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mato92

 

 

백이면 백 모두가 인정하는 명작이라 해도 오류가 없는 작품은 정말 드물다.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소품, 의상처럼 가시적인 요소와 과학 이론, 역사적 사실 같은 정보를 최대한 논리적으로 엮으려 노력하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범한다. 이 실수라 함은 눈 감고 넘어갈 수 있는 귀여운 수준부터 몰입을 파괴하는 것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멜로, SF, 액션, 전쟁 각기 다른 장르에서 이름을 날렸던 네 작품에서 사소하지만 거슬리는 오류를 살펴보도록 하자.

 

 

 

1. 타이타닉

 

이미지: 씨네힐, (주)영화사 오원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그린 제임스 카메론의 역작 [타이타닉]은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촌스러운 구석 하나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 1997년 당시 2억 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투입해 월드와이드 21억에 달하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고,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아카데미 11관왕을 차지하며 현재까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출이면 연출, 연기면 연기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이 작품에 과연 어떤 오류가 있을까?

 

첫 번째 오류는 로즈가 ‘타이타닉’ 이름의 유래를 설파하는 이즈메이에게 크기에 집착하는 남성에 관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들어 비꼬는 장면에서 엿볼 수 있다. 자기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로즈의 당찬 모습을 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장면이기는 하나, 이 이론은 1920년에 ‘쾌락 원리의 저편’이 출판됐을 때 처음 나온 내용이다. 1919년까지는 오직 여성의 데이터만 수집한 상태였기 때문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12년에 말했다는 건 불가능하다. 또, 잭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바다에 빠지려는 로즈를 말리며 언급한 위스콘신 치페와 폴즈의 위소타호는 타이타닉 침몰 6년 후인 1918년에 물로 채워졌다.

 

이미지: 씨네힐, (주)영화사 오원

 

로즈를 포함한 상류층 사람들이 예배 때 부른 ‘For Those In Peril on the Sea’는 총 네 가지 버전이 있는데, 영화에서 부른 노래에 포함된 ‘Protect them by Thy guarding hand(주님의 손길로 보호해 주소서)’와 ‘O Spirit whom the Father sent(하느님 아버지가 보낸 영혼)’라는 가사는 1937년 버전에 수록됐기 때문에 시기상 맞지 않다. 마지막으로 승무원들이 사랑의 도피를 하던 잭과 로즈를 쫓는 장면에서 사용한 백색광의 커다란 손전등에도 잘못된 고증이 있다. 뿜어져 나오는 빛의 색채가 강하고 중앙의 빛줄기를 가로막는 구멍의 존재로 보아 손전등에 사용된 전구는 ‘단락 아크 제논 전구’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과학 기술은 1910년 초반에 없었다.

 

 

 

2. 다이 하드 2

 

이미지: 20th Century Fox

 

[다이 하드 2]는 1편에서 약 2년 후를 배경으로, 눈 내리는 겨울날의 공항에서 ‘평범한 듯 비범한’ 맥클레인과 테러리스트 집단의 사투를 그린다. 로렌조 반장을 비롯하여 공항에 있는 대부분의 인물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의심될 정도로 고구마스러운 모습을 일관하여 답답함을 주지만, 중반부까지 쌓인 답답함을 모두 해소시키는 시원한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여 1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갔다는 의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후반부 맥클레인이 공중에 떠오른 비행기를 터트리는 장면은 거의 만장일치로 2편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현실에서 수차례 실험해 본 결과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사실로 밝혀졌는데, 작품에 나온 설정상의 오류는 이것 말고도 꽤 다양하다.

 

영화 도입부,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맥클레인이 기내에 있는 아내에게 공중전화로 연락하는 장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당시 좌석에 비치된 기내 전화기는 상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가능해도 걸린 전화를 받는 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공중전화의 상단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퍼시픽 벨(Pacific Bell)’이라는 로고가 붙어있는데,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 위치한 곳이라 정반대편인 동부 해안의 덜레스에는 있을 수 없다. 테러리스트를 막다 범인으로 의심받아 경찰에 붙잡힌 맥클레인이 로렌조 반장과 만났을 때, 그는 맥클레인에게 D.C 주법을 어겼다며 쏘아붙인다. 공항 이름이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이긴 하지만, D.C가 아닌 버지니아 주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사는 ‘D.C 주법’이 아닌 ‘버지니아 주법’을 어겼다고 해야 타당하다.

 

이미지: 20th Century Fox

 

중반부쯤 탈출에 성공한 에스퍼란자 장군이 탄 비행기가 착륙할 때 맥클레인은 맨홀 뚜껑에 걸려 고군분투한다. 이후 비행기가 앞바퀴를 내리고 맥클레인이 있는 쪽으로 질주하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바퀴가 닿기 바로 직전에 벗어나며 깔릴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다. 이 장면에서 감독이 실수한 점은 바로 다음의 롱 숏에서 바큇자국이 맨홀 한참 옆에 적나라하게 깔리는 장면을 배치하여 연속성을 깼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비행기 엔진 수, 수류탄 폭발 시간, 팩스 종이 방향 등 다양한 옥에 티가 작품에 산재한다.

 

 

 

3.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필립 K. 딕 원작의 단편 소설을 스티븐 스필버그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채우며 비평가 및 관객의 찬사를 받은 영화. 톰 크루즈, 콜린 파렐의 호연과 2002년 개봉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CG, 연출 및 철학이 담긴 탄탄한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흠잡을 것 없어 보이는 이 작품에도 자잘한 빈틈은 존재한다.

 

초반부에 앤더튼이 아내의 외도를 발각한 하워드 막스의 우발적 범행을 막을 때, 그는 범행 일자가 ‘4월 22일 아침 8시’라고 말하며 그를 검거한다. 하지만 그날 밤 앤더튼이 조깅할 때 나오는 전광판 속 ‘범죄 예방 시스템’ 전국화 투표일 역시 4월 22일로 나온다. 날짜에 관한 미스터리는 이튿날 아침, 국장 라마의 대사에서 밝혀진다. 라마는 법무성 이야기로 운을 떼며 ‘일주일 후 투표 결과’라는 말을 하는데, 이로써 하워드 막스의 체포는 4월 22일이 아닌 일주일 하고도 하루 전인 4월 14일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날짜와 관련된 옥에 티는 하나 더 있다. 앞서 말한 전광판에는 2054년 4월 22일이 화요일이라고 되어있으나, 이 날짜는 사실 수요일이다.

 

앤더튼이 영화 내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의 모델명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X-33’이지만, 그가 앞으로 저지를 범행 시간의 카운트를 확인할 때 시계에 나타난 브랜드는 ‘불가리’다. 이는 자칫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작품에 나오는 제품 하나하나가 마케팅의 일부로 간주되는 영화산업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설사 제작진이 오메가 측에 로열티를 지불하여 사용했다고 할지언정 실존하는 제품에 라이벌 회사 불가리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는 건 어불성설인 셈이다. 실제 이와 관련하여 두 회사 사이에 법정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지만, 공식적인 기사는 없는 걸로 보아 합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홍채인식 시스템에도 옥에 티 같은 부분이 있다.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는 지하철 요금 지급, 신원 판별 등 거의 모든 것이 홍채인식으로 이루어질 만큼 시스템이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하지만 라라가 리오 크로우 살인죄로 프리크라임에 속박된 앤더튼을 구하는 장면에서 줄거리상 허점이 드러난다. 라라는 앤더튼의 안구를 들고 내부 침입에 성공하는데, 시신경이 끊어지면 홍채 패턴이 바뀌어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사실을 차치한다 해도 보안 면에서 상당히 허술한 장면이다. 신용카드만 잘못 써도 잡혀가는 세상에서 타인의 안구를, 그것도 프리크라임에 범죄자로 구속된 인물의 안구를 썼음에도 쉬이 들어가는 게 가능할 리 만무한 데다 라마처럼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4. 허트 로커

 

이미지: (주)NEW

 

[허트 로커]는 제대를 40여 일 남긴 폭발물 제거반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겪는 다양한 서스펜스를 담아낸 영화다. 주로 선 굵은 영화로 필모를 수놓던 캐서린 비글로우에게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 여성 감독상’의 타이틀을 쥐여준 작품으로, 감독상 외에도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을 수상했다. 당시 전 남편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를 꺾고 트로피를 받은 터라 더욱더 큰 화제를 모았다. 1,500만 달러의 적은 예산으로 찍었기 때문에 ‘전쟁 액션’ 치고 스케일이 작은 편이며, 전투보다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작품성까지 두루 갖춘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와 붙어서 그런지 고깝지 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는데, 상당수 사람들이 지적하는 건 영화의 규모가 아닌 디테일한 부분의 고증이다.

 

일단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엘드리지 상병이 엑스박스 360으로 게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콘솔 게임기는 2005년에 11월에 발매된 것으로 시대적 배경인 2004년 여름과 맞지 않다. 더불어 그가 플레이하고 있는 ‘기어스 오브 워’는 2006년에 출시된 게임이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플랫폼인 ‘유튜브’에 관한 오류도 있다. 임무 중 전사한 매튜 톰슨 하사의 자리를 이어받은 윌리엄 중사가 폭발물을 처리하는 부분에서 엘드리지는 반란군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자신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자 ‘유튜브에 올리기라도 할 셈인가 봅니다’라고 말하는데, 유튜브는 2005년 2월에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지: (주)NEW

 

앤소니 맥키가 분한 샌본 병장이 톰슨 하사의 박스 물건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그가 전장을 전전하며 모은 휘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가슴팍에는 EOD(폭발물 제거반) 휘장이 CIB(전투보병기장)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OD 멤버가 CIB까지 갖고 있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어떤 휘장도 CIB, EIB(우수보병기장), CAB(전투교전기장) 위에 달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EOD 멤버들은 보호상의 문제로 호송대를 대동해서 다니는 것이 보통이나 영화의 EOD 팀은 대담하게도 이곳저곳 그들 단독으로 돌아다닌다. 영화 몰입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지만, 바그다드 복무를 마친 제임스가 전장에 다시 복귀할 때 탄 것은 ‘트윈 로터 헬리콥터’였으나 내린 뒤에 ‘록히드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후방에 비춰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