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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3을 위한 변명

※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79%, 25%, 그리고 6%.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시즌 별 로튼토마토 평단 점수다. 평단의 점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 반응도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이전 시즌에 비해 나아지긴 했으나(51%→58%), 이 정도면 대부분이 ‘재미없다’라고 평가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정말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호불호가 갈린다’라고 포장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첫 시즌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의 숨겨진 에이스라고 불렸던 시리즈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내려왔을까?

시작하기 앞서 시리즈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는 해나 베이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극단적인 선택의 계기가 된 13가지 이유를 녹음한 테이프가 주변인에게 전달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시즌 1은 제이 애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반면, 해나의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펼친 소송을 그린 두 번째 시즌과 브라이스 워커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 이번 시즌은 원작에 없는 이야기다. 원작에서 멀어질수록 평가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슬픈 사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이번 시즌을 혹평한 이들의 심정이 이해는 된다. 직접 보면서도 ‘아니 도대체 왜?’ 싶은 순간이 한둘이 아니고, 13편의 에피소드를 보는데 사용한 13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도 한순간이지만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토록 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3을 위한 몇 가지 변명을 하고자 한다.

해나의 공백이 의외로 크지 않다

이미지: 넷플릭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해나의 죽음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었던 만큼, 시리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누구보다 컸다. 실제로 해나 베이커(캐서린 랭포드)가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3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필자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해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바로 전학생 아니 아촐라(그레이스 사이프)의 남다른 존재감 때문이다. 반은 칭찬이고 반은 부정적인 의미다. 뉴 페이스, 특히 새로운 주연급 캐릭터는 이야기에 활기를 더하는 요소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니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친화력과 정보력(?)이 새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또 기존 캐릭터와의 예상 밖의 케미를 보여주면서 극에 색다른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때때로 아니의 과한 오지랖과 선을 넘는 행동 때문에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구글에 ’13 reasons why Ani’를 치면 자동 완성으로 ‘annoying(거슬리다)’이 뜰 정도이니, 본인만 그렇게 느낀 것이라 할 수도 없다. 이러나저러나 존재감이 굉장했던 것은 맞는 셈이다. 누군가는 해나의 부재와 아니의 등장을 시즌 3을 망친 큰 요인으로 여길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큰 선택이었다고 여기고 싶다.

성격이 변했다고? 상황이 이런데 안 변할 수가…

이미지: 넷플릭스

시리즈물 팬들은 ‘설정 오류’나 ‘캐릭터 붕괴’에 민감한 편이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3의 등장인물 중 안 그런 사람을 찾기는 힘들지만 유독 급격하게 성격이 변해서 마치 이미지가 붕괴되는 듯한 인물이 두 명 있는데, 바로 클레이 젠슨(딜런 미넷)과 브라이스 워커(저스틴 프렌티스)다. 후자에 대해선 따로 설명할 예정이니 클레이의 변화를 살펴보자. 그동안 클레이는 ‘오지랖이 넓고 감정적이나 남을 위해 행동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였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여전히 오지랖 넓고 착하지만, 철저히 자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당히 급격한 변화 같지만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브라이스 워커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는 당연히 생존 본능이 앞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클레이는 고등학생이다. 미국에서 성인으로 보는 나이이기는 해도, 아직 10대 소년에 불과하다. 다 큰 어른도 견디기 힘든 상황(경찰에서 ‘유력 용의자’라며 언론에 발표도 했다)인데, 고작 10대 후반인 학생이 이성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언행만 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치게 크고 가혹한 기대 아닐까?

브라이스 워커를 동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지: 넷플릭스

사실 조심스러운 대목이기는 하다. 브라이스 워커가 누구인가? 해나 베이커와 제시카 데이비스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인물이자 학교 폭력의 중심, 한마디로 ‘악의 축’이다. 지은 죄에 비해 죗값은 고작 보호관찰 3개월에 전학처분이라 많은 공분을 샀던 만큼, 차라리 그가 죽기를 바랐을 사람도 정말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소원대로 브라이스 워커는 죽는다. 그것도 첫 에피소드부터 말이다.

브라이스는 이번 시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치고, 지난 시즌의 결말 이후 죽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는게 시즌 3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세 번째 시즌을 감상한 이들 중 상당수가 브라이스를 묘사한 방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악당 이미지’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한결 순해진(?) 사람으로 그리는데, 관점에 따라 마치 그를 동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브라이스를 옹호하거나, 그의 죄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확실히 이번 시즌에서 브라이스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행보를 보인다. 과거 저질렀던 일들이 잘못되었다 깨닫고, 늦었지만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 발버둥 친다. 그러나 세상은 냉담하다. 피해자들의 상처와 ‘강간범’, ‘가해자’라는 낙인, 그리고 자신의 죄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브라이스는 죽기 전까지 온 몸으로 경험한다. 드라마는 이를 거듭 강조하면서 혹시라도 그에게 공감할지 모르는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브라이스를 동정하지마’라며 못까지 박아버린다. 브라이스 워커는 처음부터,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쁜 놈이다.

그러나 이런 결말은 이해할 수 없다

이미지: 넷플릭스

앞선 요소들은 분명 아쉽기는 해도, 나름 장점을 찾고 변명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3의 결말은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좋게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멘탈을 붙잡고 시즌을 끝까지 본 스스로에게 미안할 정도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되어서야 밝혀진 브라이스 살해 용의자는 바로 알렉스 스텐달(마일스 헤이저), 사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다. 물론 순간의 감정적인 대응이기는 했지만, 알렉스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기는 충분했기에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알렉스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게 되었느냐고? 이제부터가 문제다.

몬티 델라크루즈(티모시 그라나데로스)는 시즌 2 막바지부터 지금까지 ‘제2의 브라이스 워커’라 불릴 정도로 끔찍한 일들을 저지른다. 이러한 악행이 밝혀지면서 결국 철창 신세가 되는데, 아니는 몬티에게 모든 혐의를 덮어 씌우자는 경악을 금치 못할 계획을 세운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이 친구를 위해 증거를 조작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뒷목을 잡기엔 아직 이르다. 심지어 수사하면서 진실을 알게 된 알렉스의 아버지까지 여기에 가담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드라마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게 하기 위해 몬티가 감옥에서 살해된다는 ‘우연을 가장한 억지’를 부리면서 이야기를 서둘러 마무리 짓는데, 개인적으로 올해 본 엔딩 중 최악이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나름의 장점과 재미, 그리고 이전 시즌에 비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3는 여러모로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은 안 했지만 스토리는 조금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을지언정 왕따, 자살 등의 민감한 문제를 가슴 아플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 호평받았던 시리즈가 왜 ‘후더닛(whodunit)’ 추리물로 변했는지도 의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실망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수많은 팬들이 아쉬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아직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디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다음 시즌에서는 만족스러운 결말과 퀄리티로 돌아와서 변명이 아닌 자랑을 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솔직히 캐릭터들이나 팬들 모두 정말 힘들었는데, 그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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