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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ed by. Tomato92

written by. 토리 텔퍼

 

 

이미지: The Cinema Guild, Wild Bunch Distribution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이며 여성의 몸을 위아래로 비추면 관객석에 앉은 모든 여성들은 눈을 굴린다. 이런 관점은 선정적이고, 굶주린 것 같은 데다, 흡사 야동을 보는 듯하다. 1975년 영화 비평가 로라 멀베이가 만든 이론 용어 ‘남성적 시선’은 이런 상황을 빗대는 데 최적의 어구다. 영화 내에서 남성적 시선은 무언가를 바라보고, 여성의 신체는 대상화된다. 시선의 주체는 관객, 영화의 남성 캐릭터, 혹은 카메라가 될 수 있다. 메간 폭스가 [트랜스포머]에서 차를 ‘수리하는’ 장면이 남성적 시선의 가장 대표적인 예다. 폭스가 자신의 몸을 엔진 쪽에 감각적으로 기울이고 있을 때, 카메라는 그녀의 팽팽한 복근 주위부터 그녀의 몸 앞뒤를 차례로 훑는다. 정말 명백히 역겨운 장면이고, 이와 비슷한 기법은 영화에서 수없이 사용됐다.

 

링컨 센터에 위치한 필름 소사이어티는 그런 불필요한 촬영 기법에 대응하려는 시도로 이번 달 ‘여성적 시선’이라는 영화제를 개최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희귀한 아티스트인 여성 촬영 감독이 만든 36편의 영화로 구성됐다. 필름 소사이어티는 “영화 촬영장의 일부 직업은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매우 폐쇄적이었다. ‘카메라맨’이라는 용어가 고집스레 계속 사용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라고 기술했다. 영화제는 조앤 처칠의 [에일린: 연쇄살인범의 삶과 죽음]과 같은 원초적이고 위험한 영화부터 엘렌 쿠라스의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어리둥절하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영화까지 매우 다양한 감정이 내재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적 시각’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것은 바로 감정적이고 친숙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며, 대상화하기보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타인에 경의를 표하고 기술적이나 그동안 성장하지 못했고, 진실을 탐구하며, 육체적 노동을 수반하고, 여성적이면서 뻔뻔하다. 구시대적인 젠더 이분법의 일부라 볼 수도 있고 반드시 연구, 개발, 파괴의 과정을 겪어야만 하며 어쩔 때는 우리를 살릴 수도 제지할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 촬영 감독들은 여성적 시각과 그것의 유익함(혹은 결핍)에 대한 여러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당신들은 그저 단순한 ‘여성 촬영 감독’이 아닌 능력 있고, 사려 깊으며 매우 숙달된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모종의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다음은 그들 중 일부가 카메라 뒤에서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하고자 하는 말을 정리한 것이다.

 

 

 

여성적 시각은 매우 합리적이다

 

이미지: FilmRise

 

조앤 처칠, 에일린: 연쇄살인범의 삶과 죽음
우리 여성들은 관계를 존중하고 존경하며, 카메라를 비추는 대상에 책임감을 절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촬영할 때 정말 깊게 파고들고, 심층까지 꿰뚫어 사람을 어떤 감정의 수준에 이르게 한다. 나의 의무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인물들의 세상에 자연스레 어울리는 것과 대상의 과정을 따라가며 다른 사람들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세심하게 다가서는 것이다. 이게 실현되려면 그들은 날 믿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남자들은 나만큼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찍는 것 같지 않다. 그들은 뒤로 물러나 어깨너머로 찍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나는 무리 한복판에 조화롭고, 서서히 다가가려 한다.

 

 

애슐리 코너, 미스에듀케이션 오브 카메론 포스트 
‘남성적 시각’은 누군가를 집어삼키고 통제하려 하지만, ‘여성적 시각’은 마음의 틀에 더 가깝다. 우리는 이 틀을 갖고 대상과 재료에 조금 더 감정적이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접근한다. 촬영할 때 특히나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적극 받아들이며 실패를 선호한다. 나는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길 원하며, ‘완벽함’은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커스틴 존슨, 카메라를 든 사람
촬영은 누군가를 보고, 누군가에게 보이는 육체노동이다. 나로 하여금 이 촬영이란 걸 강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끊임없는 탐구다. 촬영된 이미지는 활동적인 관계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관계는 촬영하는 순간에 발현되어 미래에 보는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새로운 시청자들 포함 이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활동적인 관계의 일부가 된다. 누군가를 촬영할 때 그들은 내 시각을 느끼며 이 과정은 지금도 계속된다. 이게 바로 내가 말한 ‘관계’이며, 이것이 내가 작품에 갈망하는 ‘살아있음의 원천’이다.

 

 

 

‘여성적 시각’은 아직까지 상당히 신선하다

 

이미지: The Criterion Collection, Janus Films

 

바베트 맨골티, 잔느 딜망
1970년대 초반 파리에서 뉴욕에 왔을 당시, ‘여성적 시각’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분명 있었다. 여성들은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들을 위해 만든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남성들은 이 세상이 시작할 때부터 그들의 시각을 꾸준히 보여줬고, 우리는 이제 아버지 혹은 연인들과는 다른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시도를 해야 한다.

 

 

커스틴 존슨
비단 장치뿐만 아니라, 여성 중심 시각은 합당한 공간 이상을 오랫동안 차지해온 유구하고 압도적으로 많은 남성 시각의 역사에 의해 알려졌고, 움직였으며 유발됐다. 이 세상은 남성의 상상으로 형상화된 이미지에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여성들은 다르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 때까지, 특이하다 느끼는 것을 표현하려는 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달을 때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것이 몇몇 사람에게는 다소 익숙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실패라기보다 오히려 우리의 시각이 매우 희귀하다는 성공의 신호에 가깝다.

 

 

 

여성적 시각은 마치…

 

이미지: Youtube

 

애슐리 코너
아녜스 고다르는 내 영감을 자극하는 최고의 인물이다. 그녀가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현대의 촬영 감독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태고의 암류와 목 뒷부분에서 나오는 듯한 동경, 정직함이 있다. 이는 너무 심오하기 때문에 말로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포맷이기는 하지만 SZA의 앨범 ‘Ctrl’을 들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이 앨범에서 고다르의 촬영기법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하는데, 여성의 경험을 매우 취약하게 다루는 동시에 언제나 강렬한 톤으로 말한다.

 

 

바베트 맨골티
내게 여성적 시각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사람은 마야 데렌으로, 특히 [변형시간의 의례]와 [오후의 올가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조앤 처칠
수잔 마이젤라스는 나의 여성 영웅 중 한 명이다. 1976년 [카니발 스트리퍼]라는 엄청난 책으로 나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녀는 책을 저술하기 위해 스틸 사진, 영화, 영상, 음성을 사용했고, 카메라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체험한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 보관소에 모든 걸 남겼다.

 

 

커스틴 존슨
재닌 안토니, 왕게치 무투, 클레어 드니, 아녜스 고다르, 자넬레 무홀리, 로리 앤더슨, 나디아 홀그렌, 비비안 사센, 이릿 베츠리, 브렛 스토리, 이시우치 미야코, 키티 그린, 왕난푸, 패티 스미스, 로라 포이트라스, 루이즈 부르주아, 김소영, 아르마간 발란틴, 스테파니 딘킨스, 제인 캠피온, 카라 워커, 시린 네샤트, 마티 디옵, 미아 한센-러브, 캐시 레이히터, 데브라 그래닉, 디 리스, 사라 폴리, 조세핀 데커, 켈리 리처드, 그레이스 리, 오노 요코, 샌디 맥레오드, 지니 레티커, 빅토리아 마호니, 애비 디즈니, 거트루드 카스비에, 미카린 토마스, 케이트 맥키넌, 질 솔로웨이, 소피 칼, 수잔-로리 팍스, 브렌다 코글린, 신디 셔먼, 리사 콜린스, 루스 아사와, 캐리 메이 윔스, 케이트 크로포드, 오우무 상가레… 이외에도 더 나열할 수 있다.

 

 

 

미래는 ‘여성적 시각’에 가깝다

 

이미지: Olive Films

 

나타샤 브라이어, 밀크 오브 소로우 – 슬픈 모유
여성적 시각과 남성 주도적인 분야에서 오직 4%를 차지하고 있는 이 희귀한 여성 그룹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오늘날, 이와 관련해 아직 기초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애석할 뿐이다. 이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대화조차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오기를 바란다.

 

 

바베트 맨골티
시류에 의해 생긴 변화들은 여성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끔 도와준다. 더 많은 여성, 특히나 여성 배우들이 여성을 위한 영화 제작자로 나서고 있다. 그들은 지난 10년 내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를 쓰고 있다.

 

 

조앤 처칠
그동안 대다수의 대중 매체는 거의 기업이 장악했기 때문에 오늘날 아티스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는 이미 바닥을 쳤고, 가치 체계 역시 근본적으로 뒤집어졌다. 자유세계의 리더는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자 멍청이, 성범죄자이다. 이제는 여성에게 기회를 줄 때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 자행되고 있는 것보다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여성적 시각이 우리 모두의 자각을 깨워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삶이 어떤지에 대한 더 완전한 자각을 이끌지 모른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말 고대하고 있다.

 

 

 

여성적 시각은 없다

 

이미지: Diaphana Distribution

 

나타샤 브라이어
여성적 시각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로라 멀베이의 이론 용어에 따르면 ‘남성적 시각’은 실제로 존재했고 이것이 거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산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또한 새로운 표현 수단이 등장할 때부터 이를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남성적 시각이 영화의 공식적 언어처럼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령 여성적 시각이라는 게 존재했더라도, 지금껏 우리가 그것을 분석할 수 있을 만큼 진정으로 발전되지 못했다.

모든 촬영 감독은 성에 상관없이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 기술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각을 오직 두 개의 유형으로 좁히는 것은 그리 타당하지 않은 생각인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언제나 감독과 일하며 서로의 비전을 드러내기 위해 각자의 기량을 있는 힘껏 발휘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시각’은 두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틀을 만드는 과정의 조합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애슐리 코너
여성적 시각을 믿는 것은 남성적 시각 또한 믿는 것이고 나아가 젠더 이분법에 묶이지 않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희망하는 것이다.

 

 

아녜스 고다르, 35 럼 샷 & 아름다운 직업 & 개입자
’촬영술’이라는 단어는 정말 아름답고, 간단하면서, 분명하고, 완전하다. 이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이것이 ‘언어’에 관한 것임이 단박에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정말 다양한 촬영술의 차이와 뉘앙스는 인간의 세심함과 주관성의 풍부함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남자와 여자’ 이렇게 두 개의 세상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두 개의 언어가 왜 꼭 달라야만 하는가?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How Do We Define the Female Gaze i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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