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과 코미디가 만난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기대 이상의 재미를 건넨 작품이 있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가 그 주인공이다. 탐정, 형사와는 거리가 먼 아파트 주민 3명이 의기투합해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으로, 스릴 넘치는 재미와 함께 뜻밖의 웃음을 건네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과연 어떤 점이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했는지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살펴본다.

추리는 아마추어? 케미는 프로!

이미지: 디즈니+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이웃의 의문스러운 사망을 조사하는 드라마다. 작품은 한 아파트에 사는 세 명의 이웃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는데, 추리 장르임에도 이들 중 누구도 형사, 탐정과 관계가 없다. 왕년의 유명 범죄 드라마 주인공인 찰스 헤이든 새비지(스티브 마틴), 당장 아파트 월세를 낼 처지가 안됨에도 뮤지컬 연출을 꿈꾸는 올리버 퍼트넘(마틴 쇼트), 도도한 매력과는 별개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화가 지망생 메이블(셀레나 고메즈)이 모종의 이유로 함께 팀을 이뤄 진실을 찾아간다

얼핏 오합지졸처럼 보이지만 이 셋의 케미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단해진다. 마틴이 장황하게 사건을 설명하면, 찰스와 메이블이 디테일한 조사로 새로운 단서를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의 티격태격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며 이야기의 흐름을 바꾼다. 두 명의 노인과 젊은 여성이라는 독특한 조합이 빚어내는 재미도 상당하다. 소심하고 과묵하지만 팀의 구심점이 된 찰스, 쉴 새 없는 수다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추리보다 웃음을 책임지는 마틴, 그리고 강단 있는 행동력을 보여주는 메이블 등 각자의 특기와 능력을 적재적소에 발휘해 추리의 쾌감을 건넨다.

특히 이들이 추리 실력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또한 흥미롭다. 나름 심각하게 사건을 조사하지만 뭔가 어설픈 허당 매력이 캐릭터의 친밀도를 높여 추리 장르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삼인방은 자신들의 수사 결과를 팟캐스트에 올리는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실수를 반성하고, 놓쳤던 단서들을 재발견해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 더 정감 가는 추리 드라마라고 할까? 회가 거듭될수록 내공이 쌓이면서 사건을 해결할 땐 흐뭇한 감정도 함께 든다. 이전 추리, 범죄 드라마 속 전문가 주인공들의 잘난 척에[?] 질렸던 분들이라면, 초보탐정들이 펼치는 ‘눈높이 수사’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응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추리 드라마에 시트콤 심지어 뮤지컬까지?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 10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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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어떤 분위기일까?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가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무겁고 우울한 느낌보다 오히려 유쾌하고 웃음이 가득하다. 여기에는 주인공들의 왁자지껄한 개성과 극의 분위기 때문이다. 전문 형사와 탐정이 아닌 주인공들의 실수 연발, 좌충우돌이 전반적인 코미디 판을 깔아준다.  거기에 매화마다 살인사건의 용의자이지만 독특한 아파트 주민들의 사연이 더해져 웃음소리는 더욱 커진다. 어느덧 드라마는 살인사건을 다룰 뿐, 잘 구성된 시트콤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이 같은 장치가 극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들어 소재가 건네는 부담을 줄여준다.

기존 추리 드라마에는 없었던 색다른 시도도 돋보인다. 7화 같은 경우 극중 유력한 용의자의 특징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배우들이 단 하나의 대사도 하지 않는다. 표정 연기와 백색 소음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그 속에서도 긴장감과 유머를 잃지 않는 전개가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탄탄 다진다. 극중 인물들이 팟캐스트를 한다는 점도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매화 인트로가 마치 오디오 플레이어를 보는 기분이며, 8화 같은 경우 열정적인 애청자들이 등장해 극의 진행과정을 냉정하게 분석한다. 가령 4화에서 나왔던 어떤 인물의 등장은 불필요한 에피소드였다며 돌직구로 극 전체를 비판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인공 마틴의 직업이 뮤지컬 연출가였다는 점을 착용해, 극중 용의자를 분석하는 모습을 한 편의 캐스팅 오디션처럼 보여주는 모습도 특색 있다. 이처럼 드라마는 범인 찾기 그 이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계속해서 빚어낸다.

매화마다 반전의 연속,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이미지: 디즈니+

시종일관 코믹한 분위기가 가득한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그럼에도 추리 수사 드라마의 기본을 잃지 않는다. 작품은 매화마다 유력한 용의자이자 아파트 이웃들을 등장시켜 사건의 본질에 더욱 파고 들어간다. 그들의 사건 당시 알리바이, 몇몇 이상한 정황들을 배치해 의심의 눈초리를 강화한다. 드라마는 그럴 때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등장해 추리 장르의 매력을 놓치지 않는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을 교차한다. 주인공 삼인방이 수사 중인 ‘팀 코노 살인사건’은 물론, 몇 년 전 메이블의 지인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건도 놓치지 않는다. 이 사건 때문에 메이블이 의심을 받고 팀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맞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뜻 밖의 진실을 찾아내어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인다. 후반부로 갈수록 범인의 윤곽이 뚜렷해지는데, 그럴 때마다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증거와 제3의 인물이 등장해 판을 뒤집는다. 드라마 속 유력한 용의자 대부분이 주인공 삼인방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인데 매화 말미에 그들의 숨겨진 두 얼굴을 배치해 다음화의 호기심도 자극한다. 일상적인 대사와 물건들이 나중 결정적인 증거로 다가오는 추리 장르의 기본도 충실히 지키며 웃음 속에서도 드라마의 목적을 잃지 않는다.

이미지: 디즈니+

전체적으로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세 주인공의 코믹 케미 속에 수사 드라마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이쪽 장르의 복잡하고도 무거운 분위기 없이도 마지막까지 범인이 정체를 잘 숨겨놓았으며, 매화마다 적절한 반전과 위트 있는 연출로 재미를 더했다. 거기에 팟캐스트라는 최신 트렌드를 스토리에 녹아내어 보는 이가 더욱 능동적으로 극의 미스터리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유쾌하고 깔끔한 추리 게임을 플레이 한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의 충격적인 엔딩과 드라마의 호의적인 반응 때문에 시즌 2의 컴백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과연 다음에는 어떤 미스터리가 삼인방을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그들의 팟캐스트에 귀를 기울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