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mato92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의 가슴에 동심을 싹트게 한 [곰돌이 푸]의 실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오는 10월 국내 개봉 예정이다. 만화로만 보던 푸를 실사로 볼 수 있는 기회에 모두가 들떠 있는 와중에, 최근 이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 금지되며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논란 이후 중국 당국은 ‘해외 영화 수입 한도량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허겁지겁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 정보원이 ‘상영 금지의 진짜 이유는 오랫동안 곰돌이 푸에 빗대어 조롱당한 중국 수석 시진핑의 개인적인 명령 때문’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빈축을 샀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작년 SNS를 대상으로 곰돌이 푸 사진 게재를 전면 금지하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다소 황당한 이유로 각국에서 상영 금지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2012 – 북한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2012]는 재난물 장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2009년 개봉해 월드와이드 7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성적을 거둔 흥행작이다. 하지만 북한 극장가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는데, 2012년은 ‘강성대국의 해’로 김일성 전 국가주석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시기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한마디로 그만큼 특별한 해에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엄청난 파도와 화산 분출에 지구가 무너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속도 북한 주민의 영화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당시 일본의 주요 매체 아사히 신문은 이 영화의 불법판을 본 주민들이 경찰에 연행되어 엄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제작사 소니 픽처스 측은 ‘영화는 모두 허구이기에 북한의 태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달리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소니는 이 해프닝으로부터 5년 뒤, 토크쇼 사회자와 프로듀서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인터뷰를 하러 떠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 [디 인터뷰]를 만들어 다시 한번 북한 고위층의 심기를 건드렸고, 당연하게도 이 작품 역시 상영 금지됐다.

 

 

 

쥬랜더 – 이란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쥬랜더]는 코미디 업계에서 잘 나가는 배우 벤 스틸러가 각본, 연출, 주연을 맡으며 본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병맛 코미디 작품이다. 영화는 냉정한 패션업계에서 망신을 당하고 쫓겨난 모델이 말레이시아 수상 암살을 위한 세뇌 프로그램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 작품은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이란에서 상영 금지당했다. 실제로 이란은 ‘동성애를 그리거나 게이 인권을 지지하는 영화는 극장에 내걸지 못한다’는 엄격한 정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상영 금지가 의아한 이유는 주연 배우 벤 스틸러와 오웬 윌슨을 포함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이성애자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휘황찬란한 패션 산업을 다루고 메이크업에 각별히 신경 쓰는 캐릭터들이 이란 정부에게는 너무 ‘게이’스러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황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블루 재스민 – 인도

 

이미지: 인벤트 디

 

[블루 재스민]은 케이트 블란쳇의 환상적인 연기와 담백하고 노련한 연출이 인상적인 우디 앨런의 앙상블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 77세였던 앨런은 부유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한 폭의 그림처럼 섬세하게 그리며 노장의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개봉이 불가능했는데, 극중 재스민의 동생 진저의 남편 어기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문제 됐기 때문이었다. 인도에는 영화에 흡연 장면이 있을 경우 영화 시작 전과 해당 장면이 나올 때 의무적으로 ‘흡연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법이 존재한다. 이 문구를 쓰지 않기 위해서는 담배를 CG로 없애는 수밖에 없었는데, 작품에서 좀처럼 텍스트를 띄우지 않는 우디 앨런 감독은 대변인을 통해 ‘영화의 몰입을 깰 수 없기 때문에 인도 정보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인도에서 상영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쉰들러 리스트 – 아랍 외 이슬람 국가들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쉰들러 리스트]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유대인들에게 가해진 독일군의 잔인한 폭력성을 고발하는 동시에 따뜻한 휴머니즘을 그리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수상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작이다. R 등급 영화였음에도 개봉 당시 많은 찬사와 함께 극장가를 휩쓸었고, 지금까지도 ‘죽기 전에 봐야 하는 명작’으로 늘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아랍 외 다수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동정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만든 선전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금지당했다. 스필버그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나치에 의해 자행된 실제 역사를 이런 식으로 곡해하는 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저 부끄러운 일이다. 이 상영 금지가 정말 충격적인 이유는 ‘이슬람 국가들이 이 영화를 보고 보스니아에서 있었던 그들의 이슈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개봉을 위해 작품에 나오는 성적이고 폭력적인 장면 삭제를 요청했으나 스필버그는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디파티드 – 중국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작품은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같은 작품을 내놓으며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잭 니콜슨 등 내실 있는 배우들이 만나 탄생한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다. 화려한 수상 이력 및 라인업 외에도 유덕화, 양조위 주연의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모종의 이유로 전 세계 가장 큰 영화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2007년 당시 영화의 배급권을 갖고 있던 회사가 중국 배급사에 상영 금지 이유를 물었지만 ‘중국 시장에는 부적합하다’는 답만 돌아올 뿐,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LA 타임즈를 포함한 다수의 매체들은 기사에서 ‘극중 중국 정부가 대만 내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을 세우는 장면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밝혔다. 검열의 나라로 불리며 이런저런 황당한 이유로 여러 영화의 개봉을 막고 있는 중국이지만, 부차적 장면 하나로 두 시간 반가량의 수작 관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과한 제재가 아닌가 싶다.

 

 

 

심슨 가족: 더 무비 – 미얀마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심슨네 가족들]은 허를 찌르는 풍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 독특한 전개와 위트로 북미에서 30년 가까이 방영 중인 장수 국민 애니메이션이다. 코난이나 짱구 같은 애니메이션이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을 내놓는 것처럼, 꾸준한 시청자 수를 유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심슨네 가족들 역시 극장판 [심슨 가족: 더 무비]를 제작해 2007년 전 세계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결과적으로 5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거두며 대성공을 거뒀지만, 미얀마에서는 정부에 대한 반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빨간색이 동시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당했다. 아마도 심슨의 개성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 피부색과 주요 인물인 바트, 리사, 마지, 매기가 걸치고 있는 빨간 옷, 신발, 목걸이, 노리개 젖꼭지의 조합을 문제 삼은 듯하다. 간혹 그들의 노란 피부색이 인종 차별적이기 때문에 상영 금지가 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각본, 연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심슨의 아버지’ 맷 그레이닝이 과거 그들의 피부가 노란 이유에 대해 ‘채널을 돌렸는데 노란 캐릭터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으면 채널이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못 박아 말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