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주차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겨울 시즌’의 시작인 11월 박스오피스에 2주 연속 부진의 기운이 뒤덮였다. 지난주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데뷔한 데 이어, 2주 차 1위를 차지할 것이라 예측했던 [닥터 슬립]도 예상 스코어를 한참 밑도는 성적인 2위에 그쳤다. [닥터 슬립]이 부진한 가운데 [미드웨이]가 11월 둘째 주말 박스오피스의 왕좌에 앉기는 했지만, 이 작품도 제작비를 감안하면 아쉬운 개봉 성적을 거두었기에 사실 1위는 ‘허울 좋은’ 타이틀에 불과하다. 신작 코미디 [플레잉 위드 파이어]와 로맨틱 코미디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당초 기대보다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침체된 박스오피스에 불씨를 지피기엔 부족했다.

 

11월 셋째 주말에는 세 편의 신작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헬렌 미렌과 이안 맥켈런의 치정 스릴러 [굿 라이어]와 16년 만에 ‘리부트’되어 돌아오는 [미녀 삼총사], 그리고 크리스찬 베일, 맷 데이먼 주연의 [포드 V 페라리]가 상위권 다툼에 가담할 예정이다. 과연 다음 주에는 어떤 놀라운 반전이 일어날지, 그리고 2주 연속 침체된 11월 박스오피스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11월 2주차 상위권/전체 성적: $100,490,654/$121,162/567)

 

 

 

1. 미드웨이 (Midway) ( New )
이미지: (주)누리픽쳐스

로튼토마토: 평단 42% / 관객 92%
메타스코어: 48
상영관 수: 3,242
주말수익: $17,897,419
북미누적: $17,897,419
전세계누적: $18,132,529
제작비: $100,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라이온스게이트 신작 [미드웨이]가 11월 둘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꿨던 전투 중 하나인 미드웨이 해전을 그린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감독이다. 바로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2012]로 한때 ‘재난 액션 블록버스터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롤랜드 에머리히가 연출을 맡았는데,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를 연달아 말아먹었던(?) 그가 10년 만에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한 것이다. 평단의 혹평과 달리 관객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다. 패트릭 윌슨, 루크 에반스, 우디 해럴슨 등 호화로운 출연진과 대규모 전쟁 시퀀스, 그리고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을 앞둔 개봉 시기가 북미 남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제작비가 1억 달러나 들어간 작품의 첫 주말 성적이 1,789만 달러라는 건 사실 실패나 다름없는 결과지만, 워낙 반응이 좋은 만큼 2주 차에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일지 기대가 되기는 한다.

 

 

 

2. 닥터 슬립 (Doctor Sleep) ( New )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76% / 관객 90%
메타스코어: 60
상영관 수: 3,855
주말수익: $14,114,124
북미누적: $14,114,124
전세계누적: $34,114,124
제작비: $45,000,000 – $55,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무난하게 1위 데뷔할 줄 알았던 워너브러더스 신작 [닥터 슬립]이 충격적인 성적과 함께 2위로 첫 주말을 마쳤다. 사흘 간의 수익은 1,411만 달러, 개봉 전 현지 예상보다 1,000만 달러 이상 적은 금액이다. 스티븐 킹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 『닥터 슬립』을 원작으로, 오버룩 호텔 사건 이후 긴 후유증에 시달리던 대니가 자신과 같은 샤이닝 능력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탠리 큐브릭의 1980년작 [샤이닝]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작이라 마이크 플래내건 감독에게 부담이 됐을 법도 한데, [제럴드의 게임]과 [썸니아], TV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 등으로 인정받은 실력이 어디 안 갔다고 평단과 관객이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는 중이다. [샤이닝]의 완성도는 인정하나 원작자로서는 매우 싫어했던 스티븐 킹도 [닥터 슬립]을 극찬했는데, 아쉽게도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이 흥행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지에서는 [닥터 슬립]의 실패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두 시간 반이라는 긴 상영 시간과 원작 소설(『샤이닝』 기준. 『닥터 슬립』은 2013년 출간)이나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가 40년 가까이 지난 작품이라 젊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슷한 조건이지만 흥행 대박을 쳤던 [그것]이 2년 만에 속편이 공개되었던 것과 달리, [샤이닝]과 [닥터 슬립] 사이의 공백이 지나치게 길어 ‘시리즈물’의 매력이 반감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현지에서는 워너브러더스가 [닥터 슬립]의 부진으로 2,000만 달러의 적자를 볼 것이라 예상한다. 워너브러더스 입장에선 이 작품의 부진이 아쉽긴 하겠으나, [조커]와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6억 달러 이상의 순익을 가져올 예정이라 금전적인 아쉬움은 크지 않을 듯하다.

 

 

 

3. 플레잉 위드 파이어 (Playing with Fire) ( New )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로튼토마토: 평단 23% / 관객 80%
메타스코어: 24
상영관 수: 3,125
주말수익: $12,723,781
북미누적: $12,723,781
전세계누적: $15,223,781
제작비: $29,900,000
상영기간: 1주 (3일)

 

파라마운트 신작 [플레잉 위드 파이어]가 3위로 북미 극장가에 데뷔했다. 사고로 부모와 떨어지게 된 세 아이를 돌보는 산악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코미디 영화로, 존 시나와 키건 마이클 키, 그리고 존 레귀자모가 출연한다. 본래 2020년 3월 20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수퍼 소닉]이 대대적인 비주얼 개편으로 공개가 미뤄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평단의 혹평과 달리 관객들에겐 제법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당초 예상보다 높은 1,272만 달러의 첫 주말 수익을 거둬들였다. 다만 기대보다 약간 높은 정도일 뿐이라, 쏠쏠한 재미를 봤던 상반기와 달리 [제미니 맨]과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로 하반기에 2억 달러 가까이 적자를 본 파라마운트의 쓰린 속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이 작품이 올해 파라마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게 더 아쉽게 느껴진다.

 

 

 

4. 라스트 크리스마스 (Last Christmas) ( New )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로튼토마토: 평단 52% / 관객 82%
메타스코어: 51
상영관 수: 3,448
주말수익: $11,441,055
북미누적: $11,441,055
전세계누적: $14,541,055
제작비: $25,000,000 – $30,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연말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폴 페이그의 로맨틱 코미디 신작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4위로 데뷔했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는 주인공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마다 나타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조지 마이클(Wham!)의 동명 노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에밀리아 클라크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헨리 골딩이 두 주인공을 맡았으며, 양자경과 영화의 각본을 쓴 엠마 톰슨도 출연한다. ‘나쁘지 않은 연말 로코’라는 평가와 함께 여성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며 1,144만 달러를 벌어들인 만큼, 연말까지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담으로 SNS에 스포일러 이슈가 있어서 에밀리아 클라크가 굉장히 불쾌했다고 하니, 영화가 궁금하다면 당분간은 SNS를 멀리하도록 하자. 국내 12월 5일 개봉 예정.

 

 

 

5.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Terminator: Dark Fate) ( ↓ 4 )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71% / 관객 83%
메타스코어: 54
상영관 수: 4,086
주말수익: $10,808,236 (-62.8%)
북미누적: $48,465,366
전세계누적: $199,395,366
제작비: $185,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지난주 1위로 데뷔했던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5위까지 떨어졌다. 수익 증감률은 무려 ‘-62.8%’, 첫 주의 실망스러운 오프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절망적이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팬덤에게 엄청난 기대를 받은 동시에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작품이었다. 그러나 2주 차까지 북미 성적은 4,846만 달러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보다도 못하며, 전 세계 스코어 역시 2억 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28년 만에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 2]의 직접적인 속편인 이 작품을 시작으로 새로운 삼부작을 기획 중이라고도 했는데, 첫 주말의 참패 때문에 삼부작 프로젝트가 무산됐다는 안타까운 소식까지 들려왔다. ‘다크 페이트’라는 제목이 프랜차이즈의 운명을 암시한 것일 줄 누가 알았을까?

 

 

 

6. 조커 (Joker) ( ↓ 4 )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69% / 관객 89%
메타스코어: 59
상영관 수: 2,806 (-713)
주말수익: $9,221,303 (-31.7%)
북미누적: $313,512,810
전세계누적: $986,512,810
제작비: $55,000,000
상영기간: 6주 (38일)

 

[조커]가 922만 달러 주말 성적과 함께 6위에 앉았다. 비록 신작에 밀려 개봉 6주 차에 톱5에서 내려왔지만, 지난 주중 북미 3억 달러를 돌파하고 전 세계 10억 달러까지 불과 1,350만 달러만을 남겨두면서 여전히 극장가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조커]의 10억 달러 돌파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이 작품이 앞선 여섯 작품까지 통틀어 유일한 ‘R등급’이자 ‘디즈니/마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올 가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성적, 이슈, 평가를 다 따져보더라도 [조커]가 되지 않을까 싶다.

 

 

 

7. 말레피센트 2 (Maleficent: Mistress of Evil) ( ↓ 4 )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40% / 관객 95%
메타스코어: 43
상영관 수: 3,201 (-619)
주말수익: $8,414,186 (-35.7%)
북미누적: $97,714,087
전세계누적: $431,883,192
제작비: $185,000,000
상영기간: 4주 (24일)

 

7위는 꿋꿋하게 성적을 올리고 있는 [말레피센트 2]다. 이번 주 안으로 북미 1억 달러를 넘길 예정이며, 이로써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다큐멘터리 [펭귄]을 제외한 2019년 모든 라인업이 북미에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남기게 됐다. 아직 [겨울왕국 2]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남긴 했지만, 이 두 작품이 북미에서 1억 달러를 못 벌 리가 없으니 말이다. 전작이 워낙 잘 된 것에 비해 [말레피센트 2]가 부진을 겪어 한편으론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디즈니의 힘이란…

 

 

 

8. 해리엇 (Harriet) ( ↓ 4 )
이미지: Focus Features

로튼토마토: 평단 72% / 관객 97%
메타스코어: 66
상영관 수: 2,186 (+127)
주말수익: $7,406,790 (-36.6%)
북미누적: $23,639,930
전세계누적: $23,639,930
제작비: $17,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8위는 지난주 개봉한 포커스 피쳐스의 [해리엇]이 차지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반(反) 노예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는 2주 차에도 확고한 관객층의 지지와 함께 74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순위는 크게 떨어졌지만, 성적은 비교적 잘 방어한 편이다. 현재 북미 성적은 2,363만 달러.

 

 

 

9. 좀비랜드: 더블 탭 (Zombieland: Double Tap) ( ↓ 3 )
이미지: 소니 픽쳐스

로튼토마토: 평단 68% / 관객 89%
메타스코어: 56
상영관 수: 2,427 (-910)
주말수익: $4,303,498 (-42%)
북미누적: $66,643,981
전세계누적: $101,943,981
제작비: $42,000,000
상영기간: 4주 (24일)

 

[좀비랜드: 더블 탭]이 9위로 세 계단 내려왔다. 개봉 4주 차에 전 세계 1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실상 전작(1억 200만 달러)을 뛰어넘게 됐는데, 10년 전보다 제작비나 배우들의 입지가 상당히 높아진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팬들이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 주연들도 속편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10년 뒤에는 세 번째 [좀비랜드]가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기대감도 가지게 된다. 현재 북미 성적은 6,664만 달러.

 

 

 

10. 아담스 패밀리 (The Addams Family) ( ↓ 5 )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스

로튼토마토: 평단 43% / 관객 69%
메타스코어: 46
상영관 수: 2,674 (-933)
주말수익: $4,160,262 (-49.9%)
북미누적: $91,427,967
전세계누적: $155,527,967
제작비: $40,000,000
상영기간: 5주 (31일)

 

개봉 5주 차 [아담스 패밀리]가 10위로 11월 둘째 주말을 마무리했다. 순위가 순위인 만큼 850만 달러만을 남겨놓은 북미 누적 1억 달러는 톱10에서 물러난 이후에 가능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 스코어는 1억 5,550만 달러, 국내에서는 지난 7일 개봉해 현재 예매율 4위로 나쁘지 않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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