다. 또한 역동적인 재즈 연주와 달리 이야기는 시종일관 느린 템포로 흘러가기 때문에 [라라랜드]나 [위플래시]에서 느꼈던 ‘이야기와 음악의 조화’를 바랐다면 [디 에디]의 엇박자가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평소 재즈에 애착을 가졌던 이들에겐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내는’ 데미언 셔젤의 강단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반대로 스토리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시청자에게 [디 에디]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 조던을 아냐고요? 내가 아는 농구선수 중 최고였어요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홍선: ★★★☆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우승한 NBA 97-98 시즌을 치열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중간중간 조던과 피펜, 필 잭슨 감독까지 영광을 함께한 이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사실감을 더한다. (참고로 조던과 피펜의 펜을 자처하는 깜짝 놀랄만한 게스트가 등장하니 놓치지 마시길) 마이클 조던의 그 시절 활약상이야 유튜브 클릭 몇 번 정도면 쉽게 볼 수 있지만, 이 정도로 밀착해서 담은 영상은 드물다. 경기 장면은 기본이고 선수단 관계자 외에는 볼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해, 코로나 영향으로 NBA가 중단되어 아쉬운 농구팬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듯하다. 작품은 우승을 향해가는 시카고 불스와 조던의 파이팅만을 그리지 않는다. 시간이 흘렀기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 가령 단장과 선수단의 불화, 피펜과 구단의 연봉 문제 등 민감한 부분을 과감하게 담아내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시카고 불스의 97-98 시즌과 조던의 성장과정을 교차하는 부분도 인상적인데, 최고가 되기 위해 그가 했던 노력과 열정을 화려한 플레이로 보여줘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Becoming) – 친밀하고 따뜻하게, 정치 스타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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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혜란: ★★★☆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이 남편의 퇴임 후 발간한 회고록 ‘비커밍’의 북 투어와 함께, 미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노동자의 딸, 하버드 로스쿨 출신 엘리트, 대통령보다 더 사랑받는 퍼스트레이디로서 그가 보낸 시간이 본인과 가족, 친구, 동료의 인터뷰, 뉴스 보도 영상 등으로 구성된다. 자신에게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증명했던 시기와 존재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위협이 되었던 나날을 거쳐, 미셸 오바마는 인종, 성별, 경제 상황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성공을 꿈꾸는 모든 젊은 여성들의 멘토이자 등불로 우뚝 섰다. 영화가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소 조심스럽고 너무 가려서 보여준다는 느낌은 있지만, ‘인생 멘토’ 미셸 오바마를 알고 호감을 가지기에 적절하다. (본인은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언젠가 미셸이 대통령 집무실에 갈 날도 한 번쯤 상상할 만큼.

미디어 재판(Trial by Media) –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TV 쇼로 전락한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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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현정: ★★★ 자유는 강조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미국의 이상한 민주주의가 하이에나 같은 미디어를 만났다. [미디어 재판]은 미국 사회를 들썩이고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다시 한 번 조명한다. 여섯 가지의 극적인 사례는 분명 흥미롭다. 미디어는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취재 경쟁에 뛰어들고, 법정은 배심원을 현혹하는 스토리텔링에 치중하며, 대중은 유별난 사건에 깊게 몰입한다. 리얼리티쇼나 다름없는 법정에서 사건의 본질과 재판의 과정 중요성은 자연스레 밀려난다. 이 요란한 현상을 보고 있으니 (뜬금없지만) 왜 [타이거 킹: 무법지대]가 대박을 터뜨렸는지 알 것 같다. 다만,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과열됐던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대를 반추할 수 있는 통찰력을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미디어 재판]을 과거의 유명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보기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가짜 뉴스가 사람들을 현혹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해브 어 굿 트립: 기묘한 모험(Have a Good Trip: Adventures in Psychedelics) – 유명인사들의 실감 나는 마약 체험담

이미지: 넷플릭스

에디터 원희: ★★★ 환각제에 관하여 여러 유명인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다큐멘터리. 특히 LSD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며 마약의 과학적 역사와 팝 컬쳐에 미친 영향 등을 설명한다. 스팅, 나타샤 리온, 에이셉 라키, 캐리 피셔 등 얼굴만 봐도 반가운 유명인사들이 LSD에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데, 유명 배우들의 재연 혹은 현란한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 이해를 돕는다. 대부분이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환각을 보며 정신이 붕괴되고 범우주적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경험한다. 다큐멘터리 안에서 환각 체험이 환상적이고 좋았다는 의견과 다신 겪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공존하는데, LSD가 술, 담배보다 중독성이 적으며 정신의학적 약물로 조사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드러내며 긍정적으로 끝맺는다. 간접체험으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좋지만 불법 마약을 시도하도록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