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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월드와 로스트의 평행이론

 

written by. 린지 로메인
translated by. Tomato92

 

 

이미지 : ABC, HBO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자의 일상을 살펴보자. 잠에서 깬 그는 레코드를 켜고, 아침을 먹은 뒤 실내 자전거로 운동을 한다. 건물 장식은 레트로 풍이고, 집에는 그 말고 아무도 없으며 남자의 행동에는 무언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첫 문단은 [웨스트월드] 네 번째 에피소드 오프닝 시퀀스를 설명한 것이다. 이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묘한 기분이 드는데, [로스트] 시즌 2의 오프닝과 다를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웨스트월드]에서는 공원 창안자 짐 델로스(피터 뮬란)의 호스트가 모든 걸 갖춘 아파트처럼 보이는 관찰실에서 그의 하루를 보낸다. [로스트]의 데스몬드 흄(헨리 이안 쿠식)은 짐의 은신처와 마찬가지로 70년대의 미를 살린 달마 스테이션에서 생활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누군가의 감시 하에 규모가 큰 책략의 일부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암울하고 우울한 현실에 굴복한 채로 생활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드라마 시퀀스가 이렇게 비슷한 건 우연인 것으로 밝혀졌다. 네 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웨스트월드]의 공동 크리에이터이자 책임 프로듀서인 리사 조이는 [로스트]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는 이런 우연에 대해 “역사적인 각운은 이런 식으로도 으레 탄생하는 법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웨스트월드] 시즌 2는 이런 비주얼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도 전반적으로 [로스트]에서 나온 것들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즌 1 당시에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아름다운 세계’, ‘모든 걸 배후에서 조종하는 신적 존재들’, ‘검은 옷의 사나이’, ‘보이는 것과는 다른 시간 배경’ 등으로 [로스트]와 비슷하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이번 시즌에서도 유사한, 아니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로스트]와 연결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웨스트월드]가 방영 중인 현시점에서 두 시리즈의 비슷한 점을 나열해 본다.

 

 

 

1. 교전 중인 무리들

 

이미지: HBO

 

[웨스트월드]에서 호스트와 게스트는 이데올로기와 과학적 이념에 맞서 싸운다. 돌로레스(에반 레이첼 우드), 버나드(제프리 라이트), 메이브(탠디 뉴튼)는 본인의 신체와 기억을 온전히 되찾기 위한 여정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과 창조자의 뜻이 상충한다는 걸 깨닫고 프로그래밍에 저항하는데, 무리들은 서로 갈라지고 가끔 내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로스트]도 마찬가지로 비행기 사고 생존자, 달마 이니셔티브, 섬 원주민 무리 사이에 크고 작은 불화가 생긴다. 의문과 떡밥은 갈수록 쌓여만 가고,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으며,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과 사뭇 다르다.

두 드라마에 나오는 무리들 간의 차이는 철학과 크게 연관되어 있으며, 오로지 각자의 집단이 추구하는 윤리 강령에만 초점을 맞춘다. [웨스트월드]가 인공지능의 이해에 관한 드라마라면, [로스트]는 인간으로서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다룬다. 이와 비슷한 원칙은 다양한 Sci-fi 영화에도 적용된다.

 

 

 

2. 거대한 동물의 존재와 암시

 

이미지: HBO

 

[웨스트월드] 시즌 2 첫 에피소드 ‘Journey Into Night’에서 버나드는 웨스트월드에서 벵골호랑이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는 [로스트]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생존자들이 열대 섬을 돌아다니며 북극곰과 맞닥뜨린 것과 유사하다. 이 거대한 괴수들은 그들이 원래 서식하는 장소와 어울리지 않으며, 인물들에게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웨스트월드]의 경우, 벵골호랑이는 서로 다른 구역이 합쳐지고 있음을 암시하고(호랑이는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를 모델로 건축한 ‘라지’ 구역에서 온 것이다.) [로스트]의 북극곰은 동물에게 시간여행 실험을 진행한 비밀 기지 달마 이니셔티브의 존재를 암시한다.

 

 

 

3. 숨겨진 벙커

 

이미지: ABC

 

달마 이니셔티브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섬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 섬에 지하 벙커를 세웠다. 마찬가지로 웨스트월드의 공원은 과학자와 프로그래머들이 지하 구역에서 그들의 호스트를 관찰하고 극비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한 곳이다.

네 번째 에피소드에 나왔듯이, 윌리엄(지미 심슨 & 에드 해리스)은 호스트 복제품에 인간의 정신을 심기 위한 팀을 구성하고 그의 장인인 짐 델로스를 실험체로 사용한다. 149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짐이 이런 이행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자, 윌리엄은 인류는 불사할 운명이 아님을 확정 짓는다. 그러나 버나드의 케이스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정신을 호스트에 옮기는 다른 시도가 있었음이 밝혀진다. 여기서 떡밥이 하나 더 생기는데, 그 시도를 누가 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는다. 대체 누가, 무얼 했는지 모른다는 점 역시 [로스트]와 비슷하다.

 

 

 

4. 검은 옷의 사나이

 

이미지: ABC / HBO

 

사람의 신분과 관련해서 두 드라마에서 비슷하다고 꾸준히 언급되는 것은 일명 ‘검은 옷의 사나이’로 불리는 남자의 존재다. [로스트]에 존 로크가 있다면, [웨스트월드]에는 윌리엄이 있다.

[웨스트월드]의 다양한 타임라인을 통해 굳이 마지막 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윌리엄과 검은 옷의 사나이가 같은 사람이며, 그가 공원과 델로스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윌리엄이 검은 옷의 사나이가 된 것처럼 로크의 신분 역시 [로스트] 마지막 시즌에 바뀐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다 섬에서 죽은 그의 몸은 ‘검은 연기’라고 불리는 신령스러운 존재가 차지한다. 윌리엄과 로크 둘 모두 얼굴에 상처가 있고, 본인의 신념을 철저하게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자가 정립한 공상의 산물이 본인과 세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의 윤리관을 바꾸어 적용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윌리엄은 시즌 1에서 공원에 대해 “예전에는 이곳이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네. 이곳은 밑바닥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내면 가장 깊은 부분을 드러내게 하는 곳이야. 진정한 당신을 보여준다는 뜻이지.”라고 말한다.

이와 비교해 로크는 시즌 1에서 잭(매튜 폭스)에게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네. 정말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마법 같은 걸 믿지도 않지. 하지만 이곳은 달라. 정말 특별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대해 말하길 꺼려 하는 이유는 섬이 그들을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야.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어. 다들 느끼고 있단 말일세. 난 이 섬을 꿰뚫는 중심을 보았고, 그곳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네.”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짐작건대 냉소가와 신봉자 사이에서 세계관이 계속 변하는 윌리엄은 로크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웨스트월드]의 중심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한 경이로움, 윤리, 원칙, 인간 욕구와 호기심의 잔인함에 의한 본성의 손상, 치명적인 인간의 관점을 통한 관조와 같은 것이 두 드라마를 이끄는 주제다. 그리고 짐 델로스와 데스몬드처럼, 시청자들은 연구 피험자들이 그들이 갇힌 세계를 이해하는 동안 다음에는 무얼 할지 그저 바라만 볼 수 있을 뿐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Does Westworld’s Second Season Kinda Remind You of … L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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