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sohigh

 

 

디즈니와 픽사가 잘 하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마저 가슴 찡하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탁월하다.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은 어느덧 ‘진짜배기 감정’을 표현한 영화의 모범이 되었다. 관객의 눈물을 쏙 빼는 장면을 연출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관객이 친근함을 느끼게 한 뒤,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를 끼워 넣는 것이다. [카]에서 ‘맥퀸’이 자신의 꿈을 깨닫는 장면, [라따뚜이]에서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를 평론가가 음미하는 모습, [토이 스토리 3]에서 외계인들이 장난감들을 구출하는 등 명장면은 우리들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이처럼 픽사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아니다. 20년을 넘어 현재까지 우리의 심금을 울릴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을 마주하면 웬만해서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다. 오늘은 픽사 애니메이션 중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을 모아보았다.

 

 

 

13. 코코: 코코가 아버지를 거의 잊어버렸을 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는 영화 [코코]를 내놓으면서 관객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본 것 같다.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과 더불어 세상을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함을 말한다. 할머니 ‘코코’가 아버지 ‘헥터’를 잊어버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존재가 희미해지자 감정은 마구 요동치며 정점에 오른다. 아버지에 대한 작은 것 하나하나 기억하려 애쓰는 코코의 모습은 가슴이 아프다. 또한, ‘미구엘’이 헥터가 어린 시절 할머니를 위해 쓴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마지막까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전한다.

 

 

12. 월-E: 월 E가 이브를잊어버리는 장면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픽사는 ‘잊혀짐’에서 비롯된 슬픔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러한 ‘망각’은 [토이 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코코], [인크레더블] 등 여러 영화에서 다루어왔고, [월-E]도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영화의 끝 무렵, ‘월 E’는 엑시엄호의 자동조종 장치 ‘오토’에게 홀로그램 탐지기를 온몸으로 지켜내며 만신창이가 된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슬픈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브’가 엉망이 된 월 E를 수리한 뒤 재시동하면서 절정에 달한다. 다시 전원이 켜진 월 E는 이브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쓰레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커다란 눈망울로 이브만 따라다니던 월 E를 생각하면, 관객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브가 월 E의 손을 잡자 다행스럽게도 월 E는 이브를 기억해낸다.

 

 

11. 토이스토리 3: 앤디가 자신의 장난감을 보니에게 물려줄 때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약간은 씁쓸한 성장통을 그린다. 우리는 ‘앤디’가 장난감을 품에서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그가 어른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영화는 바로 이런 과정이 삶의 수많은 조각의 한 부분임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앤디와 장난감의 헤어짐을 지켜보는 장면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서글픈 장면이 아닐 수 없다.

 

 

10. 니모를 찾아서: 말린의 가족이 죽었을 때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2003년 픽사의 다섯 번째 영화까지, 픽사는 죽음을 직접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니모를 찾아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복한 물고기 부부였던 ‘말린’과 ‘코럴’은 갑자기 나타난 창꼬치에 무자비하게 공격당한다. 안타깝게도 공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말린이 깨어났을 때 부인 코럴은 이미 죽고, 부부의 알은 한 알만 제외하고 모두 잡아먹혔다. 우리는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말린이 하나 남은 알에 ‘니모’라고 이름을 짓고 지켜주리라 맹세하는 모습을 보면 눈가가 시큰해진다.

 

 

 

9. 니모를 찾아서: 너를 보면, 난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해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니모를 찾아서]에는 ‘말린’이 ‘니모’가 죽었다고 생각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있다. ‘도리’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 말린이 가슴 찢어지는 독백을 읊조리며 곁을 떠나자 슬픔에 잠긴다. 도리의 외로움이 오롯이 와닿는 것은 물론, 후속편 [도리를 찾아서]의 필연적 등장을 예측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그녀는 단순히 웃음을 선사하던 역할에서 비극적 뒷배경을 가진 입체적 등장인물로 완전히 변화한다. “너를 보면, 난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아늑해.”라는 도리의 대사는 그녀의 외로움을 완전히 드러내 보인다.

 

 

8. 토이 스토리 3: 서로의 손을 맞잡았던 용광로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토이 스토리 3]에서 장난감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장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장난감들’은 ‘랏쏘’의 배신으로 용광로에 갇혀 모든 희망을 잃는다. 이들은 헛된 저항은 포기한 채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해 주기로 한다. 이것은 [토이 스토리]라는 3부작 안에서 등장인물들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한 장면이다. 물론 픽사가 [토이 스토리 3]를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끝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장난감들이 다가오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슴 아프다.

 

 

 

7. 업: 이제 난 어떡하면 좋지, 엘리?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업]의 오프닝 시퀀스는 감동적인 내용과 연출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시작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두 번이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중 하나는 오프닝 시퀀스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다. 평생의 반쪽을 잃고 혼자 남은 카를이 엘리의 장례를 치른 이후 힘없이 일어나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의 고통은 “이제 난 어떡하면 좋지, 엘리?”라는 단 한 줄의 대사로 여과 없이 드러난다.

 

 

6. 월-E: 월 E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이브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홀로그램 탐지기를 두고 오토와 싸우고 난 뒤, ‘월 E’는 부서지고 거의 망가져 버린다. 그런 월 E를 보는 것도 이미 슬프지만, 안타까움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바로 월 E를 향한 사랑을 드러내는 ‘이브’의 행동이다. 여기서 이브는 영화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며 애정을 드러냈던 작은 로봇, 월 E의 죽음을 슬퍼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게 표정 없는 로봇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이 바로 픽사가 가진 진정한 힘이다.

 

 

 

5. 몬스터 주식회사: 설리가 이별을 말하는 장면

 

이미지: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가장 뭉클한 부분은 바로 ‘설리’와 ‘부’가 헤어지는 때다. 이들은 일종의 부녀관계와 비슷한 감정을 쌓지만, 아이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설리가 다시는 부를 만나러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설리는 그나마 이별을 납득할 수 있지만, 어린 부는 친구들과의 이별을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부는 아직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니, 상황은 더 잔혹하다. ‘마이크’가 조각났던 부의 문을 짜 맞춰 설리에게 선물한 장면에서 영화는 마지막을 향한다. 설레는 표정으로 문을 연 설리에게 “야옹아!”라고 외치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면 관객의 가슴도 벅차오른다.

 

 

4. 도리를 찾아서: 도리가 다시 만난 부모님에게 사과할 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도리를 찾아서]는 어린 ‘도리’가 부모의 부단한 노력에도 부모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등 감정이 널을 뛰는 작품이다. 거의 매 순간 기억이 휘발되는 도리가 부모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도리는 부모님과 다시 만난 후 마음의 짐을 언급하며 부모를 잊은 것과 집을 잃어버린 것에 사과를 건넨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그러나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부모를 잊었지만 온 힘을 다해 찾아온 도리와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딸을 믿고 기다린 부모의 사랑이 한껏 느껴진다.

 

 

3. 업: 카를과 엘리가 아기를 잃은 때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업]의 오프닝 시퀀스는 픽사가 관객을 행복과 슬픔의 롤러코스터를 태우기로 유명하다. 처음엔 행복한 음악을 배경으로 카를과 엘리의 사랑이 꽃피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곧 찾아올 아기를 이야기 나누고, 아기 방을 꾸미는 등 보는 것만으로 흐뭇한 감정을 선사한다. 그러나 다음 장면은 행복에서 비극으로 급선회한다. 바로 부부가 아이를 잃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때 뉴먼의 미묘하게 느려졌다 빨라지는 배경음악은 먹먹함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엘리가 지친 몸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은 마음을 파고들며 다가온다.

 

 

 

2. 토이 스토리 2: 그녀가 나를 사랑했을 때

 

이미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뭉클한 장면을 뽑으라면, 사람들은 영상과 음악의 훌륭한 조화를 이뤄낸 이 장면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바로 에밀리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었던 ‘제시’가 마침내는 기부용 상자에 넣어져 홀로 남는 순간이다. 사라 맥라클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뉴먼의 가사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전부를 관통하는 감성적 코드가 한눈에 보인다. 이 부분은 음악은 물론 가사까지 서글프다. 제시가 슬픈 목소리로 “우리는 에밀리나 앤디 같은 아이들을 결코 잊지 않지만, 걔들은 우리를 잊어버려.”라고 말할 때는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다.

 

 

 

1. 인사이드 아웃: 빙 봉의 죽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앞선 [토이 스토리 2]의 제시 이야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마 ‘어린 시절의 죽음’ 정도일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빙 봉의 죽음이 바로 그런 장면이다. 코코가 망각의 유령에 사로잡혔듯, ‘기쁨이’의 탈출을 위한 희생으로 빚어진 ‘빙 봉’의 죽음을 지켜보면 눈물이 핑글 돈다. 이것은 행복한 순간이나 경험을 우리가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빙 봉의 죽음은 단순히 죽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상실하는 순간도 그려낸다. [인사이드 아웃]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빙 봉을 잊는 것으로 그 주제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잊혀짐이란, 얼마나 무서운 죽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