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요일 밤마다 안방극장에 으스스한 기운을 불어넣는 프로그램이 있다. 파일럿에서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MBC [심야괴담회]. 국내 최초 괴담 스토리텔링 챌린지를 표방하며, 진행자들이 서늘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이 보내온 괴담을 읽어주는 방송이다. 여기에 재연 영상이 더해져 상상력을 자극하며 소름을 유발한다. 밤잠을 설치더라도 오싹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포/스릴러 영화를 소개한다.

곤지암(2017)

이미지: ㈜쇼박스

가지 말라는 곳에는 다 이유가 있지만,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기어코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의 장소는 2012년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곳 중 하나인 곤지암 정신병원. 영화는 유튜브 공포 체험단이 흉가로 유명한 폐병원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한밤중 몰래 침입한 뒤 공포에 휩싸이는 모습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낸다. 소재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현장감을 강조하는 연출로 실제 장소에 있는 듯한 생생한 공포를 전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암전(2018)

이미지: TCO(주)더콘텐츠온

[암전]은 신인감독이 잔혹함이 지나쳐 상영이 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는 미정은 어느 날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고 금지된 영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소문은 사실일까. 제작사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절박한 상황에서, 미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영화를 수소문한다. 그러나 돌아온 건 살고 싶으면 영화를 찾지 말라는 섬뜩한 경고. [암전]은 무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두 감독의 비틀린 열망과 집착을 서서히 끓어오르는 공포로 담아낸 작품이다. 단발적인 공포를 연출하기보다 인물의 심리, 기괴한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면서 몰입도를 끌어낸다. 특히 80년 만에 폐쇄된 군산의 국도극장을 주요 촬영지로 택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장산범(2017)

이미지: (주)NEW

유명 괴담을 차용한 허정 감독의 두 번째 스릴러다. 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그린다. 전작 [숨바꼭질]이 익숙한 공간인 집에 낯선 이가 침범하는 설정으로 긴장을 자아냈다면, [장산범]은 낯선 이에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주목한다. 아들의 실종이라는 비극을 겪은 가족이 이사 온 마을에서 우연히 홀로 숲 속에 숨어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집에 머물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목소리 괴담이라는 설정은 솔깃하나 인물들의 행동이 답답하다는 반응과 함께 전작보다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혼숨(2016)

이미지: ㈜프레인글로벌

‘혼자 하는 숨바꼭질’의 줄임말인 ‘혼숨’. 인형을 매개체로 귀신을 불러내 함께 숨바꼭질을 한다는 일종의 강령술로 화제를 모은 괴담이다. 영화는 공포 방송 전문 BJ가 실종된 고교생의 혼숨 영상을 제보받고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곤지암]처럼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해 디지털 미디어를 영리하게 활용하는데, 먼저 개봉했다는 점에서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공포영화라 하기엔 크게 무섭지 않지만, 신선한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극을 주도하는 류덕환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는 반응을 얻었다.

도시괴담(2020)

이미지: 넷플릭스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공포영화다. 학교, 택시, 엘리베이터, 인터넷 방송 등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한 번쯤 들어봤을 괴담을 10분 내외의 짧은 이야기로 담아냈다. 에피소드마다 편차가 있고 완성도는 아쉽지만, 서늘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괴담을 가볍게 즐기기에 무난하다. 지난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마니아층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해 무난하게 속편 제작이 확정됐으며, 오마이걸 아린이 캐스팅됐다.

도어락(2018)

이미지: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원룸 가구로 구성된 오피스텔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다룬다. 평범한 직장인 경민은 오싹한 경험을 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도어락 덮개가 열려 있고, 잠을 청하려는 한밤중에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뿐이다. [도어락]은 나 혹은 내 주변 누군가 경험했을 법한 소재로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극적으로 전달한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공효진의 연기도 몰입감을 더한다. 최근 시리즈 격인 [오픈 더 도어]가 제작될 거라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세탁기를 샀다가 의문의 일에 휘말리는 여성의 이야기라고 한다. 신혜선이 출연 논의 중이다.