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하

 

 

이미지: 파라마운트 픽처스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가 카메라를 향해 마지막으로 외치는 이 세 마디를 들으며, 트루먼처럼 사실 내 인생도 전부 조작된 게 아닌지 괜한 걱정에 휩싸여본 적 있을지 모른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수십 개씩 마주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영상기기들에 대해 두려움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할 것이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수시로 거짓말을 치는 바람에 된통 당하고 마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와 간을 빼놓고 왔다는 거짓말로 죽을 뻔했던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된 토끼 이야기를 동시에 듣고 자라서일까? 우리는 기본적으로 거짓말은 좋지 않은 것이라 여기면서도 빈번히 사용하곤 한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한 가지로 규정할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거짓말은 진실을 말했을 때와는 또 다른 어떠한 결과물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마치 이 영화들처럼 말이다.

 

 

 

 이지A (2010) – 올리브의 거짓말

 

이미지: 스크린 젬스

 

학교에서 전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던 올리브(엠마 스톤)가 유명세에 파묻히게 된 건 사소한 거짓말 하나로 시작된다. 절친의 가족 캠핑 초대에 가고 싶지 않았던 올리브가 조지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 주말에 데이트가 있어서 안 된다 둘러댄 것이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주말 내내 데이트를 했다는 자신의 거짓말에 잠자리를 했다고 오해한 리아넌(앨리슨 미칼카)을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믿게 두어 마디 디테일한 거짓말을 덧붙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화장실에서 나눈 대화를 엿들은 마리안(아만다 바인즈)으로 인해 올리브의 주말 소동이 전교생에게 소문이 나돌게 된 건 굉장한 문젯거리가 된다. 처음엔 갑작스럽게 받는 관심이 싫지 않기도 하고 진짜로 그런 것도 아닌데 어떠냐는 마음으로 이를 즐겼지만, 소문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올리브를 점차 갉아먹기 시작한다. 이에 한계에 다다른 올리브는 자신의 거짓말을 전부 바로잡고자 결심을 하게 된다.

 

 

 빅 배드 폭스 (2017) – 여우의 거짓말

 

이미지: ㈜스마일이엔티

 

처음엔 그저 한 암탉이 품고 있던 알을 몰래 훔쳤을 뿐이었다. 닭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업신여기기까지 하니, 먹이사냥을 하는 게 너무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자신에게 귀띔을 해준 늑대(보리스 레깅러)의 조언도 한몫했지만. 그렇게 가져온 알들이 부화하게 되면 잡아먹어야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찰나, 이게 웬걸. 알에서 나온 병아리 삼총사는 처음 본 여우를 엄마라며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병아리들이 다 자라서 통통해졌을 때 먹어야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늑대의 말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엄마인 척 역할극을 시작하게 된 것까진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였는데 또다시 문제가 터져버렸다. 녀석들이 자신들을 여우라 여긴다는 것이다. 얼른 다 자라서 병아리를 잡아먹고 싶다며 늑대에게도 시비를 거는 삼총사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 이 상황을 무어라 여기면 좋을까?

 

 

 화이트 칙스 (2004) – 요원들의 거짓말

 

이미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거물급 마약상을 잡기 위해 행했던 위장 잠입이 잘못되면서 FBI 퇴출 위기에 놓인 케빈 코플랜드 요원(숀 웨이언스)과 마커스 코플랜드 요원(마론 웨이언스)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호텔 재벌 윌슨가 자매의 자선파티 경호를 맡게 된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난 당일 날부터 사고를 치게 되고, 그로 인해 자매들은 죽어도 자선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노라 선언해버린다. 당장 윗선에 편지를 써서 보내겠다는 그녀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이 둘이 선택한 방법은 미리 양심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장을 하는 것이었으니. 특수분장 팀이라도 꾸린 듯, 케빈과 마커스는 여러 이들의 도움을 받아 하얀 피부에 금발의 생머리를 가진 그녀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자선파티가 열리는 주말만 넘기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갈 수 있다며, 변장을 마치고 자매들의 친구들까지 마주치게 된 이 둘의 사기극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포즈 (2009) – 마가렛의 거짓말

 

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시에 깐깐한 성격으로 직원들을 초긴장 상태에 빠뜨리곤 하는 뉴욕의 출판사 편집장 마가렛(산드라 블록)에게 어느 날 위기가 찾아왔다. 시간 내에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1년간 업무를 볼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캐나다로 추방당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마가렛은 자신의 온갖 핍박을 받으며 3년 간 함께 일해온 부하직원 앤드류(라이언 레이놀즈)를 끌어들여 둘이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는 거짓된 해결책을 제시해버린다. 승진 기회와 함께 바로 이혼해주겠다는 설득에 엉겁결에 넘어가게 된 앤드류와 마가렛은 들키지 않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마가렛은 주말에 열리는 앤드류의 할머니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자 그의 가족들을 보러 생각지도 못한 알래스카를 방문하게 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3) – 프랭크의 거짓말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거짓말의 대가가 누구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프랭크 W. 아비그네일 주니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의 거짓말 실력은 차원이 다르다. 16살부터 21살까지 5년간 미국과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위조 수표를 남발하고 다닌 행동은 물론이고 파일럿에서 의사, 변호사를 넘나들며 직업을 속이는 행각, 심지어는 전학 간 학교에서 일주일 간 선생님인 척 전교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등 그의 인생은 어찌 보면 더욱 거짓말 같은 진실들로 가득 차 있다. 프랭크의 믿기 어려운 실화는 [E.T.]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를 통해 거장으로 우뚝 선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등으로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만나 흥미로운 영화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