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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50년, 대중 문화에 미친 영향

Written by 비크람 무르시
Translated by 겨울달

 

이미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1964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냉전 풍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끝낸 뒤,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그린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는 공상 과학 소설가 아서 C. 클라크와 협력해 단편 소설 [더 센티넬]에서 영감을 얻은 각본을 집필했다. [더 센티넬]은 ‘고대 외계인이 달에 남긴 정체불명의 물건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고자 우주를 환상의 공간으로 과장하는 묘사는 피하고, 사실적이며 과학에 근거한 정확성을 강조하기로 했다. 2년 간 소설과 시나리오를 쓴 후, 큐브릭은 2년 동안 영화를 제작했지만 완벽주의 경향 때문에 제작 기간과 예산 모두 초과했다. (그는 극장 개봉 며칠 전에도 편집을 했다.) 1968년 4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하 ‘2001’)]는 워싱턴 D.C.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열었다.

 

일반 개봉 전까지 평단의 비평은 엇갈렸다. 대다수가 특수효과는 호평했으나 영화의 속도와 딱딱한 톤에는 부정적이었다. (당시 평론계 라이벌이었던 폴린 카엘과 앤드류 사리스는 영화를 싫어한 반면, 젊은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극찬을 보냈다.) 그러나 [2001]은 대중문화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쳤다. 영화의 비주얼과 철학적 함의에 반응한 반문화 대중과 큐브릭 비전에 홀린 신진 영화감독들 –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리들리 스콧 – 에게 극찬받았다. [2001]은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극장에서 3번 개봉됐으며, 50년이 지난 지금도 큐브릭의 대작이자 영화 예술을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01]은 지난 50년 간 SF 장르뿐 아니라 대중문화 전체에 큰 영향력을 드리웠다. ‘감정을 가진 컴퓨터가 임무가 위험에 처하자 인간 파트너를 배신한다’는 영화의 중심 이야기는 초석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복잡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의식 위주로 표현한 큐브릭의 방식이 수십 년간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친 게 더욱 중요하다. 클라크는 소설에서 자신의 문학 배경에 어울리는 설명 위주의 명확한 접근을 선택했으나, 큐브릭은 관객이 영화의 전통적인 내러티브 관습을 피해 원초적인 수준으로 접근하길 원했다.

 

[2001]의 많은 장면이 대표적인 장면으로 남은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인류의 시작, 모놀리스, 뼈가 위성으로 바뀌는 장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흐르는 달 착륙 장면, “격납고를 열어, 할(Open the pod bay doors, HAL.)” – “미안합니다, 데이빗. 그렇게 할 수 없어요.”라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 죽어가는 할이 ‘데이지 벨’을 부르는 장면, 사이키델릭한 스타 게이트 장면, 지구를 유영하는 스타 게이트가 아래의 지구를 바라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들은 모두 단순한 설명보다 감탄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어졌다. 우주 탐사의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됐을 때 느낄 두려움과 공포를 완성한다.

 

우리는 [2001]이 SF와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을 분류하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경의와 헌정, 정신의 결합을 통해 이어가고 있는 유산을 알아보기로 했다. 영화의 기원과 목적이 더 이상 완전한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2001]은 우리가 펼칠 상상의 나래보다 더 크고 넓은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약속으로 여전히 관객과 창작자 모두를 사로잡는다.

 

 

1. 철학적 & 함축적인 SF 영화

큐브릭의 [2001]은 [스타워즈], [미지와의 조우], [에이리언] 등 상업 SF 블록버스터뿐 아니라 인간이 기술 또는 미지의 우주와 맺은 관계 등 존재론적 질문을 다루며 이성에 호소하는 SF 영화 시장도 열었다. 1970년대는 추상적인 모호함에 빠져 철학적으로 도발하는 명작이 많이 등장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많은 사람들은 큐브릭 영화에 대응한 작품이라 본다), 니콜라스 뢰그의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솔 바스의 [제4의 종말], 르네 랄루의 [판타스틱 플래닛], 그리고 [2001]의 특수효과 감독 더글라스 트럼블의 연출 데뷔작 [싸일런트 러닝]이 그 예다. 1980년대 [듄]이나 클라크의 [2001] 속편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자들은 결국 지적인 SF 영화에 등을 돌렸지만, 인터넷이 등장하고 수준 높은 특수효과가 빠르게 발전한 덕분에 또다시 등장한다.

 

이미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이미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21세기 들어 대형 스튜디오와 독립 제작사 가릴 것 없이 극찬받은 SF 영화를 제작하면서 대다수가 큐브릭의 철학적 엄격함을 따른다.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는 우주여행과 인공 지능을 큐브릭만큼 섬세하게 다루며, 관객을 완전히 다른 공간에 빠져들게 한다. 쉐인 카루스의 [업스트림 컬러], 조나단 글레이저의 [언더 더 스킨], 알렉스 가랜드의 [엑스 마키나] 등 작은 영화는 기술에 몰입하기보다 존재론적 난제를 탐구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인다. 최근 비평가와 마니아의 호평을 받은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은 끊임없이 변하는 영화의 풍경에서 상상력으로 가득한 SF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이미지: 넷플릭스

2. 프로덕션 디자인 & 시각/특수 효과

이미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이미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더글라스 트럼블이 이끈 [2001] 특수효과 팀은 카메라 내장 기술과 광범위한 배경 프로젝션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했다. 우주선의 복잡한 모델은 사실적인 깊이의 심도로 조심스럽게 촬영됐고, 우주선 내부는 회전 원심기 등 거대한 세트로 제작됐다. 이런 장엄한 효과의 많은 부분은 무성 영화 시대 방식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 시대 SF 영화에는 없었던 사실주의적 감각을 만들어냈다. (큐브릭과 팀은 NASA가 그다음 해, 달에 사람을 보내면서 미래 영화의 레퍼런스를 제공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2001]의 규모와 기술은 미래의 미술/효과 팀이 자신만의 SF 세계를 창조하는 데 교본으로 사용됐다. [스타워즈: 제국의 습격]과 [화성침공] 촬영감독 피터 서스치스키는 [2001]이 특수효과 업계의 확장 경쟁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트럼블의 조수 존 딕스트라는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을 공동 설립하고 [스타워즈]의 특수 효과를 맡았다. 트럼블 자신은 [미지와의 조우] 효과를 맡아 우주 비행접시 모양을 만드는 렌즈 플레어 사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컴퓨터그래픽 혁신으로 더 이상 새롭고 흥미진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실제 모델에 의존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큐브릭의 광대한 비전은 기술 분야의 많은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시각효과 감독 존 게이타가 유명한 ‘총알 장면’을 만들 수 있던 건 라나 & 릴리 워쇼스키가 새로운 형식을 탐구하게끔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1]은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이었고, 전에 본 적 없는 몰입의 수준에 이르도록 이끌었다. 워쇼스키 자매는 큐브릭과 트럼블이 작업하는 것처럼 나와 함께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Lucasfilm
이미지: Columbia Pictures

3. 음악

큐브릭은 [2001]에서 클래식을 중심 주제 음악으로 썼다. 특히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곡 모두 영화 개봉 후 엄청나게 유명해졌고, 이제는 큐브릭의 시각 팔레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2001]이 공개되고 겨우 몇 년이 지난 후 마이클 니콜스, 존 카사베츠 등 감독들은 [캐치 22]와 [별난 인연]으로 영화 사운드트랙에 존경을 표시했다. 이제는 [2001] 사운드트랙의 오마쥬를 [심슨] 에피소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1] 사운드트랙은 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즉시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이후 나온 SF 고전 영화는 기존 레코딩 대신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 음악으로 우주의 장엄함을 전달했다. 한편 [2001]은 SF 영화에서 관습에 따르지 않은 음악 사용을 개척하기도 했다. [마션]에서 데이빗 보위의 ‘Starman’이 작업 환경이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든 것이 그 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처럼 [트론: 새로운 시작] 속 다프트 펑크의 전자음악 또한 놀라움을 전하는 것에선 큰 차이가 없다.

 

https://youtu.be/OIM8RxaK5rE

 

4. 할(HAL)

 

HAL 9000는 [2001]에서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지각을 지닌 컴퓨터로 더글라스 레인의 목소리 연기와 카메라 렌즈로 표현된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었다. 내부 오작동으로 연결이 끊어질 것이라 예측한 HAL은 결국 디스커버리 1호 우주인들을 배신하고, 프랭크 풀 박사(개리 락우드)를 죽인 후에 데이빗 보우먼 박사(케어 둘리아)의 손에 폐쇄된다. HAL은 인공 지능과 인간이 만든 기술이 언젠가는 충분한 지식과 판단력을 습득한 후에 창조자를 배신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나타낸다.

 

이미지: Warner Bros. Entertainment

현대 SF는 인류를 위협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AI를 수없이 많이 그렸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웨스트월드]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AI가 자신만의 야망을 키워나가는 아이디어를 탐구한다.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은 노스트로모의 마더 시스템에 HAL을 이식하고, 함선의 과학 장교 애쉬는 영화 후반부에 안드로이드임이 드러난다.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는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이 자의식을 얻고 세계를 장악하는 세계를 가정한다. 한편,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나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는 인간 특성을 지닌 컴퓨터 시스템이 등장해 인간의 육체와 컴퓨터의 하드웨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큐브릭이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르지만, 우리는 아직도 기술이 우리는 도울지, 사랑할지 혹은 회로를 살짝 바꿔 우리를 파괴할지 알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미지: Pacific Western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How 2001: A Space Odyssey Has Influenced Pop Culture, 50 Year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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