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60년대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한눈에

이미지: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에디터 원희: ★★★ 1969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과거에는 잘 나갔지만 한물간 액션스타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배우이자 매니저 클리프 부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 당시 할리우드의 분위기와 영화, 히피 문화, 인종차별 등 전반적인 흐름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조명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60년대 할리우드를 잘 몰라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이끈다. 맨슨 패밀리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샤론 테이트와 찰스 맨슨이 등장하나 이들의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영화 막바지에 이 영화가 청불 등급을 받은 이유인 쿠엔틴 타란티노표 액션 장면이 등장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로 할리우드를 조명하는 점은 좋지만, 클리프 역을 돋보이기 위해 유일한 동양인이자 그 시대의 인종차별을 감내했던 이소룡을 그렇게 그려내야 했을까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Battle of Jangsari) – 예상 밖의 스케일, 예상 가능한 드라마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홍선: ★★★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보는 듯 오프닝의 스케일이 대단하다. 쇼트를 빠르게 나누어 전쟁의 생생함을 전달하고, 공들인 전투 장면에서 롱테이크는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예상보다 대단한 전투 장면 이후, 진짜 주인공은 학도병임을 말한다. 학도병들의 감정과 사연들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데, 눈물을 감추기 어려운 인상적인 에피소드도 있지만, 대부분 예상 가능한 이야기에 그쳐 관객을 울리겠다는 목적이 쉽게 드러난다. 드라마의 탄력을 높여줄 악인 캐릭터가 전무하다는 점도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폭을 좁게 한다. 메간 폭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비극의 아픔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극에 스며들지 못하고 따로 찍은 듯한 어색한 느낌은 아쉽다.

미드 90(Mid90s) – 성장 중인 이들의 지침서, 이미 커버린 이들의 추억 어린 VHS

이미지: 오드 AUD

에디터 영준: ★★★★ [문라이트]를 1990년대로 끌어왔다. [미드 90]은 90년대 L.A.에 사는 스티비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들], [문라이트], [레이디 버드]와 더불어 최고의 성장 영화로 꼽고 싶다(아직 [벌새]를 보지 못했다…). 영화가 그린 성장담은 어둡지만 따뜻한 느낌이다. 친형의 상습적인 폭력에 움츠러든 스티비는 소위 ‘노는 형들’과 친해지고, 이전에는 전혀 겪지 못했을 새로운 세상(마약, 술, 여자)과 맞부딪힌다. 재미있는 점은 스티비가 새로 사귄 친구들이 겉보기와 달리 순수한 소년들이라 다소 방탕할지언정 인간미가 넘친다는 점이다. 영화는 어린 스티비의 시선을 통해 이들을 관찰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묘사하는 동시에, 그가 맞이하는 변화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비슷한 시절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성장 지침서 같다고 할까? 설령 미국에 살지 않아도, 스케이트보드를 타본 적이 없어도, 90년대 힙합을 몰라도 좋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모습에서 추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감정의 소용돌이와 이를 담은 배우들의 표정에서 ‘그땐 그랬지’를 느끼는 작품이니까.

메기(Maggie) – 의심과 오해에 잠 못 이룬 당신에게

이미지: (주)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에디터 혜란: ★★★ [메기]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메기]가 어떤 ‘내용’의 영화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제 아래 느슨하게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연결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단편 여러 개를 이어놓은 선집 같은 영화 속 이야기는 따뜻한 목소리의 화자, ‘메기’의 내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천재지변을 미리 예견하는 물고기 ‘메기’는 영화 내내 믿음, 오해, 의심, 불안, 불신을 왔다 갔다 하며 마음의 지진을 겪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살핀다. 전형적 서사 문법을 따르지 않기에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작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접한 후 전체를 조망하면, 영화의 메시지는 떠먹여 주듯 친절한 상업 영화보다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각각도 흥미롭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한 번쯤 겪었을 감정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재미가 더 크다.

아워 바디(Our Body) – 내 삶의 궤도에 오르기까지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에디터 현정: ★★★ [아워 바디]는 언뜻 보기에 달리기의 매력을 예찬하며, 이 시대의 서글픈 청춘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영화 같다. 8년 차 고시생 자영이 현주를 만나 함께 달리면서 무기력한 모습에서 차츰 벗어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처음의 예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들어서 변곡점을 그리며 예상 밖의 이야기로 전환한다. 자영과 현주의 관계를 내밀하게 좁히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억눌러왔던 욕망을 꺼내 든다. 달리면서 변화하는 몸을 유난히 잦은 클로즈업으로 부각하는 건, 순수한 육체적 쾌감이 수동적인 삶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는 능동적인 삶으로 변화를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자영에게 어떤 현실적인 결말을 내어주지 않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는 건, 그가 느낀 묘한 희열을 나도(우리도) 알기 때문이다.

와인스타인(Untouchable) – 할리우드 거물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다

이미지: ㈜영화특별시,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에디터 영준: ★★★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직장 동료와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된 작품이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화려한 이력과 권력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과 그가 여러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괴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낱낱이 드러내는데, 특히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전달되는 성범죄의 기억과 그 여파가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듣기만 해도 괴로울 정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와인스타인]은 하비 와인스타인을 비롯한 이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방관한 업계, 나아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을 단순히 하나의 범죄로만 여기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작품이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헬로우 평양(A Postcard from PyongYang) – 일반인의 시선으로 더 자세히 바라본 평양

이미지: ㈜다자인소프트

에디터 홍선: ★★★☆ [헬로우 평양]은 한 번 가기도 어렵다는 평양을 4년 사이에 두 번이나 다녀온 어느 독일인의 여행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평양 내에서 동영상 촬영은 불법이기에 몰래 촬영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또렷한 영상은 놀랍다. 들켜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진다. 겉으로는 평화롭고 친절한 평양이지만, 보여주기식 관광코스와 자동 응답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현 체제를 찬양하는 북한 가이드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벽도 외면하지 않는다. 일반인의 시선으로 가장 가깝게 바라본 평양을 통해 베일에 감춰진 북한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다.

마왕의 딸 이리샤(Ireesha, The Daughter of Elf-king) –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안타까운 용두사미

이미지: 싸이더스, ㈜삼백상회

에디터 원희: ★☆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장형윤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 마법으로 기억을 잃고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던 이리샤는 자신을 도와주려던 친구 진석의 빼앗긴 영혼을 되찾기 위해 요정 세계로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리샤 역을 맡은 천우희의 목소리 연기는 좋고, 작중에서 훌륭한 노래 실력도 선보인다. 요정 세계로 떠난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족한 서사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시작은 좋았으나 점점 사건과 사건 사이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띄고, 이마저도 편집이 매끄럽지 못해서 뚝뚝 끊어진다.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급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어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해도 완성도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체인지오버(The Changeover) – 슈퍼내추럴 호러 판타지 성장물… 까지만 했다면

이미지: ㈜달빛공장, 디오시네마

에디터 혜란: ★★☆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뉴질랜드 영화로, 뉴질랜드 대표 영 어덜트 작가 마거릿 마이의 1984년 소설을 영상화했다. 10대 소녀 로라가 사악한 영능력자의 표적이 된 어린 동생을 구하기 위해 마법의 힘을 받아들이고 마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체인지오버]의 매력은 방대한 상상의 세계를 한정된 예산 안에서 경제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찾으면서 으스스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빌런을 연기한 티모시 스폴과 멜라니 린스키, 루시 로우리스 등 관록의 배우들이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주인공 로라와 소렌슨의 로맨스가 다른 부분보다 만족스럽지 못하다. 두 배우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부족한 건 둘째치고, ‘금사빠’ 러브라인이 에디터의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