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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OTT에 올인하다

디즈니+ 론칭이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1월 12일, 미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에서 디즈니+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의 막이 오른다. HBO 맥스와 피콕도 내년 론칭 예정이지만, 전 세계 서비스 공급을 목표로 한 기업 – 넷플릭스, 애플 TV+, 디즈니+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기에 2019년 11월은 매우 중요하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에 관심 있는 누구나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애플TV+가 아이폰 등 기기 판매에 치우친 애플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일환이라면,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 대처하는 디즈니의 선택이다. 지난 2년간,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의 구조를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게 개편했다. 마블과 스타워즈 영화, 디즈니랜드, 상품 장사로 매년 돈을 끌어모으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려면 거액을 투자해야 할뿐더러 잠재적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디즈니의 거침없는 행보는 기업을 넘어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 확보와 자회사 신설

Disney+ 데모 영상. 출처: Youtube What’s On Disney Plus

디즈니는 2017년 BAMTech라는 스트리밍 기술 기업을 인수했다. BAMTech는 MLB가 세운 기술 기업으로 HBO Now, 플레이스테이션 뷰 등 다수의 OTT 서비스에 기술을 제공했다. 당시 업계 전문가는 디즈니가 본격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2018년 3월, 디즈니는 소비자 직접 서비스 및 국제사업부(Direct-to-consumer & International, 이하 디즈니 DTCI)를 신설했고, 기업 전략을 맡아왔던 케빈 메이어가 사장으로 취임했다. 디즈니 DTCI는 디즈니+, ESPN+ 등 스트리밍 서비스뿐 아니라 월트 디즈니 글로벌 콘텐츠 세일즈 및 배급, 디즈니 인터내셔널 채널 서비스를 담당한다.

라이브러리 확보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서비스 콘텐츠의 정체성이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TV 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디즈니+의 콘텐츠는 디즈니의 역사와 성격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구성돼야 했다. 담당자의 최우선 과제는 라이브러리 확보였다. 디즈니의 “콘텐츠 금고”에 있는 수많은 작품 중 어떤 걸 서비스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디즈니 콘텐츠 담당 부사장 아그네스 추는 “가장 먼저 한 일은 라이브러리에 충분한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배급 및 방영권을 회수하는 것.”라고 말했다.

라이브러리 확보를 위해 디즈니는 미디어 산업을 뒤흔들 만한 결정 두 개를 내린다. 하나는 넷플릭스와 맺은 독점 콘텐츠 라이선싱 계약 종료다. 넷플릭스와 계약은 디즈니에 연 1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가져왔지만, 디즈니는 자체 서비스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디즈니 주주들마저 결정에 우려를 표했으나, 아이거는 “새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라 천명했다.

다른 하나는 20세기 폭스 인수다. 총 710억 달러로 뉴스와 채널 서비스를 제외한 20세기 폭스의 자산 대부분을 인수한 디즈니는 박스오피스 점유율만 40%에 달하는 초거대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디즈니의 빅딜이 박스오피스 시장 점유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수 결정 후 두 기업 간 조직 통합 과정에서 폭스 2000이 문을 닫고 20세기 폭스 영화 임원 다수가 사임했다. 반면 TV 스튜디오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디즈니 TV 제작 부문의 대안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스트리밍 시장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졌다. 디즈니+ 또한 화려한 오리지널 프로그램 라인업을 구비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아그네스 추 부사장은 디즈니+ 론칭이 발표되자마자 션 베일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제작 사장, 캐서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사장 등을 만나 디즈니+만을 위한 영화와 스타워즈 TV 시리즈 제작을 요청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노엘], [레이디와 트램프] 등을 디즈니+ 오리지널로 공급한다. 루카스필름은 [라이온 킹] 존 파브로 감독과 스타워즈 최초의 실사 TV 시리즈 [만달로리안]을 제작해, 디즈니+ 론칭과 동시에 공개한다. 그 외에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프리퀄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 등 다양한 스핀오프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도 디즈니+를 통해 TV 시리즈 제작에 나선다. 지금까지 마블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 TV 시리즈는 마블 텔레비전이 담당했으나, 디즈니+를 통해 마블 스튜디오는 TV 시리즈라는 새 포맷으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이어간다. [팔콘 앤 윈터 솔저]가 촬영에 돌입했으며, [완다비전], [미즈 마블], [호크아이] 등이 사전 제작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가 TV로 영역을 확장하며 마블 텔레비전의 입지가 좁아졌고,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이 영화뿐 아니라 마블 관련 콘텐츠 전체의 크리에이티브를 맡게 되면서 마블 엔터테인먼트 아이작 펄머터 회장의 권한도 축소됐다. 마블 텔레비전을 이끈 제프 로브 부사장은 올해 말 회사를 떠난다.

이미지: Disney

디즈니는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하고, TV 시리즈를 지상파와 케이블 등 주로 TV 채널에서 방영하는 전통 미디어 기업이다. 그래서 디즈니+ 설립이 발표됐을 때 디즈니의 영화 배급 전략에 변화 여부도 관심을 모았다. 디즈니는 디즈니+가 있어도 영화 극장 개봉은 계속되지만, 어떤 프로젝트의 극장 배급 또는 스트리밍 공개 여부는 예산뿐 아니라 극장 상영 성공 가능성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기존의 홀드백 기간(극장 개봉 후 2차 매체 서비스 제공까지 유예 기간) 7개월은 유지되며, 따라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나 [토이 스토리 4]는 디즈니+ 론칭과 동시에 볼 수는 없다.

디즈니는 2020년까지 콘텐츠 예산에 10억 달러 이상을 쓸 계획이며, TV 시리즈 제작에 영화만큼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만달로리안] 제작비는 회당 1500만 달러, [팔콘 앤 윈터 솔저]는 회당 25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인하우스 스튜디오 제작 콘텐츠가 대부분이지만 외부 스튜디오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데도 열려 있다. 지나 로드리게스가 제작하는 [여성 대통령의 일기]는 CBS TV 스튜디오가 디즈니+에 처음 납품하는 시리즈다. 디즈니는 앞으로도 서비스 콘텐츠 정체성에 맞는 가족친화적 작품이라면 내부, 외부 가릴 것 없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디즈니+의 자신감

디즈니+는 테스트 없이 정식 론칭부터 완벽히 구현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론칭 전 네덜란드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키즈 콘텐츠를 포함해 첫 해에만 오리지널 콘텐츠 35편을 제공하며, [스타워즈] 전체 시리즈, 마블 영화 전체를 라이브러리에 구비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역작 [아바타] 또한 론칭과 함께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마니아를 공략해도, 일반 시청자가 이용하지 않으면 서비스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디즈니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2024년까지 전 세계 가입자 6천 만~9천만 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케빈 메이어 사장은 “디즈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확보했고, 공격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서비스 출범 시기도 적절하며, 가격도 경쟁력 있다.”라고 평가했다. 콘텐츠 라이브러리도 흥미를 가지게 하는 요소이지만, ESPN+, 훌루를 묶은 월 12달러 번들이나 버라이어즌과 제휴한 1년 무료 이용 프로모션도 가입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디즈니+는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인식 조사에도 애플TV+, HBO 맥스, 피콕보다 디즈니+를 아는 사람이 더 많고, 디즈니+ 사용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압도적이었다. D23에서 아이거가 발표한 대로 2021년쯤 전 세계 론칭이 완료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Disney

디즈니+는 2개의 과제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디즈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너 나할 것 없이 론칭을 계획하면서 브랜드가 독점할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그만큼 재능 있는 창작자를 확보하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해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을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느낄 ‘구독 서비스 피로’다. 사용자 또한 시간과 돈의 제한 때문에 모든 것을 누릴 수는 없으니, 필요하고 좋아하는 서비스 몇 개만 골라서 구독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지가 갑자기 많아지면 소비자는 어느 순간 선택 자체에 피로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뿐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의 목표는 ‘대박 신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피로감을 이기고 서비스를 계속 구독하게 만드는 것이다. 디즈니는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며 스트리밍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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