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는 이제 어디에서 만들든 이야기의 “전형”이 갖춰져 있다. 성장, 사랑, 권력 다툼, 그리고 진정한 의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각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이 정도의 이야기를 버무려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의학드라마는 오히려 각 캐릭터의 매력 빨(!)이 중요하다. 너무 많이 만들어져서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지경이기에 캐릭터에 풍부한 해석을 넣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때가 왔다.

 

2주 전 방송을 시작한 SBS의 <낭만닥터 김사부 (이하 김사부)> 또한 의학드라마의 기본 스토리를 재탕하는 것처럼 보인다. 철없는 애송이 의사가 참 스승을 만나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이야기. 이 콘셉트만으로도 <뉴하트>와 <골든 타임>이 떠오른다. 게다가 동료 의사와의 연애 이야기는 한국 의학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몇 달 전 SBS에서 방영했던 <닥터스>는 대놓고 만든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였다. <김사부>가 신선한 건 가끔씩 엉뚱한 타이밍에 멜로 라인이 훅 들어와, 급박한 분위기 전환 장면에서 여주인공도 시청자도 얼떨떨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중요하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결국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의드 캐릭터의 끝판왕은 이미 등장했다. 미드에서는 <하우스>의 그레고리 하우스가, 한드에서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이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때문에 그 이상의 신선하고 강렬한 캐릭터가 아니라면 시청자에게 어필하기에 부족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캐릭터는 <김사부>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 <김사부>는 어떻게 방영 6회 만에 시청률 20%의 고지를 넘볼 수 있게 된 걸까? 답은 바로 “배우”다. 특히 한석규의 아우라는 모든 식상함을 신선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어디서 많이 본 “김사부”라는 캐릭터를 마치 ‘원 앤 온리’를 보게 한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하는 마력. 연기의 “ㅇ”도 모르는 일반 시청자도 한석규의 연기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엄지를 세우게 된다.
이번 주 방영된 <김사부> 5화에서 한석규의 연기가 다른 배우들의 최고의 연기를 이끌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사부가 강동주(유연석 분)의 수술을 어시스트하는 장면.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한 후 트라우마가 생긴 강동주를 매섭게 다그친 김사부는 자신의 수술이 끝나자마자 강동주의 수술을 돕는다. 강동주가 주요 혈관을 잡았지만 출혈이 일어나자, 백플로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수술의 주도권을 넘겨받는다. 그 장면에서는 김사부와 강동주가 자신이, 그리고 서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믿는다. 게다가 그 장면에서 한석규는 후배 유연석을 리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연기를 하게 만든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강동주, 아니 유연석의 몸짓. <김사부>를 5화까지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마치 이 장면 하나를 위해 강동주가 그동한 약하고 이기적으로 굴었던 것처럼. 그리고 김사부가 강동주와 윤서정을 호되게 다그쳤던 것처럼.

 

외딴 마을 작은 종합병원, 예상외의 다양한 캐릭터, 과감한 스토리 전개와 빵빵 터지는 사건들의 나열. <김사부>는 성공하는 의학드라마의 다양한 요소들을 끌어들여 매력적인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정작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건 “낭만적인 의사”로 가는 첫걸음이 될 그 장면이었다.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몇 번 더 생기면서 제자들은 훌쩍 성장할 것이고, 스승의 말대로 사람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고자 전진할 것이다. 그 순간들을 보기 위해서 이 드라마를 계속 찾게 될 듯하다.

>> 드라마 정보 확인 낭만닥터 김사부

 

테일러콘텐츠 크리에이터: 겨울달 (11/24일 작성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