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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아마존, 훌루에서 시트콤이 사라지고 있다

written by 조셉 아달리언
translated by 띵양

 

이미지: 훌루, 넷플릭스, 아마존

 

규모는 작아도 독창적인 코미디 시리즈를 즐겨보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가혹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월 훌루는 성장의 발판이 되었던 줄리 클라우스너의 [디피컬트 피플]을 돌연 캔슬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는 지난주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마리아 뱀퍼드의 코미디 시리즈 [레이디 다이너마이트]에 철퇴를 가했다. 그것도 시즌 2가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말이다. 아마존은 지난 수요일 얼마 남지 않은 코미디 시리즈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원 미시시피], [아이 러브 딕], [장 클로드 반-존슨]이 처형대에 올랐다. 시리즈를 즐겨보던 팬들이나 비평가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겠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은 아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있지만, 더 이상 변화 초창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아마존, 훌루, 넷플릭스는 몇 년간 쌓인 프로그램 편성 경력이 있고,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입맛을 파악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있다. 시청자들로부터 취합한 데이터를 이용해 최적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몇 달간 나타난 편성 전략의 변화, 갑작스러운 제작 취소, 심지어 플랫폼 자체의 폐쇄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 과정 중 일부다. 오랜 기간 업계에 종사한 한 TV 프로듀서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점차 전통적인 방송 채널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인기 프로그램은 가차 없이 잘라내고 있다”라고 말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에 따른 추세가 제법 명확해 보이지만, 몇 달 사이 벌어진 그들의 숙청을 바라보면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스트리밍 네트워크는 우리의 콘텐츠 유토피아가 아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스트리밍계의 선두주자들은 서비스 초창기, 자신들의 모든 프로그램들을 리뉴얼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인지도가 극심하게 낮았던 [릴리해머]조차도 세 시즌이나 방영되었다. 우리와 대화를 나눴던 TV 프로듀서는 “초창기에는 무질서했고, 프로그램이 나오는 족족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사실이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못 나가는 프로그램도 있는 법이다”라고 말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급속도로 발전하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잠재적인 제작자들과 스튜디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임을 증명해야 했다. 다수의 네트워크가 눈독을 들였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결국 넷플릭스의 품에 안겼는데, 그들이 파일럿 프로그램 없이 두 시즌 제작을 전부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작비 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많은 제작자들이 넷플릭스나 훌루에 눈길을 돌린 이유는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트리밍사는 서비스 초창기에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중에게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이 낯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리밍사는 다수의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권할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손에 꼽았기 때문에라도 성급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재가 비대해지기 시작하자 그들에게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중요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레이디 다이너마이트]나 [겟 다운]의 열성팬들이야 사라진 프로그램을 그리워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들 중 대다수가 스트리밍 구독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 3사가 콘텐츠 제작에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고 있지만, 돈이 하늘에서 무한정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토크쇼(넷플릭스, 훌루), 스포츠 생중계(아마존)를 시작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특정 프로그램이 시청률, 주요 시상식 수상, 문화 현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인기가 없으면 사라진다’라는 방송 편성의 절대적인 이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지: HBO

 

최근 부는 ‘시리즈 캔슬’ 바람이 대형 스트리밍사들이 더 이상 위험부담을 안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TV 전성기’의 최절정을 달리고 있다는 지금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 광고주나 높은 시청률 없이도 특정 고객층을 지정해서 그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는 것은 수월하기 때문이다. 절대다수가 아닌 특정 고객들을 노리는 전략은 HBO와 같은 전통적인 TV 채널에서 오랜 기간 사용되어왔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구독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충분한 것이다. [걸스]나 [부통령이 필요해]는 시청률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특정 시청자층에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와 TV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스트리밍 업체들은 인기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등 끊임없이 프로그램 편성에 변화를 줄 것이다. 경제적으로 구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아마존은 넷플릭스와 같은 노선을 밟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 대형 스트리밍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프로그램을 캔슬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경우는 근본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TV와 영화 부문에서 아마존이 제공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다. 구설수에 올랐던 아마존 스튜디오 대표 로이 프라이스나 TV 부문 대표 조 루이스가 추구한 ‘비평가들과 예술적인 측면에서 호평받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미국과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베조스의 목표다. 텐트폴 전략의 일환인 이 방식은 밥 아이거가 진두지휘하는 디즈니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작은 규모의 단독 영화 대신 [스타워즈]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자리를 내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아마존은 최근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 기획에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아이 러브 딕] 같은 인디 영화풍의 작은 코미디가 이러한 변화에 떨어져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지: 아마존

 

이런 전략의 변화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넷플릭스의 차이를 명확히 한다. 베조스가 변화를 주기 전부터 아마존이 스트리밍 업계의 일인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명분도 확실했다.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을 때, TV 프로그램과 영화는 아마존의 전체적인 사업 계획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원 미시시피]나 [더 빅 식]은 아마존 프라임 정기 구독에 딸려오는 혜택 중 하나일 뿐이다.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장점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했을 때 무료로 2일 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베조스는 작은 규모지만 열성적인 특정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것보다 다수의 대중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단독 서비스로 만들고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대형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할리우드 방식으로 아마존이 전통적인 TV 사업에 뛰어들어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플랫폼을 오고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광고주들의 관심을 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그의 전략이 무엇이 되었든 아마존 프라임은 넷플릭스처럼 TV 시리즈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도 않을뿐더러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주에 발표된 시리즈 캔슬 소식은 아마존의 전략 변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카타스트로피]의 팬들이 올해 말 방영될 시즌 4 이후 시즌 5를 섣부르게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더 충격적인 캔슬 소식이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 시대 이전에는 팬들과 평론가들은 비교적 쉽게 프로그램의 존폐를 예상할 수 있었다. 낮은 시청률, 시간대 변동, 시즌별 에피소드 축소 등은 프로그램의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지금도 일반적인 TV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지표에 영향을 받는다. 시청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프로그램의 운명을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졌지만,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의 세계는 다르다. 물론 스트리밍사의 임원진들은 더 정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그들은 데이터를 완벽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원들 중 대다수는 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쇼러너 혹은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시리즈에 대해서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지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 결과 시리즈 캔슬이 종종 뜬금없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적어도 지금은 스트리밍 업체들이 극단적으로 프로그램을 쳐내는 위험부담을 끌어안고 있지는 않다. 앞서 밝혔듯이 넷플릭스는 다양한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만, 특정 시리즈의 제작 취소로 이용자를 잃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제작 취소보다 리뉴얼을 훨씬 많이 진행하고 있으며, 팬들의 원성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센스 8] 시즌 3을 취소하면서 불만에 찬 팬들을 달래기 위해 올해 최종화를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길게 보자면 어떤 업체들은 시청자들과 할리우드 창작자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깎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아마존의 극단적인 전략 변화는 일류 쇼러너들이 아마존의 전략이 마음에 들더라도 재고할 여지를 줄 수도 있다. 아마존이 호평을 받는 시리즈를 무분별하게 종영한다면, 언젠가는 “잠깐, 우리 이제 TV 쇼 안 만들어도 되나?”하고 고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매드맨]의 원작자 맷 웨이너가 [더 로마노프스]에 아마존이 얼마나 투자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소규모 프로그램들에게 희망은 있다]

이미지: 넷플릭스

 

최근 피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TV 전성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들이 비평가들에게 호의적인 프로그램들을 바로 내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존이 그 분야에서 발을 뺐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는 대중적인 취향의 [기묘한 이야기]와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공존시키는 것처럼 여전히 다양한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넷플릭스와 훌루가 5년 전처럼 괴상한 아이디어에 무조건적인 관심을 주지는 않더라도 HBO나 쇼타임과 같이 편성에 균형을 맞출 것이다. 또한 대형 스트리밍 3사가 커가면서, 새로운 경쟁사들이 전투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튜브, 애플, 페이스북, 디즈니 모두 자신들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비평가들을 매혹할 작은 규모의 프로그램들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대형 TV 채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눈 여겨봐야 할 것이다. 광고수익이 줄어들면서 몇몇 케이블 채널들은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해 부가적인 수익을 얻으려 하고 있다. FX나 AMC는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험 운영하며 기존 TV 프로그램들이 선사했던 메리트를 보강하려 하고 있다. 지금은 TV 채널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프로그램들이 거의 동일하지만, 그들이 스트리밍 전용 특별 프로그램을 만든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SundanceTV는 이미 이러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FX나 HBO와 같은 전통 TV 강호들이 스트리밍사들이 벌인 피의 숙청을 통해 TV가 여전히 쇼러너들에게 마케팅 지원이나 시상식 시즌 홍보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것이다. HBO는 벌써부터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주 발행된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칼럼을 통해 HBO 리처드 플레플러는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좋아야 좋은 것이다”라며 넷플릭스의 엄청난 규모와 예산 확장을 비판했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Why Did Amazon, Netflix, and Hulu Kill a Bunch of Alternative Come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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