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미스 스티븐스(Miss Stevens) – 비슷한 이들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이미지: ㈜티캐스트

에디터 Amy: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스티븐스 선생님과 연극 동아리의 세 학생이 주말 동안 연기 대회에 참석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풋풋한 모습의 티모시 샬라메에게 눈길이 먼저 가겠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 스티븐스의 감정 변화와 성장에 먼저 주목했으면 한다. 매일 학교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이지만 선생님과 학생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기대지 않고 벽을 두었던 스티븐스에게 빌리가 점점 다가오고,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로를 받으며 벽을 허무는 법을 배운다. 구체적인 상황과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로 미묘한 감정선을 표현해낸다. 티모시 샬라메가 스크린 너머로 관객을 향해 독백을 쏟아내는 듯한 연기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2. 나의 특별한 형제 – 편견과 선입견을 허물고 진정성을 담아

이미지: (주)NEW

에디터 Jacinta: [나의 특별한 형제]는 소재가 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빗나간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헤어질 위기에 처한 세하와 동구를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으로 포장하지도, 가벼운 희화화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두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 집중한다.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오게 된 배경과 특별한 유대감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비장애인이 바라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운다. 사회적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다면, 그들도 충분히 자립하고 살아갈 수 있음을 내비친다. 전반적으로 쉽게 예측 가능한 선상에서 흘러가지만, 고정관념으로 소비된 장애를 편견 없이 그려낸 진정성 덕분에 영화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더욱 빛을 발한다.

 

 

 

  3. 어글리 돌(Ugly Dolls)  –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유쾌한 싱얼롱

이미지: 판씨네마㈜

에디터 띵양: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못생긴(?) 인형들이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 [어글리 돌]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글리 빌에 사는 모씨가 다섯 친구와 함께 항상 꿈꿨던 마을 밖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매사에 긍정적이던 이들은 최고의 인형을 육성하는 퍼펙션 스쿨에서 다른 인형들에게 무시와 천대를 당하면서 좌절을 맛보기도 하지만, 이내 털어내고 자신들의 성장뿐 아니라 다른 인형들의 성장까지도 이루며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영화는‘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그리고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이들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랫말 속에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교훈을 배우고 또 아이 손 잡고 극장을 찾은 부모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가정의 달’에 온 가족이 함께 극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

 

 

 

  4.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Pan’s Labyrinth) – 기예르모 델 토로 영화 예술의 정수

이미지: (주)디스테이션

에디터 겨울달: “마케팅을 잘못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혀온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폭력적인 현실과 그만큼 잔인한 환상이 교차하는 이야기는 슬프고 매력적이다. 델 토로의 ‘괴물’과 신비한 세계의 비주얼은 기괴하면서도 섬뜩하다. 어둡고 소름 끼치게 무서운 판타지이지만, 자신을 지하 나라의 공주라고 믿은 오필리아가 맞은 결말은 영화를 진정한 ‘잔혹 동화’로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핍박하는 전쟁은 순수한 영혼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명작은 언제 봐도 명작이지만, [판의 미로]는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만약 에디터처럼 [셰이프 오브 워터]와 [퍼시픽 림] 등 대중적이고 낭만적인 영화로 델 토로를 먼저 접했다면, 덜 타협적이고 그만큼 날카롭고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