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빠르게 가는 걸 느낄 때마다 놀라지만, 올해 본 영화나 TV 시리즈를 생각하면 적어도 시청각 감상 면에선 알찬 한 해였다 싶다. 할리우드는 본격적으로 시상식 레이스에 돌입한다. 월요일 밤(현지시각) 열리는 고담 어워드를 시작으로 12월엔 각종 비평가 협회상이 열리고, 1월 초 골든글로브상과 조합상을 거쳐 2월 초 아카데미상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두 달 뒤 어떤 영화가 영광을 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 해의 알찬 마무리를 기원하며,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도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

*본문에 디즈니 플러스 [더 만달로리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이리시맨’ 핸드폰으로 보진 말아주세요 – 마틴 스코세이지

이미지: 넷플릭스

[아이리시맨]은 관객을 놀라게 하는 영화다. 일단 러닝타임 3시간 30분에 놀라고, 길고 느린데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는 것도 놀랍다. 70대 중·후반인 주연 배우들의 얼굴과 신체를 젊게 만든 기술, 표정과 신체를 바꿔도 배우들의 연기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것도 그렇다. 스코세이지는 이 모든 걸 “극장에서 볼 때” 가장 잘 느끼도록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만큼 사람들이 영화를 핸드폰으로 볼 가능성도 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최근 인터뷰에서 스코세이지는 사람들이 [아이리시맨]을 핸드폰으로 보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생각을 못 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20년 넘게 스크린 크기로 따져서 영화와 TV 시리즈 모두 다 만들었지만, 핸드폰용 영상은 만든 적이 없다.”라며, 그는 “제 영화나 다른 영화를 볼 때 제발, 제발 핸드폰으로 보지 마세요.”라고 간청했다. 볼 거라면 아주 큰 아이패드로 봐 달라고 하니, [아이리시맨]을 넷플릭스로 본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출처: 유튜브

‘럽 앤 턱’ 비판에 잘못 대응했어요 – 스칼렛 요한슨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칼렛 요한슨이 루퍼트 샌더스의 [럽 앤 턱]에서 하차한지 15개월 만에 당시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럽 앤 턱]은 1970년대 불법 안마 시술소와 매춘으로 돈을 벌었던 조직 폭력배 단테 ‘텍스’ 길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다. 당시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으로 합류하자 많은 이들이 요한슨과 제작진을 비판했는데, 단테 ‘텍스’ 길이 스스로를 남성이라 여긴 생물학적 여성, 즉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이다. 시스젠더(신체적 & 정신적 성별이 일치)와 트랜스젠더 배우 사이의 기회 불평등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던 상황에서 요한슨이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았던 다른 시스젠더 배우에게 화살을 돌려 더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하차 소식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제가 대처를 잘못했음을 뒤늦게 알았어요. 세심하지 못했죠.”라며 운을 뗀 뒤, “시스젠더 배우가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는 일에 대해 트랜스젠더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정말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동시에 힘든 시간이었요. 무언가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마음이 아픈 것처럼요.”라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출처: vanityfair

다른 흑인 여성 감독의 영화 덕분에 칭찬을 받고 다닌다 – 에바 듀버네이

이미지: 찬란

에바 듀버네이 감독이 요즘 칭찬을 받고 다녀서 곤란하다고 밝혔다. 칭찬받는 건 좋은 일인데 왜? 바로 본인이 만들지 않은 영화로 칭찬을 받기 때문이다. 듀버네이는 트위터에 “흑인이 아닌 할리우드 사람들에게 [해리엇]과 [퀸 앤 슬림] 연출이 좋다는 칭찬을 11번이나 받았다.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하면 그냥 웃으면서 사과하더라. 이 동네는 정말…”이라며 백인 감독은 남녀 모두 구분하면서 흑인 여성 감독이라면 듀버네이만 생각하는 할리우드를 비판했다. 룰루 왕 감독(더 페어웰)의 댓글은 더 가관인데, (본인의 작품이 아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포스터에 사인해 달라는 요청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양한 인재를 인종으로 묶어 제한하는 할리우드의 편견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참고로 [해리엇]은 캐시 레몬, [퀸 앤 슬림]은 멜리나 맷소카스의 작품이다.

출처: 트위터

톰 크루즈는 이제 액션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요 – 리 차일드(잭 리처 작가)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톰 크루즈가 액션 영화를 찍기엔 나이가 많다는 말에 동의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작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은 시리즈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고, 톰 크루즈는 여전히 ‘직접’ 스턴트를 소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톰 크루즈와 [잭 리처], [잭 리처: 네버 고 백]을 함께 한 『잭 리처』 원작자 리 차일드의 의견은 다르다. 리 차일드는 톰 크루즈가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액션 배우’ 타이틀을 내려놔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흔히 말하는 ‘디스’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톰은 액션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요. 벌써 쉰일곱이라고요. 이제는 연기파 배우가 되어야죠. 연기력만으로도 20년은 더 배우 생활을 이어갈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했으니, 오히려 진심 어린 걱정이라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두 편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남아있는 만큼, 리 차일드의 바람과 달리 톰 크루즈는 향후 몇 년 안에 액션 영화판에서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출처: indiewire

‘베이비 요다’ CG 처리하려다 겁쟁이라고 혼쭐났어요 – 데이브 필로니(‘더 만달로리안’ 연출가)

이미지: 디즈니 플러스

최근 [스타워즈] 팬들 사이에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만큼, 아니 그 이상 화제가 되고 있는 게 ‘베이비 요다(Baby Yoda)’다.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에 등장하는 베이비 요다는 극중 반 백 살임에도 아기 같은 외모와 행동 덕에 굉장한 사랑을 받는 중인데, 놀랍게도 이 캐릭터가 손으로 조종하는 꼭두각시 인형이라고 한다. [더 만달로리안] 총괄 제작자 겸 연출가 데이브 필로니는 베이비 요다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사연을 공개했다. “클라이언트(베르너 헤어조크 분)가 베이비 요다와 마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와 존 파브로는 인형을 이용해 한 번, 만약을 대비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해 또 촬영하려고 했죠. 그랬더니 헤어조크가 우리에게 겁쟁이냐며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말라고 타박했어요”라고 털어놓은 것. 제작진은 영화감독이기도 한 헤어조크의 조언에 따르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모두를 감동시킨 베이비 요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한 편도 보지 않았던 헤어조크의 말에 따르면, 꼭두각시 인형의 퀄리티가 너무 뛰어나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이런 베이비 요다의 모습을 국내 팬들이 함께 감상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출처: vanity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