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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스 게임]에서 본 아론 소킨의 6가지 스타일

 

Written by 헌터 해리스

Translated by 겨울달

 

*이 글은 줄거리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개봉 예정작)

 

출처: 메인타이틀픽쳐스/영화사 빅

 

아론 소킨은 연출 데뷔작 [몰리스 게임]에서 자신만의 개성인 ‘빠르게 말하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가져와 전직 스키 선수이자 26살의 나이에 도박 제국을 세운 몰리 블룸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다룬다. 몰리는 영화 스타들(벤 애플렉, 토비 맥과이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을 위한 정교하고 독점적인 포커 게임을 개최하고, 이후 뉴욕 월스트리트 사람들과 마피아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화 초반 몰리는 남자들이 품은 궁극의 판타지다. “나는 당신들 모두가 꿈꿔왔던 여자예요. 당신들의 아내와 정반대죠. 도박을 하라고 응원하니까요.” 몰리는 자신을 꿈꾸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도박꾼에게 말한다. 그러나 몰리의 도박장이 연방 요원에게 급습을 받고, 블룸이 변호사 찰리 제피(이드리스 엘바)를 고용하면서 드라마는 반전을 맞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전형적인 소킨의 작품이다. 증언, 법정에서의 논쟁, 그리고 똑똑한 이들의 빈정대는 말까지 모두 나온다.

 

즉, [몰리스 게임]은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소킨의 작품답다. 마치 [에린 브로코비치]와 [나를 찾아줘]의 주인공들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펜트하우스에서 술 한 잔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길에 수다를 떨면서 일어나는 일 같다. (소킨은 영화의 유일한 클럽 장면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1OAK에 직접 가기도 했다. 1OAK: 뉴욕, 라스베이거스, LA에 있는 클럽 – 역자 주) [웨스트 윙]에서 [머니볼]까지 소킨의 트레이드마크는 빠지지 않고, [몰리스 게임] 곳곳에도 그의 터치가 묻어 있다. 아래는 우리가 영화에서 찾은 가장 소킨다운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1. 대디 이슈 속에 대디 이슈, 그 속에 또 대디 이슈

아론 소킨의 대본에서 캐릭터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분개하며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니면 살아서 그가 증오하던 아버지처럼 변한다. 대디 이슈 – 분노, 부끄러움, 인정받기 위한 절박한 질주까지- 는 소킨의 이야기 거의 대부분에서 가장 중점적인 감정적 갈등으로 나온다. 스티브 잡스는 주머니에 노래 천 곡을 넣을 장치를 만들기 전까지 딸과의 사이가 소원했다. [웨스트 윙]에서 토비의 아버지는 조직범죄에 연루되었고, 리오의 자살한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어 퓨 굿 맨]에서 톰 크루즈가 맡은 법무부 장관의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의 성공에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사건에 헌신하길 두려워한다.

 

[몰리스 게임]에는 아버지와 딸의 문제가 등장한다. 비록 세계 최고 수준의 운동선수였지만, 플래시백에 나온 10대 시절 몰리는 꽤 못된 고등학생이었다. 몰리는 심리학자 아버지(케빈 코스트너)에게 프로이트로 싸움을 걸었고, 혼자서 욕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아버지의 차를 맥도널드에 들이받기도 했다는 내용도 한 번 이상 나온다. 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운동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것과 자신보다 오빠의 성과를 더욱 신경 쓰는 것을 증오했다.

 

몰리의 대디 이슈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몰리의 아버지를 연기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섹시 대디 이슈’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몰리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아내와 가족 몰래 바람을 피운 그를 미워한다. 강력한 남자들을 조종하려는 그녀의 필사적인 행동은 부모의 결혼이 망가진 것과 관련이 있을까? 이는 고전적인 ‘소킨’식 분석이다. 영화의 말미에 몰리는 그들의 갈등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바를 말한다. 부모의 결혼이 망가진 것 때문에 자신은 누구를 믿는 것이 어려웠고, 현란한 지하 세계가 보다 안전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2. 셀러브리티 가십에 대한 빈정거림

아론 소킨이 셀러브리티 가십을 혐오하는 것은 전설적이다. 소킨과 그의 조수들이 돈키호테를 다시 읽는 시간 사이에 쓸데없는 가십을 따라잡을 여유는 없을 것이다. [뉴스룸]에서 윌 맥어보이가 여성 가십 칼럼니스트를 가르치려 했던 장면을 기억해 보자. 윌은 “당신이 하는 일은 우리를 멍청하고 못되게 만드는 가장 질 나쁜 오염원이자 문명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말이에요.”라고 비웃는다. 그러니 아론 소킨은 ‘후 위클리(Who Weekly, 가십 칼럼 팟캐스트-역자 주)를 듣거나 블라인드 아이템을 해석하지도 않고, 벤 애플렉과 린지 소쿠스의 행적을 따라잡으려고 더 컷(The Cut, 온라인 패션 매거진-역자 주)의 가십 칼럼을 읽지도 않을 것이다.

 

[몰리스 게임]은 그 비판에 허세를 더하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수치심을 느껴 레이니 가십(Lainey Gossip)난(가십 온라인 사이트-역자 주)을 조금 덜 보게 할 뿐이다. 타블로이드지는 블룸을 할리우드의 “포커 공주”라고 불렀지만, 몰리는 할리우드 셀렙의 가십 공장의 일부가 되길 원치 않는다. 심지어 그녀의 변호사가 사건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름을 공개하라고 할 때도, 몰리는 더 이상 타블로이드지의 정보원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치부를 알고 있어요. 밝힐 것도 떠들 것도 많아요.” 몰리는 변호사에게 말한다. “그러니 검찰이 책정한 나의 가치는 할리우드에서 매긴 내 가치와 같아요. 여기 있는 건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가 재판을 취재할 수 있게 한 것뿐이에요. 티켓을 팔려고 온 거라고요.” 이후 그녀는 관련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기 위해 거액을 제시한 출판 계약을 거절하고 좀 더 금액이 낮은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때조차도 몰리는 셀러브리티들 명단에서 토비 맥과이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벤 애플렉, 토드 필립스 등 이전 기소 절차에서 이미 밝혀진 사람들의 이름만 거론한다. 영화에서 마이클 세라가 연기한 토비 맥과이어 캐릭터는 그저 “플레이어 X”라고만 언급된다.

 

 

3. “중력의 중심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아요?”

이 말은 알렉사나 시리 같은 인공지능이 말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몰리스 게임]에서는 진짜 사람(몰리)이 다른 진짜 사람(찰리)에게 매우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이 구글을 사용해봤거나 좋은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별 쓸데없는 지식을 줄줄 읊는 것만큼 ‘소킨’다운 것이 있을까?

 

출처: 메인타이틀픽쳐스/영화사 빅

4. 문학 끌어다 쓰기

아론 소킨은 문학을 언급하는 걸(언급하기를) 정말 좋아한다. 이러한 언급은 학문적인 상황이나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대부분은 꽤 팽팽한 대화 도중에 갑자기 등장한다. 한 캐릭터는 문학 작품 이야기를 하고, 다른 한 캐릭터는 마치 논쟁 중에 책을 인용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일인 것처럼 관련 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우리 중 누가 [밴더펌프 룰스(리얼리티쇼)]를 보거나 뉴욕 타임스 기사 알림이 오는 사이사이의 일상 대화에서 고전 문학을 인용할까? 아니다. 그것들은 소킨의 극작을 마치 학문처럼 느낄 만큼 지적인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웨스트 윙]에 “그대들이 할 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따 모아라.”라는 대사가 나온다. 해석하자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은 미국을 즐기자.”라는 뜻이다. (심하게 의역해 보았다.) [대통령의 연인]은 ‘닥터 수스’를 언급한다. [뉴스룸]에서는 두 장면마다 한 번씩 ‘돈키호테’를 인용한다. [몰리스 게임]에서는 율리시스와 아서 밀러가 나온다.

 

소킨은 한 플레이어(크리스 오다우드 – 실제 아일랜드인이다!)가 몰리가 아일랜드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몰리와 제임스 조이스와의 관계를 언급하고, 이를 위해 조이스의 고전 한 구절을 엮어 넣는다. (몰리는 자신이 러시아계 유대인이라고 말한다) 영화 후반부에 몰리는 변호사에게 조직범죄, 월 스트리트, 할리우드의 매우 달콤한 가십이 담겨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연방 요원에게 넘기는 대신 자신이 징역과 벌금을 감수하려 한 이유를 설명한다. “내 이름이잖아요!” 몰리는 외친다. “다른 걸 가질 수는 없으니까!” 찰리는 놀란 듯 웃는다. “이제 ‘도가니(아서 밀러 작품-역자 주)’도 읽어요?” 그가 묻는다. 당연하다. 대학교 1학년 영어 수업은 통과했다.

 

 

5. 미국의 예외주의

소킨은 미국을 굳게 믿는다. 그의 캐릭터들도 아닌 것처럼 굴지만 결국 미국을 믿는다. 소킨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이 게으를 때조차 구조에 집착한다. 정치인들은 정부를 사랑하고, 지지자들은 정치인들을 사랑하며, 겸손한 기술 괴짜들조차 하버드 내 최고의 파이널 클럽에 들고자 한다. [몰리스 게임]에서 몰리가 로스앤젤레스로 간 것은 로스쿨 입학 전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다. 몰리는 법을 좋아하고 잘 이해하며, 자신이 정부 때문에 망했을 때도 이를 알아차린다. “당신이 체포된 순간부터 일어난 모든 일이 유죄 인정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라면, 당신이 맞아요.” 몰리가 자신의 사건에 불공정한 면을 설명하자,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몰리의 도박장은 철저히 합법이었지만 돈을 긁어모으기 시작하며 문제가 된다.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에 자동화기를 소지한 요원 십여 명이 들이닥치기 전까지 고객이 폭력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심지어 계좌가 동결되고 자신을 변호해 줄 변호사를 찾는 며칠 동안 수사에 기꺼이 협조하며 원칙적으로 유죄를 인정한다.

 

[몰리스 게임]의 마지막에도 몰리가 결국 뼛속까지 굉장히 똑똑한 로스쿨 지망생이란 것을 보여준다. 그녀는 마지막 법원 출두를 위해 유니폼처럼 입는 가죽 드레스와 하이힐 대신 스웨터를 입고 진주 장신구를 한다. 뒤틀린 사법 정의 제도가 그녀의 삶을 망가뜨리는 순간에도 몰리는 보수적인 옷차림으로 자신이 이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신호를 보낸다. 의상 디자이너 수잔 리얼은 벌쳐와의 인터뷰에서 “의상은 몰리가 법을 존중함을 보여주기 위한 그녀만의 표시였다.”라고 말했다.

 

 

6. 걸으며 말하기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아론 소킨이 언제 걸으면서 말을 하지 않고, 말하면서 걷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저널리즘, 인터넷 기술, 정부)의 사람들이 대화하는 대본을 쓸 때 시각적인 매력이 빠르게 줄어든다. 보도국을 가로지르거나, 또는 대통령 집무실까지 왔다 갔다 하며 대화하는 장면이 양념을 치는 셈이다.

 

[몰리스 게임]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은 바 또는 책상 뒤에 갇혀 게임을 주의 깊게 지켜본다. 눈을 깜빡이면 놓쳐버릴 수도 있지만 [몰리스 게임]은 최소한 소킨의 가장 악명 높은 특성 하나를 포함하고 있다. 몰리가 찰리의 사무실에 도착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몇몇 회의실을 지나쳐 그의 사무실로 갈 때까지 걸으며 말하기를 시전 한다. 소킨이 텔레비전에서 하는 것만큼 길진 않지만, 이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겠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The 6 Most Aaron Sorkin-y Things About Molly’s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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