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sohigh

 

 

음악은 영화에서 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중요한 장면에서 음악을 잘 활용한 영화는 무수히 많다. 어떤 감독들은 영화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음악을 너무 잘 고른 나머지, 작품은 물론이고 영화에 사용한 음악으로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소피아 코폴라, [드라이브]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 [비스트]의 벤 자이틀린, [팬텀 스레드]의 폴 토마스 앤더슨 등 작품에 훌륭한 사운드트랙을 선별해서 삽입한 감독들은 제법 많다. 오늘은 필모그래피 중 거듭 뛰어난 음악 취향을 입증하며 음악을 배경 소품이 아닌 조연 혹은 서술 장치로 사용하는 법을 찾아낸 감독들을 살펴본다.

 

 

 

 

7. 라스 폰 트리에

 

이미지: 다음 영화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은 늘 엇갈린 반응을 얻는다. 아마 폰 트리에 영화의 어려운 주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덴마크 감독의 음악 선곡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둠 속의 댄서]는 폰 트리에와 비요크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고,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는 물론이고 사운드트랙 또한 훌륭하다. 비요크, 폰 트리에, 마크 벨과 시온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비요크는 자신이 연기한 인물의 괴로움을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내 극찬받았고, “I’ve Seen It All”은 오스카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폰 트리에 영화 음악 중 최고로 호평받은 곡은 [멜랑콜리아]에 삽입된 리하르트 바그너의 서곡 “트리스탄과 이졸데”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바그너의 서곡이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논하는 부분을 잃고, 그의 영화를 음악에 맞추어 같은 템포로 편집했다.

 

 

 

6. 왕가위

 

이미지: 무비꼴라쥬

 

왕가위는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가진 감독이다. 그는 짜인 대본에 기대지 않는 즉흥적인 연출 방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영화의 분위기와 리듬을 결정하는 삽입곡은 뮤직비디오와 비교되기도 한다. 음악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단번에 보여주는 영화는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Yumeji’sTheme”을 반복해서 들려주는 [화양연화]다. 주인공 남녀가 만날 때마다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끝까지 나오기 전에 매번 희미하게 잦아들지만, 마침내 애절한 음색으로 끝까지 흐르며 두 사람의 예견된 운명을 암시한다.

[중경삼림] 두 번째 파트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을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극 중 인물이 제일 좋아하는 곡이며, 캘리포니아를 향한 집착을 드러내기도 한다. 감독은 인물이 캘리포니아를 떠난 뒤 연인과 재회하는 장면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는데, 이 장면 이전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노래 덕에 더욱 배가 된다.

 

 

 

 

5. 짐 자무쉬

 

이미지: ㈜스폰지이엔티

 

영화감독이자 뮤지션인 짐 자무쉬가 음악을 선곡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영화 속 음악 사용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최종 편집 권한을 보장하는 제작자 하고만 일한다. 그의 영화에서 음악은 인물의 서사에 깊이를 더한다. 1984년작 [천국보다 낯선]은 주연 배우 존 루리가 사운드트랙에 참여해 등장인물이 상상한 미국적인 음악으로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I Put a Spell on You”를 사용한다. “이 노래는 스크리민 제이 호킨스고,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신경 꺼!”라는 명대사도 함께 남겼다.

이후 자무쉬는 음악 사용을 허락해준 호킨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1989년작 [미스테리 트레인]에 야간 점원 역으로 캐스팅했다. 이 영화는 락앤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을 포함해 여러 번 연주되는데, 엘비스의 “Blue Moon”은 세 번이나 반복된다. 노래와 장면을 탁월하게 녹여내는 연출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4. 에드가 라이트

 

이미지: UPI 코리아

 

감각적인 연출로 인정받는 에드가 라이트는 음악 선곡 센스도 탁월하다. 멀리서 예를 들지 않아도 지난해 가을 개봉한 [베이비 드라이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모든 상황에 맞춰 흐르며 마치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황홀한 쾌감을 전한다. 초반부터 관객을 사로잡는 오프닝 시퀀스는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로 아찔한 흥분을 고조시키고, 이후 곳곳에서 귀르가즘 돋는 음악이 적재적소에 흘러나온다. 칼라 토마스의 “B-A-B-Y”와 밥 앤 얼의 “Harlem Shuffle”, 코모도어스의 “Easy”, 사이먼 앤 가펑클의 “Baby Driver”, 포커스의 “FOCUS HOCUS” 등 영화 내내 짜릿한 쾌감과 함께 귀를 사로잡은 음악은 플레이리스트로 따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또 다른 작품에서 음악 센스가 궁금하다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퀸의 “Don’t Stop Me Now”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보거나 [스콧 필그림]에서 브리 라슨이 “Black Sheep”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자.

 

 

 

 

3. 쿠엔틴 타란티노

 

이미지: Dimension Films

 

쿠엔틴 타란티노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유명하다. 그는 영화에서 가장 기억 남을 장면을 만들어내며 독특한 음악 취향을 보여주었다. 타란티노는 각본을 쓸 때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이 노래 저 노래를 들어보며 느낌이 오는 곡을 고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영화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오프닝 곡을 선정하는데 공을 들인다.

[재키 브라운]은 바비 워맥의 “Across 110th Street”으로 포문을 열며 영화 내내 70년대에 영감을 받은 소울 펑크를 선보인다. [펄프 픽션]은 딕 데일의 아메리칸 서프 락 버전인 “Misirlou”를 오프닝곡으로 택해 앞으로 전개될 극의 분위기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우탕 클랜 멤버 RZA가 참여한 [킬 빌 1]은 영화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는 낸시 시나트라의 명곡 “Bang Bang”을 삽입해 주목받았다. 덕분에 영화 [킬 빌]과 “Bang Bang”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 속에서 항상 같이 움직인다.

 

 

 

 

2. 스탠리 큐브릭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스탠리 큐브릭은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완벽주의자 성향 때문에 고통받은 배우들의 이야기는 익히 유명하다. 완성도에 집착하며 배우뿐 아니라 그 자신도 혹독하게 몰입해 편집실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장면에 어울리는 완벽한 선곡을 위해 영화 관계자를 애타게 하며 수많은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했다.

SF 걸작이라 불리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혁신적인 음악으로 영화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방식을 변화시킨 영화다. 애초 알렉스 노스에게 음악을 맡겼지만, 후반 작업에서 과감하게 클래식 음악으로 대체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리게티 죄르지의 “영원한 빛”은 영화 음악이 부가적인 산물이 아니라 장면을 윤택하게 하는 것임을 증명한다.

 

 

 

 

1. 마틴 스콜세지

 

이미지: CJ엔터테인먼트

 

마틴 스콜세지는 음악을 장면과 함께 디자인한다. 그의 영화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행동을 적극 반영한다. 스콜세지와 작업했던 사람들은 영화 아이디어와 음악을 향한 열정을 밀접하게 다루는 방식에 경외심을 가진다. 심지어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떤 곡을 사용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비열한 거리]에서, 하비 케이틀이 두 여자와 함께 들어오는 로버트 드니로를 보는 장면에 흐르는 롤링 스톤즈의 “Jumping Jack Flash”는 시네마틱 파트너십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롤링 스톤즈의 곡은 이후 다른 영화에도 등장한다. [좋은 친구들], [카지노], [디파티드]에 롤링스톤스의 “Gimme Shelter”이 나온다. 더 크리스탈즈의 “And Then He Kissed Me”는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롱테이크 장면과 짝을 이루며, 스콜세지가 음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시각화하는지 증명한다. [비열한 거리] 오프닝 시퀀스에 흐르는 로네츠의 “Be My Baby”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음악과 영상을 결합하는 방식을 잘 아는 스콜세지는 영화에서 음악을 생각하는 방식을 보기 좋게 변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