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영화는 [기생충]과 [벌새]로 요약된다. 두 영화는 계속해서 위기론이 불거지는 한국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에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생충]은 장르적 묘미를 완벽하게 구현하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맞춰 양산형 상업영화만 쏟아지는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고, [벌새]는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UBD란 신조어가 파생될 정도로 한국영화에 대한 만족보다 실망의 목소리가 더 크지만, 속도는 더뎌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2020년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시도를 한 영화가 차례로 공개된다. [부산행]의 속편 [반도]를 비롯해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SF와 뮤지컬을 표방한 [서복], [승리호], [영웅], 여성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장르물 [콜], [내가 죽던 날], [특송] 등이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새 영화 제작 소식도 바쁘게 들려온다. 그 밥에 그 나물 같던 배우들의 조합에서 벗어나거나 색다른 소재의 작품이 제작에 돌입했다. 그중 지난 12월부터 크랭크인했거나 촬영 준비 중인 9편을 소개한다. 이중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감독: 박동훈
주연: 최민식, 김동휘, 박해준, 박병은
장르: 드라마
크랭크인: 12월 2일
제작: (주)조이래빗
제공/배급: (주)쇼박스
최근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한석규와 애틋한 군신 케미를 보여준 최민식이 차기작에서 신예 배우 김동휘와 호흡을 맞춘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와 수포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최민식은 신분을 숨긴 채 자사고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탈북 수학자 ‘학성’ 역을 맡아 특유의 푸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연기가 기대된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김동휘는 상위 1% 학생들이 모인 자사고에서 수포자가 되어버린 고등학생 ‘지우’를 연기한다.
학성의 유일한 친구이자 조력자 ‘안기철’ 역에 박해준, 지우의 담임이자 수학교사 역에 박병은이 합류했다. 2009년 [계몽영화]로 장편 데뷔한 박동훈 감독의 첫 상업 영화다.
자백(가제)
감독: 윤종석
주연: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장르: 스릴러
크랭크인: 12월 16일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제공/배급: 미정
[광해, 왕이 된 남자], [신과함께] 시리즈로 트리플 천만 영화를 달성한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사극과 판타지에 이어 스릴러 영화 제작에 나섰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이 주연을 맡은 [자백(가제)]으로, 밀실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와 변호사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지섭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한 촉망받는 IT 기업 대표 ‘유민호’를, 김윤진은 승률 100%의 능력 있는 변호사 ‘양신애’ 역을 맡아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성공적인 연기자의 행보를 걷고 있는 나나와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은 최강일이 각각 진실의 키를 쥔 ‘김세희’와 유민호의 숨은 진실을 파헤치는 ‘한영석’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네 배우가 처음 만난 스릴러 [자백]은 [마린 보이]의 윤종석 감독이 연출한다.
야차(가제)
감독: 나현
주연: 설경구, 박해수
장르: 첩보 액션
크랭크인: 12월 31일
제작: ㈜상상필름
제공/배급: (주)쇼박스
작년 첫 주연 영화 [양자물리학]으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박해수가 차기작에서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다. 교도소에서 완전 범죄가 계획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범죄물 [프리즘]으로 흥행력을 입증한 나현 감독의 신작 [야차(가제)]가 설경구와 박해수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영화다.
[야차]는 스파이들의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야차’로 불리는 국정원 해외 공작팀 리더와 그곳으로 좌천된 검사가 실종된 북한 고위 인사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경구가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 ‘야차’로 불릴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인물 ‘강인’을, 박해수는 법대로 살다 선양으로 좌천된 검사 ‘지훈’ 역을 맡아 대립각을 세운다.
이외에도 양동근, 이엘, 송재림, 박진영(GOT7)이 출연해 강인과 지훈의 동료를 연기한다.
휴가(가제)
감독: 육상효
주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장르: 판타지 드라마
크랭크인: 1월 9일
제작: 글뫼㈜
제공/배급: ㈜쇼박스
김해숙과 신민아가 [나의 특별한 형제]로 호평받은 육상효 감독의 차기작에서 모녀로 만난다. [휴가(가제)]는 하늘에서 3일의 휴가를 받아 내려온 엄마가 딸의 곁에 지내며 벌어지는 기적 같은 순간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다.
국민엄마로 불릴 만큼 신뢰를 주는 배우 김해숙이 딸을 만나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이승에 온 엄마 ‘박복자’를, 다이빙 소재 미스터리 스릴러 [디바] 개봉을 앞둔 신민아는 엄마가 살던 집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방진주’를 연기한다.
여기에 [엑시트],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감초 연기로 주목받은 강기영과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황보라가 각각 복자를 이승으로 안내하는 ‘가이드’ 역과 진주의 오랜 친구 ‘미진’ 역으로 출연한다.
보이스(가제)
감독: 김곡, 김선
주연: 김무열, 변요한
장르: 범죄 액션
크랭크인: 1월 말
제작: 수필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의 김곡, 김선 형제 감독이 현실적인 공포로 돌아온다. 갈수록 교묘하고 치밀하게 사람들을 속여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의 실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생활 밀착형 금융사기 범죄 보이스피싱을 다룬 영화 [보이스(가제)]다.
전화 금융 사기의 세계를 그릴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중국에 있는 조직의 본부로 침투해 범죄 설계자와 만나 벌이는 이야기다. 변요한이 모든 것을 잃고 보이스피싱의 세계에 뛰어드는 ‘서준’을, 김무열이 그와 대적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설계자 ‘곽프로’ 역을 맡아 악역 변신을 예고한다.
카운트(가제)
감독: 권혁재
주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장동주
장르: 드라마
크랭크인: 2020년 상반기
제작: 필름케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 이후 스크린 대세 배우로 떠오른 진선규가 [너의 결혼식], [엑시트]를 제작한 필름케이의 신작 [카운트(가제)]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골칫덩이 체육 교사가 실력은 타고난 반항아와 함께 불공평한 세상을 향해 시원한 한방을 날리는 이야기다. 진선규는 고집스러운 성격의 금메달리스트 출신 고등학교 체육교사 ‘시헌’ 역을 맡아 일찌감치 희망은 접고 독기만 남은 복싱 유망주 ‘윤우’ 역에 캐스팅된 성유빈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진선규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성유빈은 기존에 보여준 적 없는 거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스터 기간제]에서 살인 용의자 역할로 호연을 펼친 신예 장동주가 양아치가 되기 싫어 복싱을 시작하는 ‘환주’를, [SKY캐슬]과 [99억의 여자] 오나라가 시헌의 부인 ‘일선’을, 고창석이 시헌의 스승이자 학교 상사인 ‘교장’을 연기한다.
사흘(가제)
감독: 현문섭
주연: 박신양, 이민기
장르: 오컬트
크랭크인: 2020년 상반기
제작: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제공/배급: ㈜쇼박스
박신양이 [박수무당]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죽은 딸의 심장 안에서 악마가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영화 [사흘(가제)]에서 갑작스럽게 딸을 잃은 아버지 ‘차승도’를 연기한다.
최근 [모두의 거짓말]에서 형사 역을 소화한 이민기도 출연을 확정해 [내 심장을 쏴라] 이후 5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다. 이민기는 바티칸에서 구마를 수련한 사제 ‘반신부’ 역할을 맡아 처음으로 사제 연기에 도전한다. 단편영화 [최종면접]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을 수상한 현문섭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드림(가제)
감독: 이병헌
주연: 박서준, 이지은
장르: 드라마
크랭크인: 2020년
제작: ㈜옥토버시네마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지은이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로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스크린에 진출한다.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가제)]에 출연을 확정해 박서준과 호흡을 맞춘다.
핫한 감독과 배우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드림]은 선수 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와 생전 처음 공을 잡아본 특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을 그린다. 박서준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휩쓸려 징계 중인 축구선수 ‘윤홍대’를, 이지은은 홍대가 감독을 맡은 급조된 축구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성공을 꿈꾸는 방송국 PD ‘이소민’을 연기한다.
출연작마다 좋은 반응을 얻은 이지은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재기 발랄한 스토리로 인정받은 이병헌 감독의 [드림]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대에게(가제)
감독: 미정
주연: 미정
장르: 전기
크랭크인: 미정
제작: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넥스트유나이티드
제공/배급: 미정
영원한 마왕 신해철의 삶과 음악이 영화로 부활한다. [악인전], [블랙머니]를 성공시킨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와 신해철의 저작권을 보유한 넥스트유나이티드가 손잡고 [그대에게(가제)]를 준비 중이다.
2014년 10월 26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까지 25년 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던 신해철이 걸어온 길을 조명하며, 우리가 알았던 ‘마왕’과 미처 몰랐던 ‘인간 신해철’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새로운 음성 복원 기술을 통해 목소리를 실감 나게 구현할 계획이다. 올해 구체적인 제작에 들어간다는 것 외에 알려진 내용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