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공식 출범

이미지: 웨이브(Wavve)

9월 18일, 웨이브(Wavve)가 공식 출범했다. 지상파 3사가 만든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회사의 푹(POOQ)과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가 합친 서비스로, 연초부터 국내 방송 통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웨이브는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말 유료가입자 5백만 명, 연 매출 5천억 원 규모의 서비스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푹의 복잡한 요금체계는 3단계로 단순화됐다. 가격, 동시접속 인원, 화질 지원, 스크린 수에 따라 베이직(7,900원), 스탠다드(10,900원), 프리미엄(13,900원)으로 나뉘며, 월정액 상품 가입자는 비용 추가 없이 영화, 해외 시리즈도 이용할 수 있다. 향후 프로야구 멀티뷰, VR 콘텐츠, e스포츠 채널 등도 제공된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도 공격적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웨이브 측은 초기 재무투자 유치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기반으로 2023년까지 3천억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3사는 프로그램 제작 능력은 갖췄으나 자금 문제로 고전해 왔는데, 이동통신사 1위 업체인 SK텔레콤의 합류로 자본을 확보하게 됐다. 일단 지상파 3사의 대작 드라마에 투자하고, 방송 편성과 함께 VOD는 웨이브에서 독점 서비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CJ ENM과 JTBC가 손잡다

이미지: CJ ENM / JTBC

웨이브의 공식 출범 발표 다음 날인 17일, CJ ENM과 JTBC는 양사의 콘텐츠를 통합한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새 서비스는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TVING)에 기반하며, 콘텐츠 결합상품, 추가 제휴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생태 구조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둔다.

CJ ENM-JTBC 간 합의에서 특이한 점은 경쟁 서비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자체 플랫폼도 운영하지만 “‘제값’을 주는 플랫폼이라면 어디든 협력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JTBC는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는 티빙과 푹, 해외 서비스는 넷플릭스, 라쿠텐 비키에 콘텐츠를 공급해 왔다. CJ ENM 또한 넷플릭스에 [미스터 선샤인], [60일, 지정생존자]를, 라쿠텐 비키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을 공급했다. 두 회사가 통합서비스를 시작해도 진출이 어려운 지역에는 기존 사업자의 콘텐츠 공급자로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9월 현재 국내 OTT 생태 구조

국내 미디어 기업이 OTT 서비스를 위해 빠르게 합종연횡하는 것은 글로벌 미디어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시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한국의 안방과 콘텐츠 창작자, 제작사를 동시에 공략하며 국내 미디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11월 출범하는 애플TV+와 디즈니+ 또한 몇 년 내에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종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기 전 시장을 장악해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

2019년 9월 현재 국내 OTT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는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 / CJ와 JTBC / 넷플릭스와 LGU+ / 왓챠플레이 등이다. LGU+는 지난 11월 IPTV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20대 고객 유입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LGU+ IPTV 2019년 1분기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13%가 증가한 414만9000명을 기록해 넷플릭스 효과를 입증했다. SKT가 푹과 손잡고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한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반면 CJ나 JTBC는 웨이브 출범 전 지상파 3사의 합류 제안을 받았으나, 합작법인 설립을 합의함으로써 웨이브의 생태계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 됐다.

아직 변동의 여지가 남아 있다

IPTV 1위, 무선이동통신 2위인 KT는 아직 OTT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SK Btv와 LGU+가 다른 유료 방송사업자(티브로드, CJ헬로)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안 때문에 딜라이브 인수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일각에선 CJ와 JTBC의 합작 법인에 KT도 함께 한다면 엄청난 파괴력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지만, KT는 아직도 어떤 쪽과 손을 잡지 않았다. 이들이 선택할 만한 시나리오는 여러 개다. CJ-JTBC와 손잡을 수도, 더 작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인수하여 독자 노선을 밟을 수도 있으며, 해외 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해외 사업자의 파트너는 누가 될 것인가?

한국 이통사들은 11월 서비스를 시작할 디즈니+에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SKT 박정호 사장은 지난 5~6일 열린 애널리스트 초청 세미나에서 SKT가 디즈니+에 관심이 있고, 서비스 제휴를 위해 디즈니와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 밝혔다. SKT는 Btv와 웨이브 모두에 디즈니 플러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KT와 LG, CJ ENM 또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와 OTT 사업자가 디즈니+를 욕심내는 이유는 웨이브나 티빙 등이 국내 콘텐츠는 풍부하지만 해외 콘텐츠는 가짓수나 종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블, 픽사 등으로 국내 극장가에서 사랑받는 디즈니의 콘텐츠를 독점 서비스할 경우 OTT 시장에서 크게 앞서나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디즈니 측은 한국 진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아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소식이다. 디즈니는 지난 4월 디즈니+ 론칭을 발표하며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은 2022년 론칭할 것이라 발표했다.

디즈니+가 파트너십 체결에 생각이 없어도, 국내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을 만한 다른 해외 서비스도 있다. 워너미디어의 HBO맥스, NBC유니버설의 피콕 또한 협력 가능한 사업자다. HBO맥스는 DC 영화 등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는 영화와 드라마 대다수를 서비스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얼마 전 [빅뱅 이론]의 스트리밍 전송권을 5억 달러라는 거금에 획득했다. NBC유니버설은 이미 [오피스]의 스트리밍 전송권을 확보했으며, 유니버설 픽쳐스의 다양한 영화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