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할리우드에는 일도 사랑도 동시에 하는 스타들이 많다. 함께 작품에 출연하거나 사회활동을 하며 그들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한다. 사랑에 빠진 스타들의 협업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거나 때로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 관객의 지지를 받고, 또 냉담한 반응을 얻었을까?

 

 

 

콰이어트 플레이스: 에밀리 블런트 – 존 크라신스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숨 막히는 오프닝으로 시작해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영리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관객을 소리 없는 공포의 세계에 적극 동참시키며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한다. 특히 눈빛과 수신호로 소통하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설정을 설득시키는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는 놀라운 몰입력을 발휘하는 일등공신이다. 아마도 실제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할리우드 잉꼬부부 존 크래신스키와 에밀리 블런트가 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두 사람은 2008년부터 데이트를 시작해 2년 반의 열애 끝에 2010년 7월 이탈리아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 두 딸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 각본 및 연출, 연기까지 도맡은 존 크래신스키는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엄마 에블린 역에 에밀리 블런트를 떠올리며 캐릭터 구축을 했고, 다행히 그의 바람대로 에밀리 블런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을 자청했다. 그 결과 개봉 3일 만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으며, 영화의 완성도에도 호평이 잇따랐다.

 

 

루비 스팍스: 조 카잔 – 폴 다노

 

이미지: (주)팝엔터테인먼트

 

올봄 6년 만에 정식 개봉한 [루비 스팍스]는 슬럼프에 빠진 천재 작가 캘빈 앞에 그가 만든 주인공이자 완벽한 이상형 루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는 공교롭게도 실제 커플이 연출, 각본, 연기에 참여했다. 먼저 [미스 리틀 선샤인],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로 알려진 부부 감독 조나단 데이톤과 발레리 페리스가 연출을 맡고, 2007년부터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할리우드 장수 커플 폴 다노와 조 카잔이 연애세포 자극하는 달달한 커플로 분했다. 또한 조 카잔은 직접 각본을 완성해 꿈같은 비현실적인 로맨스에 현실적인 공감을 녹여냈다. 폴 다노와 조 카잔의 호흡은 [루비 스팍스]로 그치지 않는다. 조 카잔은 폴 다노의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의 각본 작업을 함께 했고,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두 사람의 오랜 호흡으로 완성된 영화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러빙 파블로: 페넬로페 크루즈 – 하비에르 바르뎀

 

이미지: Escobar Films, B2Y Productions

 

[러빙 파블로]는 1980년대 중반 잔혹하고 무자비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저널리스트 버지니아의 로맨틱한 관계를 그린 영화다. [어 퍼펙트 데이]로 호평받은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감독이 연출을 맡아 스페인을 대표하는 부부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과 함께 작업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아쉬운 평을 받았으나 실제 부부의 위태로운 연인 연기는 흥미롭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알다시피 이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게 아니다. 1992년작 [하몽 하몽]으로 첫 인연을 맺은 뒤, 그 사이 몇 작품을 거쳐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애증의 이혼 부부를 연기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2010년 결혼 이후 영화 상에서 접점은 없지만 [카운슬러]에 나란히 출연했고, 최근에는 [러빙 파블로]와 [누구나 아는 비밀]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연기력을 인정받는 두 배우의 협업에도 영화 자체의 평가는 다소 아쉬운 편이다.

 

 

바이 더 씨: 안젤리나 졸리 – 브래드 피트

 

이미지: UPI 코리아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로 인연을 맺어 한때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권태에 빠진 부부를 연기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솔깃한 호기심이 앞선다. 물론 아쉽게도 영화는 화보 같은 멋스러운 영상미만 그럴싸할 뿐, 14년 차 부부의 위태로운 이야기를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한다. 안젤리나 졸리가 각본과 연출, 연기까지 도맡았지만, 바다가 보이는 남프랑스의 그림 같은 호젓한 풍경과 두 배우들의 비주얼만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럼에도 커플이 함께 호흡을 맞춘 작품을 떠올릴 때 [바이 더 씨]가 생각나는 까닭은 부부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실제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영화 속에서 서로에게 무심했던 모습이 진심이 섞인 건지 착각이 들게 하는 파경 이후 벌어지는 공방전은 어쩐지 영화처럼 씁쓸하다.

 

 

아이즈 와이드 셧: 니콜 키드먼 – 톰 크루즈

 

이미지: Warner Bros.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은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톱스타 커플 니콜 키드먼과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지만 권태에 짓눌린 부부 역에 캐스팅되어 촬영을 위해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현실과 환상을 교묘히 교차하며 억압된 욕망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영화는 1999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다소 난해하고 몽환적인 전개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작품 이후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은 [디 아더스]에 톰 크루즈가 제작자로 참여한 것을 끝으로 세기의 커플은 파경의 수순을 걸었다. 정확한 이혼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이즈 와이드 셧]이 파경의 한 이유로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폭풍의 질주]에서 처음 만나 [파 앤드 어웨이]로 다시 호흡을 맞추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커플은 [아이즈 와이드 셧] 개봉 이후 2년 만에 남남이 됐다.

 

 

겟어웨이: 킴 베이싱어 – 알렉 볼드윈

 

이미지: Universal Pictures

 

짐 톰프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스티브 맥퀸과 알리 맥그로우가 주연을 맡은 1972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칵테일]을 연출한 로저 도널드슨이 감독을 맡고, 1991년작 [결혼하는 남자]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킴 베이싱어와 알렉 볼드윈이 탈주극의 주인공으로 나서 격렬한 베드신까지 선보였다. [결혼하는 남자]의 흥행 실패를 이 작품으로 만회하고자 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리지널 영화에 못 미치는 완성도로 흥행과 비평 모두 씁쓸함을 맛봤다. 심지어 킴 베이싱어는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작품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1995년 딸 아일랜드를 출산하며 원만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물론 그들의 결혼생활은 영원하지 못했다. 할리우드의 섹시 커플은 2000년 결별 후, 양육권 분쟁으로 할리우드 버전의 사랑과 전쟁을 찍으며 요란하게 막을 내렸다.

 

 

상하이 유혹: 마돈나 – 숀 펜

 

이미지: MGM Entertainment Co.

 

왠지 제목부터 난감한 [상하이 유혹]은 마약상과 엮인 두 청춘 남녀의 쫓고 쫓기는 도주극과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비틀스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이 운영하는 영화사가 제작에 참여하고, 당시 할리우드 유망주 숀 펜과 2집 ‘Like A Virgin’으로 빌보드를 석권한 팝스타 마돈나가 투톱으로 나섰다. 1985년 만나 열렬한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은 그리 썩 기대되지 않는 영화에 출연해 처참한 결과를 불러왔다.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제작비 반도 못 건지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완성도에서 심각한 허점을 보이며 골든 라즈베리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악의 여우주연상(마돈나)을 차지했다. 청춘스타로 주목받던 숀 펜 역시 이 작품 이후 [데드 맨 워킹]을 만날 때까지 커리어가 주춤거렸을 뿐 아니라 마돈나와 떠들썩한 결혼생활로 쉴 새 없이 구설수에 휘말렸다.

 

 

스쿠비 두: 사라 미셸 겔러 –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

 

이미지: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인기 TV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스쿠비 두]는 훌륭한 오락영화라고 하기에는 산만하고 유치하지만, 원작의 추억을 소환하며 관객들을 극장가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CG로 탄생한 스쿠비의 엽기 발랄한 친구 중에는 이 영화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포영화로 유명세를 얻은 배우가 있는데, 바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로 스타덤에 오른 사라 미셸 겔러와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다. 2000년 들어서 본격적인 만남을 갖기 시작한 두 사람은 이 작품에서 각각 허풍 센 꽃미남과 공주병 환자 캐릭터를 소화했고, 영화 개봉 이후 멕시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물론 안타깝게도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는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하지만 영화의 최종 평가는 아무래도 흥행 성적이다.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 만큼 흥행에 성공했고, 두 사람은 속편에도 나란히 출연했다. 현재 두 아이와 함께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갱스터 러버: 벤 애플렉 – 제니퍼 로페즈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타이거픽처스

 

할리우드 최악의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갱스터 러버]는 요란법석 연애로 서로의 흑역사를 썼던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다. 유치한 대사와 억지스러운 상황이 뒤범벅된 총체적인 난국에 가까운 작품은 두 사람의 뜨거운 열애와 관계없이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폭망이나 다름없는 성적을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25년간 최악의 코미디상’을 수상하고, 최악의 남녀주연상 수상 리스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은 한동안 견고하게 이어졌다. 두 사람은 이후 제니퍼 로페즈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저지 걸]에 출연하고, 결혼도 발표했다. 다만 영화 개봉 전 그들의 관계는 결국 파탄에 이르렀고, 이 영화 역시 두 사람을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연기상과 커플상 후보에 올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지 걸]은 [갱스터 러버]처럼 처참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돈 워리, 히 원트 겟 파 온 풋: 루니 마라 – 호아킨 피닉스

 

이미지: Amazon Studios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돈 워리, 히 원트 겟 파 온 풋]은 음주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만화가 존 캘러한이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투 다이 포] 이후 오랜만에 구스 반 산트 작품에 출연한 호아킨 피닉스가 캘러한 역을 맡았는데,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을 촬영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 루니 마라가 그의 여자친구로 등장한다. [그녀] 이후 세 번째 함께 하는 작품이다. 올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다소 상투적인 전개에도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두 작품 연속 함께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커플의 협업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것 같다. 현재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 촬영이 한창이고, 루니 마라는 아직까지 별다른 차기작 소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