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이미지: 히스토리채널

 

미국 현지에서 지난 5월 말 화제 속에 공개된 [식스(Six)] 시즌 2가 히스토리 채널을 통해 한국에서 방영된다.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네이비 씰(NAVY SEAL)’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대다수는 미국의 막강한 전력을 상징하는 그들의 용맹함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물론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과 액션은 확실히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가벼운 킬링타임으로 손색없다. 하지만 전쟁 액션물을 즐겨보면서도 매번 반복되는 듯한 이야기는 슬슬 식상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시선 자극하는 볼거리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해도 마지막에 이르면, 결국 잘 만든 군 홍보물로 귀결되는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럼프 시대가 본격 개막한 뒤, 공교롭게도 다른 해보다 군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유독 눈에 띄었다. 특히 가을에는 제목부터 노골적인 CBS [씰팀(Seal Team)], NBC [더 브레이브(The Brave)], CW [발로(Valor)]가 나란히 선보였지만, 예측 가능한 플롯을 답습하며 평이한 반응을 얻었다.

 

이미지: 히스토리 채널, 로튼토마토

 

밀리터리 드라마가 지지부진한 반응을 얻은 가운데 [식스(Six)]의 선전은 눈에 띈다.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에서 출발해 다양한 리얼리티와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는 ‘히스토리 채널’ 작품으로 네이비 씰의 실제 활동에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영화 [아폴로 13]의 각색을 담당하고, [캐스트 어웨이] 각본을 쓴 윌리엄 브로일즈 주니어가 참여해, 2014년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참여한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숱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조연으로 활약하는 월튼 고긴스를 비롯해 [나르코스]에서 구스타보를 연기해 인상을 남긴 후안 파블로 라바, [리벤지]와 [위스퍼스]의 배리 슬론, 카일 슈미드 등이 전• 현직 대원을 맡았다.
[식스]가 여타 군 소재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대원들의 활약을 묘사하는데 치중하지 않는다는 거다.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의 자랑스러운 대외 이미지 대신 내부로 들어가 대원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꺼내 든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성전 기사단을 다룬 [나이트폴(Knightfall)], 미국 노예제도의 역사적인 현장을 재조명한 드라마 [루츠(Roots)]등 철저한 고증과 탄탄한 스토리로 볼거리 이상의 완성도에도 신경 쓰는 에이앤이 네트웍스 산하 에이앤이 스튜디오 작품이기에 더욱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히스토리는 북유럽 신화를 재현한 [바이킹(Vikings)]을 기점으로 대작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변화를 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지: 히스토리 채널

 

[식스]의 1화 오프닝은 [식스]가 품은 남다른 차별성을 집약해서 드러낸다. 대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팀장 ‘립’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도중 테러와 무관한 미국인이라며 호소하는 아랍계 남성을 망설임 없이 살해한다. 그의 냉정한 행동은 동료 대원의 저지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갈등의 불씨를 남긴다. 살인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두고 격렬하게 대립한 끝에 립은 내부 분열을 막고자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사명감을 앞세운 립의 행동은 대테러 작전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무고한 죽음에 대한 양심 혹은 도덕성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거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2년 후 정유 회사에서 용병으로 일하는 립이 나이지리아의 어느 여학교를 경호하던 도중 ‘보코하람’이라는 조직에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부대를 전역하고, 방탕한 생활을 거듭해온 립은 감옥에 갇힌 채 납치된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점차 외면해온 내적 고민에 거듭 부딪힌다. 그동안 선택의 순간마다 도의적인 책임보다는 군인의 책임과 역할을 우선시했던 그는 다시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립과 사람들의 납치 소식을 들을 동료들은 구출 작전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지만,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드라마는 대원들이 처한 복잡한 개인사와 립과의 해결되지 못한 감정을 함께 풀어낸다. 납치된 사람들을 구출하는 작전이 보여줄 스케일만 기대한다면, 과거와 현재, 나이지리아와 미국 버지니아를 교차하는 전개는 느슨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미지: 히스토리 채널

 

[식스]는 결과물을 무리해서 보여주기보다 실행되는 과정에 집중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립이 현역 시절 아무리 뛰어난 대원이었다 해도 테러 조직을 상대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기엔 역부족이고, 동료들 역시 구출에 뜻을 맞췄다 해도 단번에 숨겨진 곳을 파악할 수 없으며, 또 조직 체계는 순리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 사이에 현실적인 이유로 전역을 준비했던 대원 등 갖가지 개인사에 부딪히는 개개인의 일상을 묘사하며 리얼리티를 높인다. 겉으로는 인정받는 식스 대원이면서도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는 불완전한 인격체로 그려내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사실적인 설득력을 부여하는 셈이다. 실제 군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사실적인 묘사에 호평을 보냈다.
그렇다고 사실적인 접근에만 몰입하지 않는다. 뛰어난 고증과 현실적인 전투신 등으로 압도하며 밀리터리 장르 마니아들을 끌어 들인다. 작전 과정에서 보여주는 짜임새 있게 구성한 액션신은 물론 예측불허의 스토리로 긴장을 조성하며 극적인 재미에도 충실히 한다. 특히 인질로 사로잡힌 립이 2년 전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 마이클과 대면하면서 전개에 탄력이 붙는다. 2년 전, 립이 미국계 아랍인을 죽일 당시 살아남은 마이클은 테러 조직의 간부급으로 성장해 뒤바뀐 위치에서 재회한다. 드라마는 둘의 재회를 선악의 구도로 몰고 가지 않고, 가변적인 관계로 묘사하며 극의 흥미를 유발한다.

 

이미지: 히스토리 채널

 

현재 북미에서 먼저 공개된 [식스] 시즌 2는 립과 마이클의 악연이 촉발한 사건에 복수를 다짐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뉴스룸]과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올리비아 문이 CIA 요원 지나 역으로 새롭게 합류해 활기를 더한다. 시즌 1이 납치된 민간인을 구하려는 네이비 씰의 활약을 개별적인 서사를 구축하면서 사실적인 접근으로 담아냈다면, 국내 방영도 앞둔 시즌 2는 충격적인 엔딩을 안겼던 기존 서사에 치밀한 첩보물의 매력을 더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