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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에이브러햄 라이즈먼
translated by 겨울달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이하 주먹왕 랄프 2)] 첫 장면에서 존 C. 라일리의 ‘랄프’와 사라 실버맨의 ‘바넬로피 본 슈위츠’가 비디오 게임 캐릭터들의 중앙역 같은 곳에서 수수께끼 놀이를 한다. “나는 동그랗고, 노랗고 점을 먹는 캐릭터야. 나는 누구일까?” 랄프가 바넬로피에게 말한다. 묘사한 대상은 당연히 팩맨이다. 만약 팩맨을 안다면 농담이 재미있을 것이다. 이 대사는 당신이 팩맨 영화가 아닌 영화에 팩맨이 존재한다는 것에 조금이라도 신이 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로 들어간, 일종의 특별 출연인 셈이다. 브랜드 간 크로스오버를 인식했을 때 느낄 전율과 놀라움, 그 자체가 [주먹왕 랄프] 시리즈가 구축된 기반이다.

2012년까지 크로스오버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평론가들이 1편에 찬사를 보낼 때,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강력한지 언급하기도 했다.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순수한 기쁨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즐거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글로브 앤 메일’ 지의 데이비드 맥긴은 그만의 독특한 논평에 이렇게 썼다. “내게 MRI 기계는 없지만, 장담하는데 소닉 더 헤지호그가 나타난 순간 X세대의 뇌 편도체가 불타는 집처럼 밝게 빛났을 것이다.” X세대만 아니다. 더 젊은 관객은 댄스 댄스 레볼루션의 등장에 경탄했을 것이고, 나이 든 세대는 퐁 게임의 패들과 벨이 등장하는 순간 낄낄 웃었을 것이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장기에프와 춘리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큐버트가 인상 깊은 역할을 연기하기도 한다.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에 관객들은 앉아서 생각하게 된다. 이게 어떻게 법적으로 가능하지?

당연히 가능하다. 어떤 회사가 자신들의 IP(지적재산권)가 수백만 명의 눈앞에서 펼쳐질 유치한 디즈니 만화 세계에 등장하길 원하지 않겠는가. 디즈니가 할 일은 요청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저작권자가 만족할 만한 상황에 캐릭터를 넣는 것이다. 모두에게 이득이다. 이 아이디어의 효과는 정말 강력해서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다. 당연히 브랜드 매시업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중요 요소가 될 거라 예측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반길 만한 일이 아니라도 말이다.

[주먹왕 랄프 2]를 포함해 지난 17개월 간 브랜드가 매시업 된 영화가 최소 4편은 나왔다. 처음은 [이모티: 더 무비]였다. 의인화된 픽토그램, 즉 이모티콘이 10대의 핸드폰 속 여러 유명 앱에서 모험을 떠나는 영화다. 다음은 가장 악명 높은 [레디 플레이어 원]이었다. 1980년대와 그 이후의 팝컬처 요소를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향수의 감정 자체를 전략으로 사용해 비웃음을 샀다. 디즈니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모든 캐릭터, 심지어 소니에서 빌려온 스파이더맨까지 한 영화에 묶었다. 모두 다 성공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먹왕 랄프 2]가 흥행 흐름을 깨진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개그와 편안한 캐릭터 구성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잘 만든 어린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환경에서 기대할 만한 깔끔하고 기술력 있는 CGI 비주얼도 갖췄다. 배우들의 목소리도 밝고 가볍다. 하지만 이런 요소만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 창작자들이 믿는 구석은 랄프와 바넬로피의 모험 앞에 나타날 익숙한 브랜드 결합이 관객들을 흥분시킬 거라는 사실이다.

게임 캐릭터도 등장하지만, 이번에 먹힐 만한 ‘액션’은 테크 분야에서 나온다. 게임 캐릭터들이 사는 오락실에 최신 모뎀이 설치되면서 랄프와 바넬로피는 각자의 게임을 떠나 인터넷 안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영화는 월드 와이드 웹을 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초고층 빌딩이 하늘 끝까지 뻗어 있는 밝게 빛나는 대도시로 표현한다. 주인공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길에는 온갖 거대 브랜드의 특성이 잘 드러난 건물이 서 있다. 아마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창고, 핀터레스트가 ‘홈’이라고 부르는 고층 타워. 판당고 빌딩과는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스냅챗 본부에도 잠깐 들르는 게 어떨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야!” 바넬로피가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외치는 말에 우리도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디지털 유토피아는 테크 CEO가 자신들의 의제로 우리를 설득하려고 말한 것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모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자유가 있고 현실 존재의 비효율성과 실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돈과 아이디어의 시장 말이다. 물론 바이러스와 사기가 도사린 다크넷도 잠깐 등장하지만, 유명 브랜드는 그곳에 등장하지 않으며 다크넷은 인터넷 세상의 극히 일부분만 차지한다. 영화 속 인터넷은 실제 인터넷의 모습이 아니라 – 랄프가 인종차별주의적 페이스북 밈을 보거나 바넬로피가 포르노허브에 우연히 접속할 일은 없다 – 오히려 우리가 믿길 바라는 버전에 가깝다.

테크 브랜드는 배경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영화 속 사건은 바넬로피의 아케이드 게임기가 망가지자 폐기되는 걸 막으려고 바넬로피와 랄프가 이베이에서 부품을 구입하려고 시도하면서 시작한다. 제작진은 그저 평범한 경매 사이트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베이를 선택하면서 제작진과 이베이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베이의 서비스는 분주하고 넓은 사무실에서 예전처럼 말이 빠른 경매 관리사가 잠재 고객에게 쉴 새 없이 떠드는 모습으로 구현된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부품을 살 현금이 충분하지 않아 일정 시간 안에 현금을 찾아야 하고, 그때까지 정기적으로 용감한 벨보이로 의인화된 자동 리마인더를 받는다 (랄프는 그를 이보이라 부른다.) 영혼 없는 온라인 거래는 매력적이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 형태가 당신과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바뀐다. 아마 이베이 이사진은 시사회에서 이 부분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들이 불평할 것은 없다.

영화 속 기업의 공생을 그린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모티 더 무비]는 뻔한 스토리텔링과 성경책 한 페이지만큼 얕은 캐릭터로 뒤범벅되어 있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바일 앱에 더없이 좋다. 주인공 이모티콘들은 보트를 타고 스포티파이의 ‘음악 흐름’을 지나, 저스트 댄스에서 자그마한 노란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고, 캔디 크러시에서 달달한 사탕을 마음껏 먹는다. 동료 에밀리 요시다가 영화 시사회에서 한 아이가 익숙한 앱이 나온 순간 “인스타그램이다!”라며 반갑게 외쳤다는 묘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팝컬처에 보내는 러브레터로 터져나가기 일보 직전인 바인더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샤이닝] 세계에서 만나고, [백 투 더 퓨처]의 드로리안을 몰고 돌아다니며, 아이언 자이언트, 볼트론, 스폰과 함께 거대한 비디오 게임 배틀에 참전하는데 이건 영화 속 레퍼런스 천 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인피니티 워]는 라이선싱 관점으로 보면 가장 수월하다. 디즈니가 스파이더맨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의 판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양한 IP를 한데 어울리게 해 최대한의 기대감을 뽑아내는 10억 달러짜리 영화 말이다.

여러 스튜디오가 마블의 모델을 따라 서로 다른 캐릭터의 단독 영화를 만든 후 크로스오버 출연으로 연결해 자신만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려는 시도를 계속 해왔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성공한 회사는 없다. DC 확장 유니버스는 상호 연결된 스토리의 틀을 벗어나고 있고, 밸리언트 유니버스는 몇 년이나 미뤄졌으며, 미친 과학자만이 괴물로 가득한 유니버설의 다크 유니버스에 성공적인 미래가 있다 말할 것이다. 모든 것은 윗분들께 생각할 과제만 던진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1도 주지 않는 공유된 세계관을 건설하는 수고를 피하면서 마블의 크로스오버가 주는 스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브랜드 시너지 영화는 돈은 많이 들지만 창조하는 노력은 덜 들어가는 대안을 제시한다. 관객에게 친숙해지라고 설득할 만한 캐릭터의 전당을 만들 수 없다면,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IP를 여러 개 모아서 테이프로 묶은 다음, 카메라 앞으로 끌어올린 뒤 영화의 마법이 실현됐다고 하면 된다. 그러면 스튜디오는 굳이 IP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며, 관객들은 한 시공간에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과 장소, 물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광경을 보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매시업은 단순히 영화에 차용하는 것 그 이상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좋아하는 브랜드의 영화 버전을 만든다고 발표해도 특별히 기뻐하지 않는다. 향수를 자극하는 경제에 필요한 것이 되었다. 예전의 흥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당신이 좋아하는 다른 브랜드, 또 다른 브랜드, 또 다른 브랜드와 함께 나와서 결국 영화가 기업 간 이해관계라는 닭고기로 채운 칠면조 요리가 될 때까지 봐야 한다. 요구 조건의 수준도 더 높아졌으며, 할리우드의 큰손들이 기업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이상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미지: Touchstone Pictures

이런 트렌드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창작력이 종말을 맞았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될 필요는 없다. 닭고기로 채운 칠면조 요리를 솜씨 있는 요리사가 요리하고 양념할 수도 있다. 매시업의 완벽한 예는 사실 25년 전, 로버트 저메키스의 1988년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먹왕 랄프 2] 글을 준비하기 위해 어릴 때 이후 처음으로 [로져 래빗]을 다시 봤을 때 여러 요소를 잘 포함한 영화에 놀랐다. 물론 고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경쟁작인 루니 툰스 캐릭터, 다른 만화 스타 캐릭터를 전시하는 것 자체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과감한 네오 누아르 영화에서 캐릭터의 등장은 여유롭고 영리하다. 대피와 도널드 덕의 격렬한 피아노 대결이나 흑백의 베티 붑이 컬러 만화의 세계에서도 매력적일 수 있음을 증명하려 애쓴다. “구피, 스파이 누명 벗다”라는 헤드라인도 마찬가지다.

[로져 래빗]은 카메오들을 단순히 뽐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와 세계를 구축하는 재료로 활용한다. 물론 벅스 버니와 미키 마우스가 휴전 협정을 체결하고 3막 개그 장면에 함께 등장한 장면은 정말 멋지다. 하지만 캐릭터 대부분은 연예 산업에 대한 비판을 돕기 위해 등장한다. 인간에게 존중받지 못한 채 툰타운(만화 마을)에서 살게 된 만화 캐릭터는 연예 산업을 견인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백인에 의해 최상류층에서 배제되고 착취되는 소외 집단(특히 흑인)의 대역이다. 덤보가 말 그대로 땅콩을 벌려고 일하는 상황은 코끼리에 특정 식단을 강요하는 농담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무신경한 스튜디오 사장에게 인색하게 대접받는 불의를 보여주며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스토리도 연기도 정말 좋고 풍부하다. 여전히 놀라운 2D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을 보면 그 흐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기게 된다. 영화는 이런 것들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것들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요즘은 누구도 기업이 [로져 래빗] 수준의 전복을 허가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창작자와 기업 똑같이 공통의 의제를 밀고 나갈 수 있을 만큼 포커스 그룹이 승인한 수준의 묘사만 이뤄질 뿐이다. 지루한 이야기에 브랜드 특별 출연으로 양념을 칠 수 있다는 유혹은 너무 강력하다. 이 과정 자체가 그저 그런 솜씨를 가릴 만한 익숙함과 편안함을 만들 수 있기에 할리우드라면 두꺼비에 새 향수를 뿌리기 위해선 뭐든 할 것이다. [1984] 속 조지 오웰의 말을 빌어 마무리하겠다. 미래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스타워즈] 루크 스카이워커와 [스타트렉] 장 룩 피카드 선장이 [해리포터] 볼드모트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Ralph Breaks the Internet and the Rise of Mash-up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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