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아마존, 왓챠, 넷플릭스

2020년 1월 5일(현지시간) 열릴 제77회 골든글로보 후보작이 발표됐다. 예상했던 혹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 영화와 TV 부문 후보에 오른 가운데,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를 제치고 가장 많은 후보를 배출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성 감독 홀대는 여전해 후보 리스트 공개 후 비판이 쏟아진다.

TV 부문은 어떨까? 골든글로브에서 가장 많이 후보에 지명된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훌루, 그리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2개월도 채 안 된 애플까지, 후보 리스트를 보면 OTT 시장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워낙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일부 작품이 후보에도 지명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은 [왓치맨],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와 단골 후보작 [디스 이즈 어스], [부통령이 필요해]는 아예 후보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어떤 TV 시리즈가 제77회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는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작품에 한정해 소개한다.

넷플릭스

이미지: 넷플릭스

더 크라운(The Crown)

후보 –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맨), 남우주연상(토비어스 멘지스), 여우조연상(헬레나 본햄 카터)

지난 11월 17일 공개된 [더 크라운] 시즌 3가 골든글로브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야기의 무대를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로 옮겨와 이전 두 시즌을 이끈 배우진을 과감하게 교체했음에도, 정치적인 신념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인간적인 욕망과, 전통과 의무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실을 담아내는 시리즈의 핵심은 여전하고, 격동하는 영국 현대사를 따라가며 왕실을 갈등을 그려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했던 대로 드라마의 품격을 더한다. 매 에피소드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선보이며, 1966년 웨일스 북부의 탄광 마을 애버팬에서 발생한 비극을 다룬 세 번째 에피소드와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과 필립 공을 다룬 일곱 번째 에피소드가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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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이야기(Unbelievable)

후보 – 리미티드 시리즈/TV영화 작품상, 여우주연상(케이틀린 데버, 메릴 웨버), 여우조연상(토니 콜렛)

[믿을 수 없는 이야기]만큼 시기적절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4년 전 미국 사회에 논란을 부른 실제 사건에 영감을 얻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시선을 담아낸다. 강간을 당하고도 허위 신고로 기소된 여성과 시스템의 빈틈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두 여성 수사관의 이야기는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수사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진중한 시선이 돋보이며,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진 성폭력 사건 2차 피해의 문제점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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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민스키 메소드(The Kominsky Method)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작품상, 남우주연상(마이클 더글러스), 남우조연상(알란 아킨)

제76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및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코민스키 메소드]가 또다시 후보에 올랐다. LA를 배경으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한때는 유명 배우였던 샌디 코민스키와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였던 노먼 뉴랜더의 우정과 일상을 그린 드라마다. 10월 공개된 시즌 2는 딸이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샌디와 장례식장에서 5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한 노먼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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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리티션(The Politician)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작품상, 남우주연상(벤 플랫)

라이언 머피의 힘일까? 대통령을 꿈꾸는 고등학생 페이튼의 학생회장 도전기를 그린 [더 폴리티션]이 골든글로브 깜짝 후보의 주인공이 됐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한센]으로 스타덤에 오른 벤 플랫, [보헤미안 랩소디]의 루시 보인턴, 넷플릭스 영화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의 조이 도이치, 그리고 기네스 팰트로와 제시카 랭 등 호화로운 출연진을 위시해 현실 정치를 위트 있게 풍자한다. 공개 당시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지만, 후보에 지명된 [더 폴리티션]이 수상까지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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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Pose)

후보 –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빌리 포터)

198-90년대 LGBTQ 커뮤니티의 볼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포즈]는 평단의 찬사에도 남우주연상 1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 시즌 2는 보깅을 안무로 차용한 마돈나의 ‘Vogue’가 차트를 휩쓸던 1990년으로 시간대를 이동해 사회의 편견 섞인 시선과 에이즈의 공포에도 꿈과 행복을 위해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을 축복하는 동화 같고 상냥한 드라마에서 이전 시즌과 달리 시기와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활기 넘치고 끈끈한 유대감을 선보인 트랜스젠더 배우들이 내년에는 후보에 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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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투 미(Dead to Me)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여우주연상(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상반기에 좋은 반응을 얻은 [데드 투 미]는 상실의 슬픔을 겪은 두 여성의 위태로운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과 극 성격의 두 인물을 연기한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 린다 카델리니가 환상적인 호흡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서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주디의 어두운 비밀이 밝혀진 후 새로운 국면 전환을 맞은 두 번째 이야기는 내년 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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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형처럼(Russian Doll)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여우주연상(나타샤 리온)

공개 직후 평단과 시청자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은 [러시아 인형처럼]은 아쉽게도 1개 부문 후보에만 올랐다. 36번째 생일에 반복해서 죽음을 맞는 나디아가 잔인한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숱하게 보아온 타임루프의 관습에서 벗어난 전개로 중독성 강한 매력을 선사했기에 아쉽기만 하다. 제작, 연출, 각본에도 참여한 나타샤 리온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극을 리드하고, 고통스럽게 억눌린 개인의 삶을 탐구하며, 다양한 해석과 감정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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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위드 유어셀프(Living with Yourself)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폴 러드)

회당 25분 분량의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리빙 위드 유어셀프]는 ‘앤트맨’의 폴 러드가 1인 2역으로 활약하는 드라마다. 사는 게 고달프고 자신감 없는 마일스가 삶의 돌파구를 찾고자 동료가 추천한 스파에서 시술을 받은 후 의도와 다른 상황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폴 러드는 평행세계를 다룬 [카운트다운]의 J.K. 시몬스처럼 상반된 성향의 두 인물을 연기하며, 계속해서 삶에 복귀하는 [러시아 인형처럼]의 나디아처럼 복제인간과 하나의 인생을 지켜야 하는 마일스를 통해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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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파이(The Spy)

후보 –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남우주연상(사샤 배런 코언)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스파이 엘리 코헨의 극적인 실화를 낭만과 스릴을 오가는 매혹적인 드라마로 그려낸다.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하고 시리아 권력층 내부로 잠입한 첩보 활동을 영웅적으로 담아내기보다 두 인격체로 살아야 했던 인물의 휘청거리는 내면과 비인간적인 첩보 세계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오랜 첩보 활동에 점차 고립되고 황폐화되어가는 엘리 코헨 역의 사샤 배런 코언이 진중하고 절제된 연기로 아스라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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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왓챠

체르노빌(Chernobyl)

후보 –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작품상, 남우주연상(자레드 해리스), 여우조연상(체르노빌), 남우조연상(스텔란 스카스가드)

끔찍한 실화를 엄숙하게 재구성한 [체르노빌]은 단연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다.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건을, 사고 직후 영문도 모른 채 방사능에 노출된 시민부터 진상 규명 과정에서 은폐하기에 급급한 소련 정부까지, 사고의 여파를 다양한 시각으로 포착해 전 세계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실감을 극대화한 사실적인 재현과 배우들의 매혹적인 연기도 압권이다. 단순히 방사능 공포를 불러오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도 통용되는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국가와 조직의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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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후보 –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 여우조연상(메릴 스트립)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을 확장해서 돌아온 [빅 리틀 라이즈]는 그 시도가 헛되지 않음을 증명한다. 시즌 1에서 흥미를 유발했던 살인 미스터리 대신, 몬터레이의 5총사로 불리는 여성들이 연대하며 학대와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고 우아한 연출로 담아낸다. 시즌 2는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쉐일린 우들리, 로라 던, 조 크라비츠라는 이미 호화로운 캐스팅에 메릴 스트립까지 가세해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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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Killing Eve)

후보 –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 여우주연상(조디 코머)

권태에 빠진 정보기관 요원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 암살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톰과 제리를 보듯 변덕스러운 재미가 있다. 루크 제닝스의 원작이 가진 장점을 차용할 뿐 새롭게 재구성한 이야기에 가까운 [킬링 이브] 시즌 2는 이제 서로의 존재를 잘 알게 된 두 사람의 더 강박적이고 복잡해진 관계를 다룬다. 예기치 못한 순간 터져 나오는 냉소적인 유머 감각과 성 전복의 쾌감은 여전하지만, 시즌 2 들면서 산드라 오와 공동 주연을 맡은 조디 코머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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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후보 –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키트 해링턴)

시즌 8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왕좌의 게임]은 재제작 청원운동이 나올 만큼 팬들의 원성을 샀지만, 압도적인 위력은 대단했다. 5월 19일 방영된 마지막 에피소드 ‘The Iron Throne’는 HBO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용두사미라 해도 방영 기간 내내 각종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8에 대한 강한 호불호의 반응 때문인지, 지난 9월 열린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남우조연상(피터 딘클리지) 2개 부문 수상에 그치더니 골든글로브는 1개 부문만 후보에 올랐다. 그것도 다소 의아함을 자아내는 남우주연상으로 에밀리아 클라크와 피터 딘클리지가 후보에 빠진 것에 의문을 표하는 해외 매체도 있다.

기타

이미지: 아마존

플리백(Fleabag)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작품상, 여우주연상(피비 월러-브릿지), 남우조연상(앤드류 스콧)

올해 에미상의 주인공 [플리백]의 골든글로브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운튼 애비], [셜록]에 이어 영국 드라마에 대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피비 월러-브릿지와 앤드류 스콧을 스타덤에 올렸다. 피비 월러-브릿지는 할리우드의 재능 있는 차세대 주자로 부상하고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각본가로 합류한 뒤 아마존과 6000억 달러 상당의 제작 계약을 맺었으며, 핫한 신부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앤드류 스콧은 이전보다 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상실의 고통에 빠진 여성의 홀로서기를 영국식 냉소적인 유머로 담아낸 [플리백]은 아마존에서 볼 수 있다.

이미지: 아마존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The Marvelous Mrs. Maisel)

후보 – 뮤지컬/코미디 시리즈 작품상, 여우주연상(레이첼 브로스나한)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슬]이 이번에도 후보에 지명됐다.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평범한 주부 미지 메이슬이 남편의 외도 이후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이전의 삶에서 벗어나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2017년 첫 선을 보인 뒤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2년 연속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이첼 브로스나한이 강력한 경쟁 후보 피비 월러-브릿지를 제치고 3년 연속 수상을 차지할지 지켜봐야겠다.

이미지: 아마존

미스터 로봇(Mr. Robot)

후보 – 드라마 시리즈 남우주연상(라미 말렉)

이제는 드라마보다 영화로 더 자주 볼 것 같은 라미 말렉이 2년 만에 방송한 [미스터 로봇] 시즌 4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해리성 인격장애가 있는 해커 엘리엇이 사이버 혁명을 주도하는 이야기로, 현재 방영 중인 마지막 시즌 4는 실망을 안긴 다소 갈피를 잃은 이야기에서 다시 해커 중심의 스릴러로 돌아갔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시즌 3까지 아마존에서 볼 수 있으며(시즌 1과 3는 한국어 더빙 지원), 시즌 4는 방영이 모두 끝난 후에 서비스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캐치온

캐서린 더 그레이트(Catherine the Great)

후보 –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여우주연상(헬렌 미렌)

[더 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헬렌 미렌이 13년 만에 TV 시리즈에 복귀한 [캐서린 더 그레이트]로 골든글로브 후보에 지명됐다. [캐서린 더 그레이트]는 러시아의 영토 확장을 주도한 로마노프 왕조의 8번째 군주 캐서린(예카테리나 2세)의 이야기를 다룬 4부작 드라마다. 표트르 3세의 황휘를 폐위시키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그의 자유롭고 대담한 사생활을 웅장하고 호화로운 영상미와 헬렌 미렌의 카리스마 넘치는 기품 있는 연기로 담아낸다. 캐치온 서비스 중.

이미지: 캐치온

캐치 22(Catch-22)

후보 – 리미티드 시리즈/영화 작품상, 남우주연상(크리스토퍼 애봇)

골든글로브의 또 다른 깜짝 주인공은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캐치 22]다. 조지 클루니가 [ER] 이후 오랜만에 TV 시리즈에 복귀하고 공동 연출 및 제작, 조연으로 참여해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캐치 22]는 조지프 헬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조종사가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절망적인 상황에 몰리는 이야기를 그린 다크 코미디다. 캐치온 서비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