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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가 ‘셰이프 오브 워터’를 선택한 다섯 가지 이유

Written by 카일 뷰캐넌

Translated by 겨울달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경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결국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꿈결 같은 물고기 판타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이 [겟 아웃], [쓰리 빌보드] 등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 영광을 가져갔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상을 초월한 호평을 받으며 공개된 후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그 이후 시상식 시즌 동안 느리지만 꾸준한 캠페인을 펼쳤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감독조합상과 프로듀서조합상 등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이지만 중요한 상을 받아갔다. 이 복고풍 로맨스 영화는 [레이디버드]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입소문이 도는 작품들에 비해 물밑에서 조용히 시작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 도달했고 결국 아카데미의 최고상까지 거머쥐었다.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을 담은 로맨스 영화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다섯 가지 이유를 꼽아 봤다.

 

출처: 20세기폭스코리아

첫째. 시상식 시즌 동안 보인 델 토로의 헌신

종종 배우나 감독 중에서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 그들은 11월부터 3월까지 다른 프로젝트를 하지 않고 시상식 시즌 캠페인에 완전히 헌신한다. 델 토로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유력 수상자 중 가장 헌신적을 캠페인을 벌였고, 스크리닝 후 질의응답 시간에 열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은 아카데미 회원 다수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카데미 한 회원은 “길예르모는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길예르모가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감명받았다.”라고 말했다. 델 토로의 진심 어린 말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분 동안 사랑의 힘에 대해 찬사를 펼치는 걸 들을 순 없을 것이다.) 업계의 여러 베테랑 감독들의 도움을 얻어냈고, 회원들이 투표를 할 만한 전후 사정을 만들어냈다. 당신이 이미 [셰이프 오브 워터]에 빠졌어도, 이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델 토로 감독의 진심 어린 말을 듣고 나서는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둘째. 제작 분야에서의 강력한 지원

작품상 경쟁작인 [레이디 버드]나 [겟 아웃]이 상위 8개 부문에서 다수의 후보 지명을 받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전혀 지원을 받지 못했고, 가장 유력한 라이벌인 [쓰리 빌보드] 또한 제작 부문 몇몇에서 후보에 올랐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에는 미치지 못했다. 제작 분야 부문에서의 후보 지명은 [셰이프 오브 워터]가 가진 매력의 핵심을 보여준다. 시상식 시즌 내내 [셰이프 오브 워터]는 골든글로브나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진 못했지만, 최소한 촬영, 편집, 음향, 의상 등 제작 분야에서 중요한 후보 지명을 이끌어냈다. 다른 분야에서의 끊임없는 지지는 올 시상식 시즌 유일한 타격인 배우조합상 앙상블 부문 수상 실패를 완화했다. 기술적으로 화려한 블록버스터를 전문으로 했던 델 토로 감독이 각 기술 분야의 회원들과 과거에 일한 경험이 있는 것 또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들은 델 토로 감독을 많이 아꼈고, 아카데미 상으로 마침내 그들의 헌신을 보여줄 수 있었다.

 

출처: 20세기폭스코리아

셋째, ‘오래전에 받았어야 했다’는 은밀한 여론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카데미에 급격한 변화를 준 감독으로서 시상식 시즌에 들어왔다. 어찌 됐든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작품상 후보가 종전 5편에서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47세인 놀란 감독은 [인셉션]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후 할리우드의 특 A급 감독의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감독상 후보가 된 적은 없었다. 아마도 놀란에 대한 여러 왁자지껄한 이야기 덕분에 델 토로 감독이 ‘오래전 받아야 했다’는 말이 가려졌을 것이다. 2006년 [판의 미로]가 아카데미 회원들의 뒤늦은 반응에 힘입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3개 부문을 수상했는데, 만약 그 해 투표 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 지명 또한 받아낼 수 있었다. 이를 생각하면, 델 토로에게 오스카 트로피 2개를 안긴 것은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넷째, 시니어 회원들의 선택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여러 시대극의 요소를 혼합한 작품이다. 영화의 시대 배경과 참고한 다른 영화들을 잘 아는 시니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어필했다. 한 회원은 “이 영화에 훌륭한 점은 정말 많지만, 무엇보다도 할리우드와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라는 게 좋았다.”라고 말했다. 50대 이상인 또 다른 배우는 이를 좀 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영화다.” 그런 점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옛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상 수상작 [디 아티스트]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농아인데, 이 점 때문에 최근 작품상 수상작 중 유일하게 각본/각색상을 받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섯째, 트럼프 시대에 정착하다

작년, 복고풍의 [라라랜드]와 현대적인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놓고 경쟁을 벌였을 때, 트럼프 대통령 취임의 영향으로 [문라이트]가 영광을 안았다. 물론 [문라이트]가 아카데미 회원 다수의 선택을 받을 만한 작품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나, 최소한 세계가 뒷걸음질할 때 영화계는 앞으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기대 이상으로 현재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급진적이기도 하지만, 작품상 수상 자체로 노골적인 메시지를 전하진 않는다. 만약 트로피가 [레이디 버드]에 갔다면, 갓 데뷔한 여성 감독에게 상을 주는 역사적인 순간이 그려졌을 것이다. [쓰리 빌보드]는 아마도 큰 논쟁을 일으키겠지만, 우리를 지키는 것이 임무인 자들에 대한 국가의 분노를 표현하는 의미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겟 아웃]이 승리했다면, 아카데미는 가장 현대적인 후보를 인정하고, 인종 정치에 대한 격렬한 풍자를 정식으로 공표하고, 폭스 뉴스의 분노를 사는 걸 한 번에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여러 생각과 의견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 아니다. 결국 작품상을 받은 건 결국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끝도 없이 우울한 현실 뉴스의 헤드라인에 지쳐버린 회원들은 델 토로 감독이 만든 로맨틱 판타지로의 탈출을 원한 것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How Did The Shape of Water Pull Off That Best Picture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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