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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처럼 인간이 작아진다면 정말 부자로 살 수 있을까?

written by 카렌 한
translated by 띵양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 ‘다운사이징’은 흥미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노르웨이 과학자 요르겐 박사(롤프 라스가드)는 사람을 5인치 크기로 축소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인간의 소형화는 애초에 친환경적인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홍보되지만, 사실 다른 방면으로도 매력적인 삶이다. 신체의 크기가 작아지면 돈이 덜 든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폴(맷 데이먼)은 52,000 달러가 소형화 이후 12,500,000 달러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럴듯한 이야기다.

 

소형화 기술이 안전하게 개발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페인의 비전은 현실적인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영화 ‘다운사이징’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아스펜社의 미래 노동 사업부의 연구 및 정책담당 이사인 에단 폴락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결과, 노르웨이 과학자들이 제시한 유토피아가 완벽하게 현실적이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영화라는 콘텐츠가 그렇듯,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의 간극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작아진 사람들의 삶이 더 경제적일 것이라는 가설은 그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막연한 생각일 뿐이다. 폴락은 재화의 가격은 전적으로 재화가 무엇이냐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했다. 유형 재화의 경우, 더 적은 양의 원재료가 필요하고 운송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일부 품목은 저렴할 수 있다. 그러나 소형화된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을 작게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추가 작업이 필요한지 고려하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폴락은 “일부 상품들은 추가 공정이 번거롭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의 경우 기존 제품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내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든 공정이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의류는 완전히 다른 생산 과정이 필요할 것이며 초기 의류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결국 작은 옷 시장이 커지면서 생산과정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때 비용이 감소하겠지만, 산업 초기에 작은 옷은 아마도 값 비싼 상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류산업의 예는 생산 방식의 변화에도 주목하게 한다. 생산 공정을 소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폴락은 “섬유 생산자들은 목화가 일반인들에게 옷이 되어주듯 작은 크기의 인간들의 옷에는 다른 소재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이 과정은 그저 새로운 소재로 옷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면이 일반적인 크기의 인간을 위한 좋은 옷감으로 재배되었지만 작아진 사람들을 위한 옷은 새로운 작물을 필요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과정은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될 것이며, 소형 의류가 대량 생산되기 전까지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소형화 이후 경제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가 돈을 지불하는 모든 재화가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인해 다시 한번 복잡해진다. 폴락은 “지난 75 년 동안 우리 경제는 상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었다. 서비스는 소비지출의 3 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형 재화는 전체의 3 분의 1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건강 관리와 교육 같은 서비스는 가격이 하락할 수 없거나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는 것이다.

 

‘다운사이징’은 신체 축소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 몇몇 부분 올바르게 그려내기도 했다. 극중 인물들은 다운사이징이 불러온 주택시장과 고용시장 변동에 불만을 토로하는데, 소형화로 인해 이런 변동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작은 사람들은 더 작은 집과 더 작은 토지를 필요로 한다. 폴락은 “토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지만 공급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므로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의 경우, 신체 축소의 경제효과는 작아진 사람들의 지출 여부에 달려 있으며,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신체 축소는 실제로 경기 침체와 일자리 손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소형화는 또한 소형인들의 소득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그들의 직종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폴락은 “신체 활동이 미비한 고도로 숙련된 전문지식산업과 경제산업의 경우, 소득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낮은 숙련도를 요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것은 소형화 인류 집단 내에서 엄청난 불평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영화에서 막연하게 다루어질 뿐이다. 극중 녹 란 트란(홍 차우)은 폴이 즐기는 찬란한 삶과는 반대로 험난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소형인 사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형화가 현실이 된다면, 영화에서 보여주는 문제들보다 크고 심각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제 불황은 물론이고 소형인 사회에 빈곤층과 부유층 간의 불균형이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시간과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폴락은 결국 소형인들은 자신들만의 공급과 생산 공정을 완성시켜 일반인들의 경제와 분리된 경제 체재를 구축할 것이며, 둘 사이의 교류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제 체재가 일반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국가별 소형인의 인구수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고 이는 인구수가 바뀔 때마다 지속적으로 변동이 생길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의 소형화는 모든 질병에 대한 치유책으로 제시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의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Would We Actually Be Richer If We Shrunk Ourselves à la Downsi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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