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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연 영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 [레이디 버드] 시얼샤 로넌 인터뷰

 

Written By 잭슨 맥헨리

Translated By 겨울달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에서 아일랜드 출신 배우 시얼샤 로넌은 2000년대 초 새크라멘토의 10대 소녀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포착했다. 가톨릭 학교의 규율이나 어머니, 그리고 다른 10들처럼 세상 모든 것에 힘들어하는 모습들 말이다.

 

로넌은 배역을 완전히 익히기 위해 그레타 거윅이 준 그 시기 음악을 듣고, 조안 디디언을 공부했으며, 심지어 캐릭터가 행진하듯 걷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감독의 걷는 모습까지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미 [어톤먼트]와 [브루클린]으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23살의 배우에게 연기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편안한 것이기도 하다. 벌쳐는 로넌을 만나 캐릭터로 탈바꿈하는 비밀, 대본(그리고 거윅)에 빠져들게 된 계기, 여성 주연 영화를 경시하는 시선에 대한 생각, 그리고 영화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일시 2017년 11월 21일)

 

출처: UPI코리아

 

[레이디 버드]를 본 주위 사람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봐야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영화를 보셨나?

오늘 밤에 보러 간다. 그저께 LA에 도착하셔서 오늘 낮엔 시차 적응하실 시간을 드렸고, 오늘 밤에 극장에 가서 진짜 관객들과 볼 것이다. 얼른 보고 싶다.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다.

 

그레타 거윅은 두 사람이 2015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만나 대본을 함께 읽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레타를 만나기 전 대본을 읽었고,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프란시스 하]를 봤기 때문에 대본을 받기 전부터 그레타의 엄청난 팬이었다. 그레타를 직접 만나서 한 장면을 같이 연기했을 때 너무 신났고, 영화 촬영 내내 그랬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된 게 믿기지 않았다. 직접 만나기 전 영상 채팅을 했는데, 서로를 보면서 킥킥 웃기만 했다. 살다 보면 이 사람과 참 잘 지내겠구나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그런 건 바로 아는 거다.

 

새크라멘토 출신 10대 소녀의 캐릭터에 어떻게 익숙해졌는가? 그레타가 배우들에게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거나 읽을 책을 추천해 준 것으로 안다.

그레타는 우리 모두가 들을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줬고,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앨범도 보여주고 조안 디디온의 책도 읽으라며 보내줬다. 대본과 대화, 그 페이스에 많은 것들이 있었던 게 정말 행운이었다. 로리 맷켈프와 찍은 오프닝 장면은 두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를 바로 보여준다. 그레타는 정말 훌륭한 작가다. 시간을 정말 잘 활용해 단 몇 분 안에 누군가에 대해 많은 것 알려주는 글을 쓴다.

 

[브루클린]에서는 굉장히 차분했던 반면, [레이디 버드]에서는 굉장히 활동적이다. 뛰어다니고 팔도 많이 휘두른다. 그런 부분은 어떻게 찾아냈는가?

그레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레타는 평소에 굉장히 활동적인 편이다. 그게 레이디 버드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뭔가에 집중하면 그것만 목표가 되고 그게 행동할 때 특정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하루는 그레타에게 가서 “레이디 버드가 어떻게 걷는지 알았어요. 마치 행진하듯 걷는데, 그렇게 움직이는 이유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굉장히 어색했다. 내가 걷는 것 같은데 좀 더 어색하고 꺽다리 같은 느낌이다. 팔도 조금 더 길다. (웃음)

 

출처: UPI코리아

가장 좋은 예는 학교 뮤지컬 오디션에서 ‘Everybody Says Don’t’를 부르면서 발을 구르며 춤추는 장면일 것이다.

공연 참 멋졌죠!

 

공연 정말 멋졌다.

농담이에요! (웃음) 나가기 전에 정말 긴장했었다. 그레타에게도 내가 뭘 할 건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레타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Everybody Says Don’t’를 보내줬는데, 나는 바브라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서 흉내 내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이렇게 생각했다. “진짜 해야지. 목청껏 부를 거야. 레이디 버드는 완벽한 보컬리스트가 아니니까. 정말 잘하는 가수가 아니고 그게 중요한 거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온라인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중 인상 깊은 게 일레인 스트리치가 새 음반을 냈을 때 만든 영상이었다. 피아노에 기대 있는 사진이었는데, 반쯤은 말하듯, 반쯤은 노래하듯 불렀다. 여성스러우면서도 소리가 우렁찼다. “좋아,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레타의 반응이 어떨지도 모른 채 그냥 해 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모두에게 다가간 게 기억난다. 그때 다들 모여서 오디션 장면을 하나씩 찍었기 때문이다. 그레타는 “대단했어, 대단했어요!” 이러다가 날 보더니,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했어요.” 그게 레이디 버드예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있는 듯한 사람 말이에요.

 

출처: UPI코리아

레이디 버드와 줄리(비니 펠드스타인 분)의 우정 또한 돋보였다. 졸업 무도회 전에 줄리를 찾아가는 장면처럼 감정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정말 낭만적이죠! 줄리가 화가 난 것도 그렇지만, 원래 행복한 사람인 비니가 우는 걸 보는 것도 슬펐다. 비니와 이 영화로 정말 가까워졌다. 영화라고 해도 친구가 슬픈 걸 보는 건 속상하다.

그렇지만 정말 훌륭했다. 그레타는 그 장면을 단 한 줄의 대사로 처리했다. “어떤 사람은 행복하게 살지 못하게 태어난 것 같아.” 그 말은 이 소녀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레타가 모두에게 그런 순간을 준 건 정말 탁월했다. 모든 게 배우들을 위해서 변화했다. 루카스 헷지스의 캐릭터, 비니와 티모시 샬러메이, 오데야 러시의 캐릭터도 그렇다.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누구이며 삶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 각자에게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과 부모 또한 고민과 걱정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버지는 수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연속 근무를 해야 한다. 그게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영화 후반부에 레이디 버드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는 장면이 있다. 영화 내내 가톨릭교와 학교와 갈등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나?

나는 가톨릭을 믿으며 자랐고, 그레타도 가톨릭 학교에 다녔다. 난 신앙이 신실한 사람은 아니지만, 영화는 종교와 믿음의 다른 부분을 보여주면서 당신이 믿는 신앙이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레이디 버드에게는 아마 집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 그리고 어릴 때부터 그걸 가지고 자라면서 규율과 체계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등을 돌리게 된 그 무엇 말이다.

난 미사는 가지 않지만, 아주 가끔, 아마도 2년에 한 번씩 교회에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속죄를 하거나 그런 게 아닌, 내 어린 시절과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가 가끔 교회에 나가 그런 환경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그녀 자신과 리를 되찾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최근 런던과 스코틀랜드에서 가톨릭 신도 메리 1세를 연기하다 보니(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츠] 촬영 – 역자 주) 성당에 가서 나 자신과 뿌리를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레이디 버드가 데이브 매튜스 밴드의 ‘Crash Into Me’를 변호하는 장면이 있다. 당신에게도 대중 문화 중에서 다른 사람이 비웃을 때 열렬하게 변호할 만한 게 있는가?

레이디 버드보다 더 열렬하게 변호하겠지만, 내겐 걸 밴드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 나왔던 걸 그룹, 아니 60년대부터 나왔던 그룹들은 모두 멋지고 강하다. 여성들이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그들도 정말 훌륭하다.

또 다른 것이라면, 남자들을 후려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웃음) 난 여성 영화를 지지한다. 최근 친구에게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난 “무조건 봐야 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렇지만…” 이라고 했다. 난 “그래서? 그래서 뭐?” 그러니까 그 친구가 “그렇잖아. 그냥 여자들 영화 아냐? 여자들이 떼로 나오는 거.” 그래서 내가 그랬다. “야, 잠깐만!”

여성 영화가 남자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핵심은 우정이다. 한 여자, 아니 한 사람이 바닥에서부터 자신을 쌓아나가고 자신이 떠난 것을 취해서 그것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고, 연기도 다들 잘 하고, 훌륭한 영화다. 항상 그런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많이 알게 됐다. 내가 대화를 나눠본 남자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다 여성 영화에 선입견이 있다. 영화가 애매하거나 아니면 핵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성 영화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레이디 버드]도 마찬가지다. 그레타와 난 사람들이 우리 영화가 여자들을 위한 것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도 동감이야, 괜찮다. 나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듣고 보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하지만 남자들도 이해할 것이다. 영화를 본 남자분들은 “내가 고등학교 때 레이디 버드였다. 그녀에게 무척 공감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편집 및 압축되었습니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Saoirse Ronan Wants You to Take Female-Led Films Seriously, Especially Bridesma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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