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8]은 MBC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합작 프로젝트로, 넷플릭스 [블랙 미러]처럼 ‘오리지널 SF 앤솔러지’를 표방한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가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영향을 미칠지 자유롭게 상상했다.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된 첫 시도의 결과물, 1시간 분량의 단편 8편을 만나본다. (MBC 방영 순서 기준)

간호중 (The Prayer)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간병 로봇 간호중은 10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와 어머니를 돌보며 지칠 대로 지친 보호자 정인 사이에서 누구를 살려야 할지 고뇌에 빠지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인간을 돌보며 애착을 형성하고 생명의 가치를 고민하는 로봇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유영이 간호중과 정인, 1인 2역을 소화했는데, 특히 결말 부분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예수정도 생명의 소중함을 설파하면서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사비나 수녀의 심적 갈등을 잘 표현했다.

만신 (Manxin)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 만신. 모든 사람들이 만신의 운세에 기대는 사이, 가족의 마지막에 만신이 관여했는지 알고 싶은 토선호는 만신 덕에 인생을 바꾼 정가람과 함께 서비스 개발자를 찾아 나선다. 8편 중 배경, 이야기 전개, 결말 모두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운세 예측 AI에 사람들이 의존한다는 설정이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그래서 인공지능 만신이 완벽과 조화 사이에 한 선택도 수긍하게 된다.

우주인 조안 (Joan’s Galaxy)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미세먼지로 뒤덮인 미래에 사람은 항체주사를 맞고 100세까지 사는 C와 30세 즈음 생을 마감하는 N으로 나뉜다. 자신이 N임을 뒤늦게 안 대학생 이오가 학교의 유일한 N, 조안을 따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모그로 뿌연 세상을 밝힐 만큼 눈부신 청춘의 이야기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원작과 달리 이오와 조안 모두 여성으로 설정해 퀴어 성격도 부여했다.

블링크 (Blink)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 AI보단 자신의 감과 능력을 믿는 형사 지우가 어쩔 수 없이 인공 지능 서낭을 파트너로 맞이해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다. [SF8] 중 유일한 액션물로 가볍게 보기 좋다. SF적 상상력으로 그린 미래 모습보다는 장르적 즐거움에 집중해서, 작품 자체는 단편 영화보다는 SF 수사물 1화 같다. 그래서 지우와 서낭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더 보고 싶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Baby It’s Over Outside)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혜성 충돌로 지구 종말이 일주일 남은 시점, 모태솔로인 경찰 남우는 초능력자를 모아 지구 종말을 막으려 한다는 혜화와 만난다. 종말을 앞두고 만난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에 ‘초능력자’ 콘셉트가 등장한다. 처음엔 안 어울리는 것 같은 이야기는 전개되면서 설득력을 갖춘다. 혜성 충돌 직전의 경이로운 하늘에 감탄하고 있을 때 나온 반전에 폭소가 터진다. 그래, 종말이 닥쳐도 감정은 마음대로 안 되는 거다.

하얀 까마귀 (The White Crow)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과거 조작 논란으로 명성과 인기를 잃은 게임 BJ 주노가 재기를 위해 새 게임에 도전하지만, 플레이어의 트라우마에 기반한 게임 안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임 설정을 더했지만 영화 자체는 심리 스릴러로, 주노의 트라우마를 게임 속에서 섬뜩하게 구현해 긴장감을 유지한다. 왕따 문제를 그리지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집중한다. 그래서 주노가 선택한 결말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릴 듯하다.

증강 콩깍지 (Love Virtually)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인구 절반이 가상 연애 앱 ‘증(강)콩(깍지)’으로 사랑을 나누는 미래에, 자신의 성격과 개성으로 인연을 만나고픈 두 미남미녀의 러브 스토리. 발랄한 연애담엔 불완전한 자아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열망하는 마음이 보인다. 모든 설정이 설득력있진 않지만, 주제를 전하는 데 모자라진 않다. 최시원, 유이 배우의 미모가 열일하는데, 보형물과 점으로 과감하게 미모를 망가뜨린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인간증명 (Empty Body)

이미지: WAVVE, MBC, 수필름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연결이 가능한 시대, 사고로 아들을 잃은 혜라는 아들의 뇌 일부를 인공지능과 소생에 성공하지만, 사이보그가 아들의 영혼을 소멸시켰다고 의심한다. 결과적으로 두 번 잃은 혜라의 슬픔은 고통스러울 만큼 절절하고, 이를 표현하는 문소리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안드로이드의 설정이 신선한데, 인간과 결합해 감정을 체험한 로봇은 표현이 생생하고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