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당연한 말이지만 어디서 갑자기 솟아난 존재가 아닌 이상,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도 가족이 있다. 가족이 함께 초능력을 얻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초능력이 생긴 후에 가족을 이룬 경우도 있다. 부모가 초능력자라면 그들의 아이는 자연스레 초능력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슈퍼수저’라고나 할까?
사랑하는 가족은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기에 위험한 일을 많이 겪는 히어로에겐 꼭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블 유니버스에선 어떤 이들이 ‘슈퍼 패밀리’를 이루고 있는지 4인 이상으로 구성된 슈퍼히어로 가족들을 살펴보았다.

 

 

 

1. 파워 팩

 

 

파워 가문의 사남매는 아버지의 발명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버지가 개발한 친환경 발전기를 시험 가동하기 전날, 키멜리아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에 추락했다. 사남매가 심한 부상을 입은 외계인을 발견했는데, 그는 사남매의 아버지가 만든 발전기와 같은 원리를 가진 장치가 자신의 고향 행성을 파괴했다며 경고했다. 초능력을 가진 키멜리아 성인은 죽을 때 다른 사람에게 그 초능력을 전수해줄 수 있었다. 이 외계인은 네 아이들에게 자신의 네 가지 초능력을 골고루 나누어주고 숨을 거두었다.
이렇게 해서, 맏이 알렉스는 중력을 조종하는 능력, 둘째 줄리는 빠른 속도와 비행 능력, 셋째 잭은 질량을 변경하는 능력, 막내 케이티는 에너지 능력을 갖게 되었다. 파워 팩이라는 이름의 초능력 남매가 된 이들은 이후로 함께 또는 각자 여러 모험을 하며 캡틴 아메리카, 울버린, 데드풀 같은 여러 슈퍼히어로들과 어울렸다.
파워 팩은 1991년에 어린이용 드라마로 기획되었지만, 파일럿 에피소드만 만들어진 채 취소되었다. 2017년, 마블 스튜디오는 파워 팩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 판타스틱 포

 

 

‘초능력 가족’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바로 판타스틱 포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대를 연 장본인이자 최초의 슈퍼히어로 가족이기 때문에, 마블이 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판타스틱 포의 시작은 남매인 수 스톰과 자니 스톰, 친구 사이인 리드 리처즈, 벤 그림으로 이루어진 형태였지만, 수와 리드가 결혼하면서 진정한 슈퍼 패밀리가 되었다. 이후, 수와 리드가 아들 프랭클린과 딸 밸러리아를 낳고, 리드의 아버지 나다니엘 리처즈가 합류하면서 가족 구성원은 늘어났다. 이젠 벤이 오랜 여자친구 앨리샤 마스터즈와 결혼하게 되면서 가족의 범위는 더욱 확장되었다.

 

 

 

3. 클랜데스틴

 

 

1168년, 우리로 치면 고려시대에 아담이라는 영국인이 아주 큰 사고를 당했다. 그는 꿈에서 신비한 여성을 본 후에 기적적으로 회복되었는데, 그 후로 전혀 다치지 않았다. 십자군 전쟁에 참전한 아담은 아랍에서 신기한 보석 안에 갇혀 있던 지니를 해방시켜주었는데, 엘랄리스라는 이름의 이 지니는 아담을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사랑에 빠진 둘은 결혼을 하고 몇 세기에 걸쳐 많은 아이들을 낳았고, 대부분이 초능력을 물려받았으며 오래오래 살았다. 데스틴 가문을 형성한 그들은 긴 세월 동안 새로운 신분으로 세탁을 해가며 정체를 숨긴 채 살아왔다.

 

 

 

 

4. 서머스 가문

 

 

엑스맨에서 가장 유명한 가족이라 하면 바로 이 서머스 집안이 아닐까.
첫째 사이클롭스는 엑스맨을 비롯한 뮤턴트 종족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고, 둘째 하복은 엑스맨은 물론이고 캡틴 아메리카의 추천으로 어벤저스 유니티 디비전이라는 팀을 이끌었다. 막내 벌칸은 엇나가기도 했지만, 빛과 열을 내는 능력으로 외계의 시아 제국을 정복하고 황제가 되기까지 했다. 삼형제의 아버지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어서 스타재머스라는 우주해적단을 이끌고 있다.
사이클롭스는 어마어마한 정신능력의 소유자 진 그레이와 결혼했고, 특이하게도 평행 세계의 차원에서 온 두 명의 아이를 얻었다. 강력한 정신능력을 소유한 레이첼과 네이트는 엑스맨의 멤버가 되었다. 그리고 사이클롭스와 매들린 프라이어(진 그레이의 클론) 사이에서 낳은 케이블이 있다. 케이블은 어릴 때 미래 세계로 보내졌다가 아버지 사이클롭스보다 훨씬 더 늙은 상태로 돌아왔다. 케이블이 입양한 ‘뮤턴트 구세주’ 호프 서머스는 사이클롭스의 손녀가 된다.

 

 

 

 

5. 인휴먼즈 로열 패밀리

 

 

인간보다 진화되어 초능력까지 갖고 있는 인휴먼 종족이자 왕족인 그들은 그야말로 슈퍼금수저라고 할 수 있겠다. 인휴먼의 왕인 블랙 볼트는 입을 열면 소리가 그대로 음파 에너지로 변환되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따라서 평소엔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사촌 메두사와 결혼했는데, 메두사는 이름처럼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 메두사의 동생 크리스탈은 4대 원소를 다루는 능력자로, 어벤저스의 퀵실버와 결혼했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어느 왕가에나 꼭 망나니가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 인휴먼 왕가에서는 막시무스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블랙 볼트의 동생 막시무스는 초능력과 폭넓은 지식을 가졌으나 질투에 눈이 멀어 호시탐탐 형의 자리를 노린다.
이들 외에도 카르낙, 고르곤, 트라이톤 등의 사촌들과 텔레포트 능력을 가진 개 록조가 인휴먼즈 로열 패밀리의 핵심 멤버들이다. 인휴먼 왕족들은 슈퍼히어로 역할도 한다. 메두사는 판타스틱 포, 크리스탈은 판타스틱 포와 어벤저스의 멤버였다. 종족을 대표하는 블랙 볼트는 일루미나티라는 지구의 슈퍼히어로 지도자들의 모임 회원이었다.

 

 

 

이렇게 가족 모두가 초능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들의 삶은 평온하지만은 않다. 일단 적들의 표적이 되기 쉽고, 도움이 필요한 일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 아담 데스틴은 자식 중 하나를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고, 파워 팩의 부모는 초능력을 가진 자식을 둔 덕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인휴먼 왕가는 더욱 심각하다. 가족이 반란을 일으키질 않나, 외계의 위협을 받질 않나,,,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렇지만 또 이런 사람들이 아무런 위험 없이 평온하게만 보낸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독자의 재미를 위해서라는 대의 앞에 슈퍼 패밀리는 항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