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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가 예측한 미래의 모습

Written by 제임스 카리스마

Translated by. 띵양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데카르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 ‘우리가 악랄한 천재에게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를 최초로 물은 사람일 것이다. 각본가 앤드류 니콜이 그의 물음에 가장 먼저 답했다. 1998년 [트루먼 쇼]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며, 보다 끔찍한 사실은 그 악랄한 천재가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극중 ‘트루먼 쇼’를 연출한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우리는 직면한 현실을 실제라고 받아들인다”라고 말한다. 짐 캐리가 자신의 인생이 리얼리티 쇼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온 드라마틱한 삶의 트루먼을 연기한 이후, 지난 20년 간 [트루먼 쇼]는 마치 디지털 세대의 노스트라다무스처럼 여겨졌다. 당시 평론가들은 20년 전 이 맘 때 개봉한 [트루먼 쇼]를 “엄청난 제작비로 만든 [환상 특급]”이라고 평가했지만, 사실 [트루먼 쇼]는 형이상학, 기독교, 유토피아, 가상현실, 언론의 힘과 같은 ‘섹시하지 않은 주제’에 접근한 방식 때문에 극찬을 받았다. 영화의 이름을 딴 ‘트루먼 쇼 망상’이라는 의학 신드롬까지 생겨났는데, 이를 앓는 환자들은 자신의 삶이 리얼리티 쇼로 생중계되고 있으며, 항시 카메라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믿는다.

 

팀 버튼, 브라이언 드 팔마, 테리 길리엄, 배리 소넨펠드,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트루먼 쇼] 감독 물망에 올랐으나(당시 앤드류 니콜(각본)은 연출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피터 위어가 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는 이미 십여 년 전 로빈 윌리엄스에게 진지한 역할을 맡긴 [죽은 시인의 사회]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적 있는 감독이었다.

 

위어가 촬영 로케이션을 물색하고 트루먼의 세계를 창조하는 동안(노먼 록웰과 20세기 중반의 시어스, 로벅 카탈로그가 큰 영감이 되었다고 한다) 니콜은 30여 개의 원고와 각본 수정본을 쓰며, 짐 캐리가 [케이블 가이]와 [라이어 라이어]의 촬영을 마칠 때까지 일 년을 기다렸다. 촬영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스테이지가 아닌 ‘계획 리조트 도시’ 플로리다 시사이드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는 위어의 아내가 파스텔 톤에 그림 같이 생생한 시사이드의 풍경이 1950년대 시트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2018년, [트루먼 쇼]는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오는데 아마도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SNS, 가상현실과 페이크 뉴스로 가득한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했는지 살펴보자.

 

현실(Reality)이 텔레비전의 오락거리로 소비되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몰래 카메라], [데이트 게임]과 같이 숨겨진 카메라와 일반인,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제작된 TV 쇼들은 이미 1950년대와 60년대에도 있었다. 그러나 [서바이버], [빅 브라더], [아메리칸 아이돌]이 유행한 200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리얼리티 쇼가 비로소 주류에 편승했다. (‘빅 브라더’ 최근 시즌은 구독료를 지불하면 출연자의 24시간을 볼 수 있다.)

 

크리스토프는 [트루먼 쇼] 첫 장면에서 “이제 우리는 배우들의 위선적인 감정 연기에 지루함을 느낀다. 어찌 보면 그는 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트루먼은 가짜가 아니다. 각본도, 큐카드도 없다. 항상 셰익스피어의 희곡 같은 삶은 아닐지언정, 진짜 인생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을 인지한 [더 리얼 월드]나 한 사람의 행동 혹은 퍼포먼스에 상을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트루먼은 자신이 만난 모든 사람들이 배우이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만들어진 세트장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의 대인 관계, 직장, 결혼 생활은 전부 계획에 따라 진행되며, 카메라 5000대가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성관계는 제외. 극중 팬의 투덜거림을 인용하자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 화면은 돌아가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트루먼 쇼]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굳이 찾아보자면, 애쉬튼 커처의 [펑크드]나 Spike TV 채널의 [The Joe Schmo Show]를 들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빅 브라더]류의 프로그램 출연자들처럼 다른 이들과 경쟁한다 생각하지만, 사실 출연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몰래카메라에 가담한다. 그러나 이 두 프로그램은 곧 문제에 직면했다. [펑크드] 측 대표 변호사 제프리 슈네이더는 2017년 매체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촬영된 모든 장면(양이 꽤 된다)이 캘리포니아주의 ‘도촬 및 도청 법’에 위배된다고 이야기했다. 주법에 의하면, 양자 간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촬영을 당하는 인물이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The Joe Schmo Show] 시즌 1 참가자 맷 케네디 굴드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받은 후 눈물을 쏟아낸다. 그는 2008년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또 출연하라고 하면 절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TV 프로그램 내용을 또 다른 TV 프로그램에서 다룬다

이미지: AMC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트루먼 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데 (“17억 명이 지켜본 트루먼의 출생! 220여 개국에서 지켜본 그의 첫걸음마!”), 이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와 에피소드 별 사건과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 속 프로그램 ‘트루 톡’을 통해서다. ‘트루 톡’은 영화를 보는 우리가 트루먼의 ‘바깥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극중 ‘트루먼 쇼’를 집, 술집, 욕실에서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셈이다.

 

AMC는 2011년 [워킹 데드] 시즌 2때부터 ‘트루 톡’과 흡사한 포맷인 호스트와 게스트가 최신 에피소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토킹 데드]를, [워킹 데드]와 [피어 더 워킹 데드] 방송 이후 방영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에피소드의 여운과 긴장감을 이어나가기 위함인데, 특히 시리즈가 메인 캐릭터를 서슴없이 죽이고 전개에 큰 반전이 있을 경우에 더욱 효과적이다. [토킹 데드] 이후 비슷한 형태의 TV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생겨나 [왕좌의 게임], [미스터 로봇],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 [기묘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WWE 프로 레슬링 경기들까지 프로그램 속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매일 24시간 뉴스가 방송된다

이미지: CNN

 

테드 터너는 1980년 CNN과 24시간 뉴스 케이블 채널을 최초로 출시했다. 24시간 생방송이 가능한 채널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유일하게 미국의 포격 계획이나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24시간 뉴스 방영’은 오늘날 뉴스 채널의 정석이 되었다. 헤드라인 뉴스가 없더라도 아무 때나 CNN, MSNBC, 폭스 뉴스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우편향 혹은 좌편향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을 위해 확증 편향된 소식이나 방송사가 원하는 뉴스거리를 제공한다. 어떤 소식을 전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언론 자체가 메시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트루먼도 앞서 언급한 뉴스 채널과 마찬가지로 굳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필요는 없다. 그가 식사를 하건, 잠을 자건,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켜 놓기 때문이다. 극중 크리스토프는 “많은 시청자들이 그저 안락함을 위해 밤새 ‘트루먼 쇼’를 켜 놓는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트루먼의 모습을 24시간 내내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루먼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듯이, 시청자들도 그 세상에 갇힌 셈이다.

 

 

“실제” 상황이 각본에 따라 계획된 사건일 수 있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우리는 [트루먼 쇼]를 보면서 시작부터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하더니(‘트루 톡’의 한 에피소드일지도 모른다) 짐 캐리를 “트루먼 버뱅크 역에 본인”, 로라 린니를 “메릴 역에 한나 길”로 소개한다. 극중 인물들은 ‘셰프의 친구’(“다지기, 강판, 껍질 까기가 한 번에!”)와 같은 제품을 뻔뻔스럽게 광고하고, 카메라 앵글은 제 4의 벽을 깰 만큼 강렬한 광고들을 비춘다. 트루먼의 과거 대학 시절은 ‘트루먼 쇼’ 안에서 회상 장면으로 나타나는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극중 시청자들과 함께 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도시 전체를 촬영하는 프로그램의 창조자 크리스토프와 제작진의 모습이 보인다.

 

겹겹이 쌓인 서사의 폭격 이후, 우리는 진실을 깨닫기 위해 이를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누가 “진짜”고, 누가 연기를 하는 것인가? 트루먼이 자신이 사는 세계에 의심을 품고 떠나려 결심할 때, 우리는 이미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 – 순식간에 모였다가 사라지는 꽉 막힌 도로 정체, 국도 위 갑작스러운 화재,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유출 사고 – 들로 알아차릴 수 있다.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면, 뉴스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오늘날 대중은 뉴스를 믿지 않는다. 지난 4월, 조던 필은 그의 제작사가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와 페이스 스왑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버락 오바마가 등장하는 가짜 영상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보여준 바 있다. 미국의 대중은 현 정부의 가짜 뉴스와 날조에 직면해야 한다. 극소수의 대중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도 의문을 가질 정도로 극단적으로 세상에 불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대표적으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거나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혹은 보스턴 폭탄 테러는 연출된 것이며, 또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들은 실제로는 배우라고 믿는다.

 

 

디지털 감시 기술은 어디에나 있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미국인에게 비밀 기관이나 정부가 우리의 삶을 감시하고 조종한다고 믿고 두려워하는 일은 흔한 현상이다. 1940년대 미국인은 일본이 라디오파를 이용한다고 믿었다. 1950년대에는 소련에서 위성을 사용한다고 믿었고, 70년대에는 CIA가 사람들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1990년대, ‘절대 권력’이 텔레비전과 카메라, 디지털 정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트루먼 쇼] 연출가 위어와 촬영감독 비지우는 특정한 구도를 촬영하기 위해 감시 기술을 연구했다. 그 결과 영화는 이곳저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시점과 극중 “배우”들에게 부착된 어안 렌즈의 시점을 오간다. 우주 밖에서도 보일 만큼 거대한 인공 생태계(트루먼이 살고 있는 씨헤이븐)의 221층에는 “루나 룸” 관제탑이 있는데, 이 곳에서 배우 통제부터 일출까지 모든 사항을 관리한다.

 

21세기 들어 위성, 드론,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킹당하는 전산망에 우리의 신상정보가 등록되면서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감시망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빅 브라더’의 존재감이 역대급으로 커진 것이다. NSA나 구글, 혹은 그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의 동선과 대화를 추적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 특정 광고를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손쉽게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이는 그들이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팔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누구나 일상적인 행동으로 유명인사가 될 수 있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1998년에는 모르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감시를 받으며 산다는 게 악몽이었다면, 20년이 지난 2018년에는 현실이 되었다. 제아무리 하찮고 평범하다 해도 우리는 일상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서비스되는 라이브 방송, 음식 사진,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뿐이라도 말이다.

 

이제 ‘유명 인사’라는 말은 범접할 수 없는 엘리트에서 옆집에 사는 남자나 여자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수백, 아니 수천 명이 전문 유튜버나 Vlogger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저스틴 비버, 케이트 업튼도 SNS에서 처음 이름을 알렸다. 과거와 달리 요즘 토크쇼들은 배우가 단순히 새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수단이 아닌, 파티에서 게임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일상도 보여준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그들의 삶과 의견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최근 로잔느 바의 경우처럼, 어쩔 때는 경력을 마무리 짓는 수단이 될 때도 있다.

 

‘트루먼 쇼’는 중간 광고 없이 프로그램 내부에 배치된 광범위한 광고 상품에 기댄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프로그램의 맥을 끊는 광고를 싫어하기에, 광고는 우리가 보는 콘텐츠에 ‘스폰서 포스팅’이나 ‘인플루언서 추천 상품’의 형식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로라 린니가 연기한 트루먼의 아내는 “나에게 사생활과 공적인 인생에 차이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매일 감시당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지난 2002년, 벨뷰 병원의 정신과 의사 조엘 골드는 자신들을 영화 주인공이라 믿는 몇몇 환자들을 돌본 적이 있었다. 한 명은 리얼리티 쇼의 제작진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쇼의 주인공임을 깨달았다 이야기했으며, 다른 환자는 자신의 지인과 가족이 전부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라고 믿었다 한다. 세 번째 환자는 9.11 테러가 자신이 기획한 쇼의 반전이라 믿으면서 쌍둥이 타워가 무너지지 않았는지 직접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골드는 2년 동안 50명에 가까운 환자를 인터뷰했다. 2012년, 골드와 그의 형제(맥길 대학의 철학교수 이안 골드)는 오늘날 ‘트루먼 쇼 망상’ – 본인의 삶이 촬영되고 있으며, 다른 이들이 여가 시간에 그것을 시청한다 믿는 정신병 – 이라 불리는 정신병에 대한 논문을 학술지에 기재했다.

 

[외계의 침입자]가 공산당 편집증의 원인이 아니고 [맨츄리안 켄디데이트]가 냉전 공포증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듯, [트루먼 쇼]가 환자들의 망상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두 영화와 마찬가지로 [트루먼 쇼]는 대중을 자극했고,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on Vulture: How The Truman Show Predicted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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