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예측되는 [미나리] 정이삭 감독이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개최한 FYC(For Your Consideration) 페스티벌에서 온라인 화상 대담을 함께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담은 영화 제작자, 배우,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시상식 시즌을 위한 프리미어 행사인 FYC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되었다.

이미지: Variety

다음은 12월 17일, 美 버라이어티에서 공개한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함께한 FCY 페스티벌, 온라인 화상 대담의 기사 전문이다. (출처: VARIETY 홈페이지)

봉준호 감독: 가족분들도 영화를 다 보셨을까 궁금해요, 어머니나 아버지나…

정이삭 감독: 네, 다 보셨어요. 저희 부모님은 작년 11월에 영화를 보셨어요. 추수감사절 즈음이었죠, 사실.

봉준호 감독: 가족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을 것 같네요.

정이삭 감독: 당시엔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망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너무 두려웠죠. 솔직히 말해서 프리미어 때보다 더 무서웠어요. 하지만 다들 영화를 정말 좋아해 주었고 가족으로서 멋진 시간이 됐습니다. 

봉준호 감독: 자기 자신에 대한 스토리나 실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찍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자전적인 이야기이니까요. 근데 동시에 이 영화는 더 좋았던 게 노스탤지어에 젖어 있지 않다는 점이죠.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시점이 분산되어 있고, 보이스오버나 내레이션이 나오지도 않고요. 저는 그 거리감이 영화를 더 아름답고 보편적으로 만든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신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했어요. 

정이삭 감독: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보이스오버를 북앤드처럼 양 끝에 넣을까 생각했던 시기가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써 내려가면서, 제가 점점 깨달았던 게 있는데, 저 자신을 데이빗이라는 어린 소년뿐만 아니라 스티븐의 캐릭터인 제이콥이라고도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이야기와 거리감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서 그 외 다른 캐릭터들과도 점점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죠. 저는 말씀하신 거리감이 영화에 확실하게 존재하길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지 기억의 조각으로서만 영화가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다르게 만들어 보려는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 스티븐 연과 한예리를 부모님 역할로 캐스팅하셨는데, 감독으로서 미묘한 작업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느낌으로 캐스팅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이삭 감독: 감독님도 스티븐과 이전에 함께 일하셨으니 저는 감독님이 그와 함께 할 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그는 미국에서 참 독특하게 도드라지는 배우인데 그냥 궁금해요 – [옥자]에서 어떠셨나요? 저는 스티븐이 그 영화에서 했던 연기와 그의 캐릭터를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스티븐은 전반적으로 뭔가 사랑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을 아칸소의 농장으로 데려오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봉준호 감독: [옥자]에서 스티븐은 거짓말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묘한 귀여움이 있죠. 스티븐 연,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번 [미나리]에서는 다른 레벨의, 한 차원 높은 연기를 보여주었죠. 젊은 아빠가 짊어진 어깨가 무거운 짐이라던가, 농장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는 인물을 볼 수 있죠. 스티븐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어요. “아빠다운” 아빠의 모습 말이죠.

정이삭 감독: 스티븐은 그를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면이 있죠.

봉준호 감독: 아까 스티븐 연의 관점에서 부모의 마음이나 시각을 생각해보기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당시에는 감독님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에는 아주 어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감독님도 이제 어른이 됐으니, 어른이 된 시점에서 그분들을 이해해보려고 한 마음이 있었나요? 그 당시에는 감독님이 이해할 수 없던 것들까지 말이죠.

정이삭 감독: (영화 속 데이빗처럼) 제 딸이 지금 7살이에요. 그리고 제이콥이 농장을 만들고 꿈을 향하는 것처럼 저 역시 몇 년 동안 영화 제작이라는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아버지가 추구했던 것과 그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 같은 것도 함께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 딸아이의 입장에서 제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제 아내의 걱정과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는 영화가 부모님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미나리]를 보셨을 때, 제가 부모님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들도 느끼게 된 거죠. 부모님이 저에게 “네가 우리를 이해하는구나, 우리를 제대로 봤어”라고 반응하셨는데 그게 저에겐, 정말 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제작사 플랜B와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다수의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배급사 A24의 참여로 큰 주목을 받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이삭 감독은 이미 장편 데뷔작 [문유랑가보]로 제60회 칸 영화제의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랐던 실력파다.

[미나리]는 2021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제공: 판씨네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