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옥돌

 

 

흔히 ‘미국’하면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LA, 라스베가스와 같은 대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미국은 50개의 주가 모여있으며 그만큼 우리가 잘 모르는 곳들도 많다. 혹시나 언젠가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도 매력적인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 유명세를 덜 탄 지역이 나오는 영화를 소개한다.

 

 

 

1. 런어웨이 브라이드 – 메릴랜드 주, 베를린

 

이미지: 파라마운트 픽처스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다시 한번 커플 연기를 펼친 영화다. 심지어 감독도 동일하다. [런어웨이 브라이드, Runaway Bride]는 제목 그대로 결혼식 날만 되면 도망치는 신부가 주인공인 영화다.

매기(줄리아 로버츠)는 세 번의 결혼식에서 성혼 선언 직전 신랑을 버리고 줄행랑을 친 전력이 있다. 칼럼니스트 아이크는 결혼식장에서 매번 도망치는 신부 매기의 이야기를 카페에서 듣고 기사화한다. 이에 격분한 매기는 신문사에 항의편지를 보내고 아이크는 해고당한다. 아이크는 자신의 칼럼을 증명하기 위해서 매기가 사는 메릴랜드 주의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지금 보면 억지 설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줄리아 로버츠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런어웨이 브라이드]는 미국 메릴랜드 주 베를린에서 촬영했는데,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 아니다. 영화에서는 매기가 살고 있는 마을 ‘Hale’이라고 나오지만 실제 있는 지명은 아니다. 전체적인 배경은 메릴랜드 주의 작은 소도시 베를린으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2. 패터슨 – 뉴저지 주, 패터슨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속 패터슨 시는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실크 생산은 패터슨을 산업도시로 형성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후 패터슨에는 ‘실크 도시’란 별칭이 붙었고, 미국에서 인접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섬유산업과 총기, 철로와 기관차 제조업 등 각종 기계제조 산업이 번창하면서 패터슨은 이민자들의 선호지역으로 발전했다.

 

 

 

‘9.11 테러 당시, 패터슨에서 수 천명의 주민들이 환호했다’라는 도널드 트럼프의 말에 갑자기 조명을 받기도 했다. 뉴저지 주에서 큰 도시에 속하는 패터슨 시에는 약 14만 명이 거주하는데, 52개국 민족이 모인 다민족의 집합소로 불린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으며, 최근 들어 이슬람계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히스패닉계 민족은 60% 이상, 그리고 방글라데시, 인도, 팔레스타인, 알바니아, 아랍국가, 터키, 시리아 등등 이슬람계와 무슬림 계통의 인구가 20%를 넘는다.

도시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패터슨은 패터슨 시의 버스 운전기사다. 그의 아내는 이란 출신이며 가수 지망생이다. 영화 [패터슨]은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의 일주일을 담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패터슨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3.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텍사스 주, 달라스

 

이미지: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영화는 1980년대 미국 남부 텍사스 주의 달라스를 배경으로 한다. 1980년대 텍사스 지역은 보수적이었기에 동성연애나 결혼은 지탄받았다. 당시 게이는 호모포비아로부터 살인의 위협을 받는 일이 빈번했다. 텍사스 중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달라스 지역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하는 론 우드루프가 에이즈에 걸린다. 주인공 론은 동성애자를 경멸했던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후 생각이 바뀌게 된다. 영화는 당시 텍사스 주 달라스의 사회상을 진하게 그려낸다.

 

 

 

텍사스 주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의 땅이었다. 달라스는 텍사스 주에서 2번째로 큰 도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 등장하는 론은 길들여지지 않은 황소 위에 올라타는 로데오 경기를 즐긴다. 그는 청바지를 입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보수주의자며, 전형적인 마초 기질이 다분한 남자다. 신문 기사를 읽으며 동성애자에 대한 멸시를 거칠게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는 카우보이와 로데오 경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달라스에는 카우보이들만 살 것 같지만(?), 실제로 현대의 달라스는 미국 남서부의 중요한 금융의 중심지이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IT와 관련한 첨단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미국을 파산 직전으로 몰아넣은 금융위기 때에도 경제성장을 달성한 지역이며, 미국 남서부 최대의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달라스는 약 12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한인은 약 10만여 명에 달한다. 또한,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곳으로 유명하다. 도로에서 오픈카로 행진하던 중 암살당했으며, 그를 추모하는 기념비가 있다.

 

 

 

4.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매사추세츠 주, 맨체스터바이더시

 

이미지: THE픽쳐스

 

축구로 유명한 영국의 도시, 맨체스터가 아니다. 제목을 보고 영국 배경 영화로 착각한 관객들이 꽤 많았을 거라 짐작한다. 미국 뉴햄프셔주에도 맨체스터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는데, 여기도 아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시(Manchester-by-the-Sea)는 매사추세츠 주 해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인구는 5,228명이다. 인구가 5000여 명 남짓인데 ‘도시’라고 부르는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규모가 작다. 주민의 90% 이상은 백인이며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이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형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 리의 기억과 마주하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는 리의 과거와 기억들을 불쑥불쑥, 플래시백으로 보여 준다. 영화 속 ‘맨체스터 바이 더 시’는 인물들 각각의 사연을 품은 도시다. 이 작은 소도시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는 익숙한 삶의 터전이기도, 어떤 이에게는 얼른 떠나고 외면하고 싶은 도시, 어떤 이에게는 숙제를 풀어야 할 장소이기도 하다.

 

 

 

5. 우리의 20세기 –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

 

이미지: 그린나래미디어

 

LA에서 약 148km 떨어진 산타바바라는 18세기 말, 스페인계 이주자들에 의해 개척되기 시작했다. 번잡한 LA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감도는 곳이다. 북쪽엔 산타 이네즈(Santa Ynez) 산맥이 있고, 남쪽으로 태평양과 접해 있어 사시사철 따뜻한 고장이다. 새하얀 벽과 주홍빛 기와지붕, 그리고 짙푸른 바다와 팜 트리가 이방인을 반기는 거리에는 남부 유럽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와인과 휴양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들의 20세기]는 1979년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산타바바라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55살의 싱글맘 도로시아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사춘기 아들 제이미가 걱정이다. 그녀는 함께 사는 24살의 포토그래퍼 애비와 17살인 제이미의 친구 줄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1979년 미국은 지미 카터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가 시작된 해였다. 값싼 에너지를 쓰고 싶은 만큼 펑펑 사용하던 미국인들은 석유 파동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빠졌고, 불황이 도래했다. 마이크 밀스 감독은 70년대 후반을 현재가 시작된 시기로 말한다. 이후 80년대를 지나면서 부를 향한 열망, 에이즈, 인터넷, 9.11 사건, 극심해지는 빈부격차 등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본다. 감독의 말을 듣고 영화를 본다면,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분위기와 감성에 흠뻑 취하게 될 것이다.

 

 

 

 

6. 레이디 버드 –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이미지: UPI 코리아

 

[프란시스 하], [우리들의 20세기], [매기스 플랜]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그레타 거윅이 영화를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보낸 10대 시절을 그린 영화 [레이디 버드]다. 새크라멘토에서 성장해 뉴욕 바나드 칼리지로 유학 온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동네를 떠나 미국 동부의 대학생활을 꿈꾸는 새크라멘토의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며, [브루클린]과 [어톤먼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시얼샤 로넌이 주인공을 맡았다.

 

 

 

[레이디 버드]의 배경인 새크라멘토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주도이다. 동백나무가 많아서 ‘동백의 도시’로도 불린다.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이곳에 들르는 경우가 드물다. 여행 가이드 북에서도 미국 서부만을 따로 다룬 책이 아니면 잘 다루지 않는다.

2014년 기준 인구는 약 48만 명에 달한다.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등에 묻혀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사람들 조차 캘리포니아 주도를 로스앤젤레스로 착각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레이디 버드]가 개봉하면 새크라멘토가 어떤 도시인지 꼼꼼히 눈여겨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